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Jan 16. 2021

언제 어른이 될 겁니까?

성숙한 어른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인가.

요즘 병원에는 한참 실습생들이 와서 실습을 하고 있다.  10주라는 과정은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꽤나 긴 시간이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일을 잘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너무 못해서, 너무 사고를 쳐서 등등 다양하게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있었다.

말이 학생이지 대학교를  다니다가 약학대학 입문 시험을 치르고 온 사람들이라 실제  실습생의 나이는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꽤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A양은 평소 셀카 찍기를 좋아했다. 실습 중간에도 그렇게 중간중간 사진을 찍더니 급기야 개인 SNS에 병원 약국 사진을 꽤 여러 개 찍었다.

무방비로 노출된 다른 약사들 사진은 물론, 우리가 일하는 곳 모습을 적나라하게 찍어 올렸다.


거기다 일 안 하고 놀다가 찍은 사진에 이런 제목이 붙어 있다: 


   <꿀  떨어지는 OO병원 너무 좋아> 


마침 다른 약사가 다른 걸 검색하다가 발견해서 망정이지 도대체 이런 걸 얼마나 더 올리려 했을까?

실제 실습생은 학생의 역할만 주어지기에,  바쁘게 우리가 일할 때도 멀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자칫 누군가 보면 가운을 입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다.

아마 이제 약사가 되어 어딘가에서 열심히 SNS를 하고 있겠지. 


혹시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공간에서는 그 장소에 맞는 예의를 차리자.  

B군은 회사를 관두고 다시 공부해 와이프와 아이가 있는 상태로 나이 30대 후반에 약대에 다시 들어왔다. 누가 보면 부장님 포스를 풍기는 분.

대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경력이 있었던 분이라 앉아만 있어도 중후해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실습을 배우러 온곳. 사장님이 공장 시찰을 나온 것도 아닌데 너무 앉아만 있으니 한마디 해야 하는데 다른 약사들보다 나이가 많으니 다들 어려워 말을 못 꺼낸다.

결국 내가 나서서 뭐라 해야 자리에서 일어나네. 

이거 뭐지? 우리는 가르쳐야 하는데.. 난 선생이고 넌 학생..... 하아~부장님!


C군은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다. 아마 좋은 집에서 서포트를 통해  약대에 다시 들어갔나 보다. 그런데 과제를 시키면 엉망, 퀴즈를 봐도 엉망, 정말 영혼은 집에 두고 온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실습은 패스일 테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나 싶었던 듯. 우리가 주는 점수가 실습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래도 배워야 하는 장소에 왔다면 최선까지는 아니라도 집중은 해야지.

도대체 영혼은 어디로? 영혼은 좀 챙겨 다니자 제발~


D군은 물어보거나 과제를 내면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은 잘한다. 그런데 대답만 잘한다. 과제 평가를 해보면 늘 엉망이고 성의가 전혀 없다.

심지어 눈 오던 화요일, 실습 담당 약사한테 전화가 왔단다.


"오늘 눈 많이 오는데 우리 애가 차를 가지고 갔어요. 올 때 차 밀리니까 실습 좀 빨리 끝내줘요."


그래서 결론은?  어이없게 과장님이 빨리 보내주라고 해서 다들 빨리집에 갔단다. 

눈 올 때 차는 다들 막힌다고.. 나도 집에 가고 싶다고.

그런데  30세가 다 되어가는 사람이 왜 그런 걸 엄마가 전화하는데? 왜왜왜!!!!

나이가 찬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빨리 성숙해지는 사람도 있고, 몸은 컸는데 아직 아이인 사람도 있다.

인생을 엄마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 이제 알 때도 되었는데~


물론 지금 하는 일이 진정한 사회생활이 아니라서 더 쉽게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분으로 왔던지 자기가 있는 곳에서 잘하는 사람은 어딜 가도  마찬가지로 잘하더라.

일 잘하던 실습생 중 한 명은 지금 우리 병원 약사로 들어와 여전히 일을 잘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할 줄 알기 때문에 어딜 가도 잘할 것임을 안다.


성숙한 어른으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가?

일단 정신독립부터 시작해라. 부탁한다. 정신독립!

관리하자 멘탈 관리!!



작가의 이전글 눈 오는 날 동심으로 돌아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