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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동심으로 돌아가다.

아이 같은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

by 에너지드링크

이번 겨울 들어 눈이 자주 온다.

예전에 나도 아이 일 때는 눈이 너무 좋았다. 하얀 눈을 맞으며 뛰고 구르 진짜 신났다.



하지만 어느새 어른이 되고 나니, 나에게 <눈>이란 존재는 그저 불편한 점만 떠르는 것이 되어버렸다.


일단 우산을 써도 눈이 계속 들어오니 옷이며, 머리가 다 젖는다는 것.

또 길이 미끄러워 걸어 다닐 때도 힘든 것.

거기다가 버스라도 타면 기어가는 차들 때문에 너무 막힌다는 것.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눈 오는 세상은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저번 주에도 눈 때문에 흥분한 아이들이 밖

으로 나가자고 하는데 나의 첫마디는 바로~~


"안돼~~ 미끄러워"


그날도 일이 끝나고 너무 피곤해서 눕고 싶은 마음뿐이라 아이들의 요구는 조용히 묵살되었다.

어제는 큰아이 방학인데 오후에 봐줄 사람이 없어 내가 오후 휴가를 집으로 왔다.

집에서 큰 아이 숙제를 봐주고 둘째를 찾으러 어린이집에 가려고 문 밖을 나서는 참이었다.


세상에! 그새 바깥이 온통 눈 세상이다.

속으로는 ' 아까 이 좀 빨리 찾을걸. 이 미끄운 눈에 나가다니' 불평이 나오려고 할 때였다.

첫째 아이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너무 예쁘다. 정말 좋아~~ 꺅~"


그랬다. 눈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녀석. 그 행복한 표정만 봐도 내가 다 행복해졌다. 그래서 나도 순식간에 내 감정을 바꾸기로 했다.


'이 순간을 즐기자.'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맞으며 거리를 걸어보니 짜 행복감이 올라왔다.

나란 여자, 도대체 언제부터 낭만이 사라진 걸까.

눈 구경하랴, 눈 밟는 소리 듣느라 정신없는 첫째랑 여느 때보다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둘째를 찾았다. 그때 어린이집 원장님이 머리에는 눈을 가득 맞고, 손이 빨갛게 된 상태로 저쪽에서 걸어오신다.

어린이집 원장님 작품

"어머님, 제가 눈 사람 만들었어요. 하하하"


해맑게 눈 사람을 만든 원장님 작품을 보니, 어른이 된다고 낭만을 잊은 건 나뿐인가 보다.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 어느새 동심을 잃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 동심 장착하고 눈 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려본다. 런데 역시 몇십 년간 눈 장난을 안쳤다고 눈 굴려 뭉치기도 쉽지 않다.

이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ㅜㅜ

눈 사람 만들기는 실패하고,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다가 머리도 젖고 옷도 젖었지만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고 즐겁게 떠들었다.

첫째가 만든 꼬마 눈사람

그래 이거면 되는 거였는데~~ 잃어버린 동심과 낭만을 찾은 날! 나도, 아이들도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그날 저녁. 행복감에 취해 안 하던 행동을 했다. 신랑 차에 가득 쌓인 눈을 빗자루로 열심히 치워준 것.

그리고 자랑스럽게 전화했다.


" 여보야, 내가 빗자루로 차에 눈~~~"

" 그럴 필요 없어. 면으로 된 것 아니면 하지 마. 흠집 생겨."

"나 이미 했는데...."

"(침묵) 그래, 나 오늘 늦는다."


힝. 행복감에 오버 액션으로 우리 차에 흠집이 백만 개 생겼다. 자려고 누웠다가 이불 킥 날릴 뻔.


오늘 눈을 떠 오른팔과 손목이 아파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

'근육 이완제' 한 알을 먹으며 어제를 생각하며 피식 웃는 나.

차한테는 미안하지만, 행복이 별거냐! 이런 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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