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온도
아주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가 있다.
엄마는 젊었을 때 라디오 방송국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쓴 글이 꽤 재미도 있고 흥미진진해서 방송 사연으로 채택이 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연 당첨 선물로 다양한 걸 받아 오셨다고.
우리 집에 처음 있었던 침대, 냄비 선물세트 등 큰 것부터 소소한 것까지 그 품목은 다양했다고 한다.
처음 엄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막연히, 우리 엄마는 '글 쓰는 재능'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70이 넘은 엄마에게 내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작가라고 하니 엄마 말씀이,
'엄마 닮아 글솜씨가 좋은가 보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다.
사실 글은 어릴 적부터 친언니가 더 잘 썼다.
초등학교 때부터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다니고 과학 경시대회, 글짓기 대회 등 대회란 대회도 다 언니가 나갔다.
늘 먼발치에서 부러워하며 '언니는 좋겠다'를 반복하던 나.
그냥 언니가 부러워서 '나도 00 했으면~'이 반복되었고 부지런히 언니가 하는 건 다 따라 했다.
신기하게도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공부도 잘하고 상도 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나고 보니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투는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나는 한동안은 꿈 없이 살았다. 꿈 없이 살다가 나도 꿈이라는 것을 가져 보자고 떠올렸던 것이 '작가'다.
카페에 글도 썼고, 브런치 작가도 하고 있지만 나는 출간 작가에 대한 꿈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런데 출간 작가의 꿈을 품은 이후, 내 주위에서 출간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진심으로 축하를 하다가도 문득 혼자 있는 시간에는 마음이 슬퍼졌다.
작년 7월 투고, 9월 투고 이후로도 좋은 소식이 없었다. 9월에 했던 투고 내용은 내 직업과 관련된 것이라서 내용을 다듬어서 크몽 전자책으로 올 1월 출간을 했다.
하지만 원래 꼭 쓰고 싶던 것을 이번 해 2월 중순에 다시 투고했는데 아무런 소식 없이 또 2월 말이 되어 버렸다.
다들 쉽게 작가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또 투고만 하면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는데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다.
성공자들은 불타는 열정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당연히 될 것임을 알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과도한 집착은 결핍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도 알고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지금 내 마음의 온도는 열정과 집착 그 어디쯤인 것 같다.
길을 지나가다가 보면 코로나가 왔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없이 자연은 정직하다.
진짜 봄이 오려나보다. 나무들에 아주 작은 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3월에는 이 열정과 집착 사이의 내 마음의 온도를 다시 점검하고 더 유연한 내가 되고자 다짐해본다.
결국 이루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에게 올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내 마음에 온도를 열정과 집착이 아닌 사랑으로 맞춰본다.
언젠가 이 글을 보며 '그럴 때가 있었단다.'~라고 웃으며 내 딸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 왠지 감성에 젖은 2월의 어느 날 아침-
그림: PNG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