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Jun 30. 2022

고양이를 용서합니다.

다름을 받아들이기

참 신기하게도 피하고자 하는 대상과는  자주 마주친다.

이것도 끌어당김의 법칙이라서 싫어하는 상대 자꾸 생각하면 더 자주 마주치는 법.


뭘 하나 말해도 바로 개선이 안 되는 답답함.  즉시 행동하는 나와 달리 늘 생각이 너무 많아 일 진척이 안 되는 상황들.

부서  중요한 일은 실무자들과 의논하지 않고, 관리자급 결정만 내려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게 하는 점.

이유도 모를 일을 시킨 후, 결과 공유는 안 하고 스리슬쩍 넘어가는 일. 자신이 한 실수는 물어볼 때까지 말하지 않기  등~ 내 딴에 참 마음에 안 드는 일들 뿐이니 이 부서에 오면 배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해 퇴사자가 많공백이 길어졌고, 덕분에 내가 싫어하던 이곳에 두배의 시간을 더 있게 , 여태 까지랑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책을 읽으며 받았던 모든 가르침에서 우리는 희생자가 아니며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고 가르친다. 나는 머리로만 이해했을 뿐. 그녀 때문에 내가 원하는 책임 자리에 못 갔다고 계를 대며,   희생자 코스프레를 즐긴 건 아닌가  반성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주였다. 이곳은 오염 방지와  무균 조제를 위해  준비실과 조제실의 압력 차이를 둔다. 코로나 음압 병동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압력 조절 기계의 이상으로  출입문이 닫혀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업무를 위해 아무도 들어 수가 없었다. 이때 내가 싫어하는 A가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다.

약만 드나드는  패스 박스(사진에 도어록이 달려있는 칸 하나하나)라는 비좁은 곳 안으로 몸을 밀어 넣어 들어갔고,  안쪽에서 문을 열고 왔다.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그곳으로 사람이 통과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 못해 농담처럼, 고양이처럼 유연하다고 고양이냐며 웃어넘겼는데, 처음에는 웃기기만 했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나라면 저 안으로 몸을 던질 수 있었을까? 오직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좁 박스 안을 통과하다니. 책임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모든 행동은 결국 관리자라는 입장에서 취한 행동이었던가? 부서장은 그런 면을 이미 눈치채고 책임 자리를 준 걸까. 오히려 나라는 인간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척하고  미움을 쌓았던 게 아닌가 되돌아본 계기 되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처럼 쌓였던 미움, 노는 상대가 아니라  나만 아프게 했을 뿐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걸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고양이. 그리고 미안합니다.

(내  두 번째 책에  숨은 진상이라고 써서 미안해요)

살다가  마주치는 모두는 결국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되길 바라는가를 알려주는 스승인가 보다.


물론 이런 스승은 하나로 족하다 :)




작가의 이전글 요즘 1학년들 못쓰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