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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Apr 26. 2021

50년 회사원.

몇 가지 깨달음

우리 아빠  얘기다. 50년을 회사원으로 지냈다.


 처음에는 그 숫자를 듣고, ' 우리 아빠, 참 오래 다녔구나.' 수준이었는데  오늘 아침 출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갑자기 50이란 숫자를 떠올려 봤다.


100세 시대, 보통 정년이 60 30-40년  다니고 은퇴. 이후에 40년 정도는 일없이 지내는 게 정상일 터.

 그런데 우리 아빠가 그보다 10년은 더 다니고 계시다니!

(물론 정규직은 이미 끝났고 작은 회사에서  계약근무 중이시다. 사장 아니고 직원임을 밝혀둔다.)

50년을 다니려면  가지가 맞아야 한다.


우선 회사가 그를 필요로 해야 한다.

남의 돈 벌기 쉽지 않다. 친한 언니는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실적이 없다고 잘렸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돼야 한다.


또한, 늘 시달리는 퇴사의 유혹을 이겨야 한다. 겨우 17년 다닌 나는 이미 여러 번의 퇴사와 입사를 반복했다.  나날이 조여 오는 실적 압박이며, 말 안 듣는 후배, 얄미운 상사를 극복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백번도 더 낸 사표를 실제로  내밀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다.

출근하기 싫은 모든 날을 극복해야 한다. 결국 나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건강 관리. 아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큰 이유는 결국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거나,  죽었기 때문이다.ㅜㅜ

물론 젊어서 죽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나이 들고  아프다가 죽는다.

갈수록 수명이 늘어나니 이제는 병을 극복하기보다 병과 같이 지내며 늙어가는 시간이 길어질 터.

꼭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건강은 챙겨야 한다. 몸이 건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참 여러 가지가 도와서 아빠가 회사를 건강히  잘 다니고 계심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침에 눈떠서 회사가 가기 싫었던 수많은 나날을  어떻게 극복하셨을까 존경스럽다.


가끔 고향 친구들은 일 안 하고 가지고 있던 땅이 올라  다들 부자라며, 나는 작은 집 한 채뿐이라고 자조 섞인 말씀도 하시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자가 꼭 돈 많다고 부자인가요?

저는 덕분에 잘 컸고  성실성도 배웠고요.

회사를 관둔 지 몇 년 지난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라며 때 되면 선물을 보내고, 그걸 또 그냥은 안 받는다며 다른걸 더 챙겨주시는 분.

당신은  성실함의 끝판왕, 인복 부자가 맞습니다!


아빠, 건강하게 제 옆에 오래 계셔주세요.  

사랑합니다.


-무뚝뚝한 딸이-


♡그림: 글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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