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나서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쫄딱 젖었고, 다시 지하철 역에서 약속 장소로 가는 그 5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다시 젖었다.
멋지게 등장하고 싶었지만 머리카락도 젖고, 옷도 젖고 생쥐꼴로 입장.
학교 다닐 때 아웃사이더였던 내가 무려 약대 교지 인터뷰에 실리다니. 큰 신문도 아닌 학교 교지일 뿐이지만 나를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기뻤다. 기대 반, 즐거움 반으로 모임 장소에 가니 3명의 인터뷰어들이 나를 맞았다.
학생들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진로 관련, 책이나 글쓰기 관련, 후배들에게 조언 등.. 장장 한 시간 반에 걸쳐 다양한 질문에 답했고 여기 몇 가지 기억에 나는 걸 남겨본다.
1. 진로 관련 기억에 남는 질문
식품영양학 학사 석사 이후 약대에 진학한 이유, 약대를 다니며 좋은 점. 후회한 점은?
처음 들어간 식품 회사 마케터 업무가 적성에 안 맞았다. 안 그랬음 아직 식품회사 다니고 있을 듯. 약대를 다니며 다시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공부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하지만 다시 학생이 되니 돈을 못 벌어서 슬펐던..(롯데 월드에 제휴카드가 있으면 무료입장이 되던 시기인데, 난 학생이라고 카드를 만들지 못해 못 들어감ㅋ)
그러건 저러건 약대 간 걸 후회하지 않았다오.
2. 책 쓰기, 글쓰기 관련 질문
선배님만의 글쓰기 팁이나 노하우?
매일 10분이라도 쓰기,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북 등 어디든 흔적 남기기. 같은 주제로 일관되게 글쓰기. 생각나는 것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기
3.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선배님께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는 듯합니다. 경험이나 도전의 의미는?
무엇이든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내 지론. 어떤 것이든 관심이 가면 일단 도전. 그리고 안 맞으면 과감히 포기. 해봐야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알 수 있다.
( 3~4개월 다니고 나왔던 어두운 과거가 많은 여자..ㅋㅋ일단 무조건 들어가서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궁금했다)
인터뷰를 되돌아보니 내가 가장 많이 쓴 말은, "재미"였다. 블로그를 오래 썼던 비결, 글쓰기나 필사를 꾸준히 한 비결 등에 대해 그냥 "재미있으니까"라고 답변이 되더라. 그리고 "소통"
가끔 블로그나 자신의 온라인 매체를 빨리 키우고 싶어 조급한 분들이 계신데, 정말 똑같은 댓글을 복사 붙이기 하면서 이웃이나 구독자만 늘려가는 게 나랑은 안 맞더라.
나는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인터뷰를 하며 다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