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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불편한 편의점

양심은 팔지 마세요!

by 에너지드링크

요즘 주말마다 성수동에 간다.

이유는 아이들이 그곳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운동을 시키는 게 쉽지 않은데 나이키 재단과 초록우산 재단이 함께하는 곳이라 더 믿음이 갔다.

그런데 시간이 애매해서 둘째가 먼저 운동을 하고 나면 꼭 첫째가 운동할 시간까지 1시간이 빈다. 그 사이 시간은 큰 아이와 나의 데이트 시간처럼 보냈었다.

그날은 큰 아이가 라면이 당긴다고 해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가끔 갈 때 친절한 아저씨가 계셨는데 우리가 자주 가니 가끔 유통기한이 임박한 초콜릿이나 도시락을 주시기도 했다.

(그 편의점 특성상 건물 전체가 회사가 입주한 건물이라 평일에는 사람이 많고 주말에는 한적한 편임)

그런데 그날은 아저씨는 안 보이고 왠 젊은 여자가 있었다. 아마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쓰기로 했나 보다. 우리가 라면을 먹는 동안, 아르바이트생은 참 열심히도 정리를 했다. 가끔 보면 핸드폰만 열심히 보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는데 참 성실한 친구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갑자기 나이 든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와서 이것저것 지적을 하는 걸 보니 주인이구나 싶었다. 한참 음료수랑 술을 정리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이야기를 했다.


"유통기한 보고 정리하고 있는데요. 이거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뭔데?"

"이 맥주는 2023년 11월 26일까지 인데요? "

"맥주는 괜찮아.. 그냥 넣어둬"


사실 난 이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한 달도 아니고 일 년이 지났는데 넣어두라고?

다행히 아르바이트생은 양심도 있고 바른말도 할 줄 알았다.


"이거 혹시 팔리기라도 해서 탈 나면 누가 책임지죠? 괜찮다고요? 그럼 언제까지 괜찮은 건지 딱 정해주세요"


아주머니 눈빛이 너무 매서웠기도 하고, 아이가 다 먹고 운동을 하러 갈 시간이라서 결과를 못 보고 나왔지만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그걸 버젓이 팔겠다니!!



그 편의점, 최근 몇 주는 운동 프로그램이 쉬는 주라서 가보질 못했다. 다음에 가면 그 아르바이트생이 있는지~있다면 어찌 되었는지 꼭 물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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