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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Oct 18. 2020

삶도 결국 정글이다.

일도 직장도, 결국은 내 삶의 일부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나는 열심히라기보다는 내 삶에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친정 엄마 왈, 사주를 보면 늘 사업운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단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주부로, 우리 자매의 엄마로 살면서 우리 가정을 잘 이끌어 가신 분이다.

하지만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일하지 않는 나의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첫 직장에서 마케터로 일했을 때도, 다시 공부하고 다른 직업을 갖고 아르바이트, 계약직, 정규직을 두루 거치는 그 어느 순간도 나는 일을 놓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아가씨였던 시절,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비를 500만 원씩 줄 테니 집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집안 살림만 하라고.

내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생활비로 준다는 남자 친구. 하지만 나는 일하지 않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졌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

조금 까칠해도 나만 사랑해주는 신랑과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맞벌이 부부'라는 타이틀로 살면서 힘들고 피곤해도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직장인으로 사는 내 삶을 생각해 봤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 것인가.

정글 같은 직장에서 버티고 살아남고, 다시 일어나고 또 다른 곳에서 다시 상처 받고 다시 일어나고.


내 개똥 같은 철학은 아주 단순하다.

직장인으로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고 있는 이 자체가 그저 내 삶의 일부다. 가끔 튀어나오는 진상 같은 사람들도 있고, 나와 동지애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이 좋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려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치유받는 모든 순간도 행복하다.


내가 아는 E가 그랬다. 이 지겹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퇴사라는 결정을 하기 힘든 것은, 자신도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일과 사람 자체가 좋기 때문이라고.

직장이라는 곳에서 일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들을 통해 생긴 상처를 사람들을 통해 치유받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가 있다.  (2002년 개봉했다니 진짜 오래되었다!!! )

영화 초반 "인간은 섬이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사실, 인간은 연결된 섬이다."라는 말로 끝난다.


직장 생활이 정글 같고 정신없다면 그냥 우린 연결된 섬들 사이 그 어딘가 정글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자.

 빠져나가고 싶다고? 사실 방법이 없다. 직장을 나가도 또다시 다른 인간관계,  사회관계에 속하게 되는 순간 다른 정글이 새롭게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문제없는 인생도 없고 문제없는 직장도 없다. 그래도 못 참겠으면 다른 곳 다른 섬, 다른 정글로 들어가라.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릴 것이다.

딱 하나만 가지고 가는 거다.

"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그 결심하나. 그리고  " 어떤 어려움도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오늘도 잘살고 있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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