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Apr 14. 2021

꼭꼭 숨어라.

숨어도 드러나는 것

또 들켰다.

병원 약사님 중 한 분이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말았다.


"인스타에 올린 거 잘 봤어요~"

"하하. 어떻게 찾으셨대요?"

(여유로운 척 하지만 무척 어색함)


예전에 다니던 병원 동료들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경우가 있었다. 

한 명이 툭 던지듯,

"약사님 근황  잘 보고 있어요. 재미있게 사시네요"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새삼  온라인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인스타그램 지인 추천  알고리즘이  알려주었을 것이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다.


을 쓰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길 바란다.

이때의 나는 아주 유명한 작가며 강의자가 는 꿈이 실현된 것 같은 상상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 사생활과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싫을 때가  있다. 그냥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도 하다.


그래서 처음 나의 외부(?) 활동을 알게 된 동료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얼굴이 완숙 토마토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고 나는 돌처럼 굳었.

이후로 나를 발견한 동료가 한 명 두 명이 되고 몇몇이 되니 이제  가끔  내 글을 보고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다.

(다른 파트에서 근무하면 같은 부서라도 대화가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 이번 달을 시작하며 나를 알려보겠다며  마케팅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나를 홍보하고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지인이 알아봐 주는 것조차 어색하다.

나도 가끔 나를 모르겠다.

어쩌면 남인숙 작가님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책에 나오는 '사회 버튼'을 연신 눌러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도  또 꺼져가는 사회성 버튼을 눌렀다.

 계속 글도 쓰며 나를 알리는 한편 아직도 이 모든 게 어색한 나.

무엇인가를 사랑하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글쓰기가  좋다.

 글을 알리고 싶기에 이 어색함을 참아본다.


 그러니  동료들아, 내 존재를 알았으면 '구독'  '라이킷'이라도 눌러라^^


그림: 글 그램






작가의 이전글 바이올린과 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