밀접 접촉자 D 씨와의 동거 일지

악필에 의한 대참사

by 에너지드링크

D 씨와 관련된 흉흉한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주 일요일.

D 씨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린이집을 폐쇄하니 가정 보육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고 등원을 못하니 아이를 돌보는 것만 문제였다. 친정 엄마께 보육을 부탁했다.

이 어린이집은 꽤 넓기에 확진자랑 동선이 겹쳐봤자 얼마나 겹치겠나 싶었다.

나는 마침 외부에 일정이 있었고 D 씨랑 있던 신랑에게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생겼대' 정도로 통보 후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서 가족 모두 간이 코로나 키트로 검사했다. '음성'이었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알고 보니 확진자는 우리 D 씨 반 선생님이었다. 이미 코로나 검사소에서 결과를 빨리 받은 아이들을 제외하고 결과가 안 나온 사람은 우리 D 씨 포함 세명이었다.

퇴근 후 월요일 저녁에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보건소에서 보낸 것이었다.

우리 D 씨가 밀접 접촉자이며 자가 격리를 하라는 통보였다. 곧 보건소 자가격리 전담반이 연락을 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문자를 받고 손이 떨렸다. 그나마 규정이 바뀌어 14일이던 자가 격리가 10일로 바뀌었고 마지막 접촉일인 3일부터 계산해서 13일까지만 격리하면 되는 것이지만 문제가 있었다.

6살 D 씨를 혼자 격리시킬 수도 없고, 친정 아빠도 챙겨줘야 하는 친정 엄마를 10일이나 묶어 둘 수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공동 격리를 신청하면 미취학 아동이 격리될 경우 같이 격리를 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

화요일 오전 10시에 가족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회사 우리 부서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고 다음날 오전인 화요일부터 D 씨와 공동 격리에 들어갔다.

그 사이 D 씨 반에 한 명이 더 확진되었다. D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초등학생인 큰딸 학교에 문의 결과, 동거인 중 한 명이 자가 격리 중이라도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48시간이 유효해 이틀은 등교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신랑은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문자를 수요일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어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딸과 내 것만 안 왔다.

결국 문자 결과가 없어서 큰딸은 학교에 못 갔다. 아침부터 문자를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건소는 여전히 전화가 불통이고, 연결이 되면 계속 다른 데로 돌렸다. 그렇게 오후 2시가 되었다.

결국 타들어가는 건 내 속. 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공동 격리 중이라지만 검사 결과를 물어보러 10분 거리에 어제 검사했던 코로나 선별 소로 갔다. 그리고 결과 문자가 안 오는 이유를 물었다.

담당자가 다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갔다. 잠시 기다리라는 1분이 1년 같았다.


"전화번호 뒷번호가 9276 아니세요?"

"0276인데요. 제 글씨가 그렇게 못 알아볼 정도였나요? ㅠ.ㅠ"


나는 확실한 악필인가 보다. 문자가 엉뚱한 곳으로 갔다. 결과는 음성이 맞는데 결과 문자를 못 받아서 하루 종일 마음이 힘들었다.

쓸데없이 마음을 졸였던 건 결국 내가 통보받아야 하는 전화번호 란에 숫자를 이상하게 쓴 내 탓이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D 씨는 매우 행복한 상태.

원래 집돌이 집순이인 큰 딸과 D 씨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티브이를 보고, 자기들끼리 놀이에 빠져서 정말 신났다.

학교나 어린이집에 갈 때보다 잠도 더 많이 자고 먹기도 훨씬 많이 먹는다.

그냥 옆에 있는 이 녀석들이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생각이 많아지는 어제의 관찰 일기 끝.


덧: 1. 보건소 검사 시 결과 통보받는 곳에 숫자는 예쁘게 씁시다. 숫자 잘못 쓰면 나처럼 마음 개고생.

2. 확진자가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보건소 자가격리 전담반은 아직도 연락 무.

3. 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큰아이가 은근 쓸모. 잡다한 심부름 두어 번 시켜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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