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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Apr 01. 2022

역지사지

당신 입장이 되어 보니...

코로나는 뉴스에서 나오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급속하게 퍼지는 오미크론에 나도 당했다.

결국 그녀는 나에게  왔고,  나는 이런 게 뭐 좋다고 인심 좋게 가족에게도 바이러스를 나눠 주기까지 했다.


브런치 북:  결국 코로나 환자가 되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일은 신랑이 저번 주 토요일에 증상이 급격히 심해져, 집에 있다가 격리병동을 배정받아 입원까지 했던 것이다.

 월요일에 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화요일에 큰 아이가 걸렸을 때만 해도 둘째와 신랑은 멀쩡했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코로나가 두 번쯤 돌았을 때도 끄덕 없이 넘어갔던 녀석이라, 내심 슈퍼 면역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 혼자 착각을 했다.

결국은 목요일에 신랑과 둘째까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우리 가족 모두 격리에 들어갔었다. 이때까지도 큰 아이 무증상, 둘째 하루 열남, 나는 목 아픔과 콧물이 전부였다. 그래서 더 안심을 했다.

신랑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금요일 저녁부터인데, 토요일 낮부터는 울렁거림과 구토가 시작되었다. 저녁때까지 계속된 구토로 탈진상태에 이르자 병원으로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번 수요일에 퇴원을 하고 보니 신랑이 무척 야위였다. 계속 죽만 먹고, 링거액을 맞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니 안쓰러웠다.

신랑은 울렁거림으로 며칠을 고생하더니 깨달음을 얻은 자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 여자들이 임신을 하면 입덧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동서네 식구가 아이를 진짜 좋아하는데도 입덧이 무서워 절대 둘째를 안 낳는다는 것도 알 것 같단다.

역시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봐야 진짜 이해를 할 수 있다.

나도 거기서 한마디 거들었다.


"거봐, 내가 임신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았지?"

"여보.... 근데 당신은 임신해서 입덧 안 했잖아. 동서는 이해해도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은 아닌 것 같은데"

"나도 하루쯤 입덧했거든!!"

갑자기 측은하던 신랑이 미워진다.  나를 이해해야지 거기서 동서만 이해하고 오면 어쩌라는 거냐!

다시 배워야겠군. 역지사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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