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선물 vs 기분 꿀꿀 선물

선물의 의미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받는 것도 좋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 탓에, 선물을 주면 다시 더 돌려주면 줬지 입 싹 닦은 적은 없어서 선물비가 은근 많이 나가는 편이다.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 VIP 베타버전 테스트 후 선물하기 베프란걸 만들었는데 거의 1년 내내 선물하기 베프로 선정되었다.

선물의 의미에 대해 챗지피티한테 물어보았다.

‘선물’은 기본적으로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건네는 마음의 표현이며, 감사의 표현, 애정과 관심의 표시, 축복과 격려, 관계 유지,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의도 등이 포함됩니다.

라고 알려줬다.

대부분의 선물은 기쁘지만 마음이 불편한 선물도 있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드는 선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1. 대학생 때 A의 향수선물

같은 과 A(여자)는 그냥저냥 친한 사이라 생일 선물을 받을 줄 몰랐는데 내 생일에 향수를 선물 받았다. 그런데 그 향수는 그 당시 ENC라는 브랜드에서 5만 원 이상 사면 공짜로 주는 향수라 나도 받아서 집에 있던 것.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굳이 자기 생일이 내 생일 다다음날이라며 자기는 ○○○을 갖고 싶다고 사달라고 노골적으로 부탁했다. 그 당시 내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좀 비싼 것을 사달라고 부탁한 게 기억난다. 자기는 공짜로 받은 걸 나에게 주고 나한테는 비싼 걸 사달라는 건 뭐지 싶었으나 쿨하게 사주고 말았다. 그 이후 A는 편입한다며 학교를 관둬서 그냥 관계 끝!

2. 외국에서 살고 있는 B 아저씨의 선물

페이스북을 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은 젊은 사람이, 페이스북은 어르신(?)들이 꽤 있다. B는 페이스북으로 2년 가까이 댓글만 주고받는 사이인데 한국에 볼일이 있어 한국에 온다는 거다. 나를 굳이 만나겠다고 시간을 내달래서 시간이 없어 뵙기 힘들고 혹시 점심때 회사로 잠시 오심 볼 수 있다 하니, 친구분과 두 분이 내 회사로 오셨다. 마주한 그분은 70대 남자분. 밥 먹고 헤어지는데 선물이라며 종이봉지를 내미셨다. 부담스럽다고 괜찮다 했는데 주시길래 자리에 돌아와 보니, 그 안에는 남자 향수 새것과 남자 지갑이 들어 있었다.

엥 남자향수? 신랑 줘야 하나? 그러다가 지갑을 보니 지갑에서 자꾸 까만 가루가 떨어진다. 자세히 보니 가죽아래가 삭아서 가루가 떨어지는 거였다.

도대체 쓰던 지갑을 왜 준 건가 해서 최대한 정중하게 '쓰던 지갑을 왜 주셨냐? 혹시 무슨 의미가 있는 지갑인가요'라고 여쭸다.

그랬더니 새지갑인데 사용 안 하고 뒀던 거라 헌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것. 나도 10년 넘은 신발에서 가죽 가루가 떨어진 적이 있다. 딱 봐도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가루가 떨어지는 지갑을????? 차라리 안 줬음 기분이라도 상하지 않았을 걸 왜 낡은 지갑을 굳이 준건지 생각할수록 기분이 좀 꿀꿀했다.

저 아래 까만곳에서 계속 가루가 떨어짐

사람을 좋아해서 잘 만나고 잘 친해지지만 바쁘고 귀한 내 시간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도 들고, 누군가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보인 것 같아 답답했던 하루였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