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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Apr 20. 2021

머리로는 이해하나 감정이 내게 아니라고 한다.

요동치는 감정 앞에서.

어린이집 옆코로나 환자 수용 테스트 시설 들어왔다.

처음에는 시설이 제대로 설치된다는 것만 보여준다고 했다.

부모들에게 이해나 양해를 구한 것은 아니고,  적당한 장소였기 때문이라며 이미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통보되었다.

물론 그 시설은 어린이집과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설치가 되었고 직접적으로 아이들과 접촉할 우려가 있는 시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은 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혹시라도 코로나 환자를 정말로 받게 되면 아이들과 접촉할 우려 없을까?

정말 괜찮을까, 저 시설 안에 정말 테스트만 하는 걸까? 가려진 가림막 사이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철거를 하기로 약속한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시설은 철거되지 않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진짜 코로나 환자를 받아봐서 시설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드디어 시설을 시작할 때도 안 열린 어린이집 부모 대상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다수의 부모들은, 협의도 없이 시설 설치가 진행된 점에 1차로 화를 냈고 2차로는 자꾸 말이 바뀌는 것에 대해 화를 냈다.

분명히 환자는 안 받는다고 했는데도 버젓이 2주간 환자가 들어온다고 다시 말이 바뀌었다.

반드시 이번 일은 해야 한다는 시설 측과,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다니니 불안하다는 부모. 어느 쪽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완벽하게 가리고 정말 2주만 환자들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고 어린이집 간담회는 종결되었다.


살면서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는 일이 있다.

비록 어린이집 옆이지만 가림막도 있고 위험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하필 왜 아기들이 있는 어린이집 옆에 버젓이 그 시설을 세워서 다들 불안에 떨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감정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과 감정이라는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산다.


간담회에서 쉴 새 없이 우리의 K방역 수준을 믿어보시라며 절대 위험한 일은 없다고 했다. 그래 우리나라 K방역이 참 대단하지. 그런데 왜 감정적으로 찝찝하냔 말이다.

  내 마음속에 무엇이든 받아들였던 때를 떠올려보면, 완벽하게 상대에게 믿음이 가고 불쾌의 감정이 없었을 때 그러했다.


우리는 유쾌한 감정을 중요시 하지만, 그것보다  불쾌의 감정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좋은 감정을 느껴야 나도 움직인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해야지라고  생각동이 잘 안 되는 것은, 내 감정이 내 생각을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부터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생겼다.

머리로는 이해돼도 감정이 너무 상한 탓인지 회복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문이 늘 열려 있어야 하는데 어느새 열쇠까지 걸어 잠근하다.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언제나 시련이  닥친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인가  아니면  깊은 자국을 남길 것인가.

 다행인 건 예전보다 확실히 회복 탄력성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괜찮아질 것이다.



그림: 글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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