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Mar 12. 2021

책 출간 계약까지(2)

글쓰기 교실은 필요할까?

불현듯 떠오른 글감으로, 새 글을 미친 듯이 써댔다.

한 달 만에 틈틈이 썼는데도  A4  60장 분량이 나왔다. 생각하고 있는 출판사도 있었고, 어떤 것을 쓸지 명확하니 생각보다 글 쓰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렇게  쓴 글로 우선 두세 군데만 투고하고 주말쯤 몰아서 투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 그 주에 출판계에 유명한 대표님이 하시는 <책 쓰기 1 day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 쓰기에 대해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 특강을  들어보고 좀 더 보완해서 원고를 내면 더욱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얼른 강의를 신청했다.


내가 처음  들어 본 <책 쓰기> 강의였다.

저녁 퇴근 후 부랴부랴 찾아간 강의장에는 이미 사람이 많았다.

(이때도 코로나 때문에 철저한 방역 지침에 따라 중간중간 자리는 비어 있었다.)


책 쓰기 강의를 하시는 대표님이 나와서 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나 와 닿았다.

글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책으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책 쓰기와 글쓰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쓰기와 책 쓰기의 차이를 알고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내 이름으로 나온 책이 나올 수 있다.

-강의 내용 중 일부-

강사이자 작가님인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특강 후 책 출간 작가님들의 간증(?) 시간이 되었는데 다들 <책 쓰기 교실>을 만나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하셨다.

이 특강 후에 설문을 작성하였고, ' <책 쓰기 교실>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항목에, '당연하지!'라며 체크 표시를 했다.


며칠 후 한통의 전화가 왔다.

대표님께서 직접  전화하시길, 책 쓰기도 관심이 있고 원고도 있다면, 먼저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셨다.

약속한 날은 마침 결혼 소식이 있는 친구를 축하해 주러 만나기로 해 오후 휴가까지 낸 상태라 타이밍도 완벽했다.

친구를 한껏 축하해 준 후 집에서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이었지만  가는 내내 나의 마음은 너무 신났다.

혼자 들떠서 머릿속에는 오만 생각이 스쳐갔다.


'오늘 계약하자고 하시면 어쩌지?'

' 떨려.!  나 이러다 바로 작가 되는 거야?'


반갑게 맞아주신 대표님을 따라 들어간 상담실에서   내 원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순간, 또 한 번 내가 얼마나 혼자 허상 속에 빠져있었나 뼈저리게 달았다.

내가 쓴 글은 에세이도 아니고 정보성 글도 아니었다.

일단 제목과 내용은 매칭이 되지도 않았고 장르가 모호한 글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혼자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걸어온 게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마음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뼈 때리는 조언을 듣고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 대표님이 고마웠다. 말미에는 혼자서 글을 쓰기 힘들면 이 분이 하시는 <책 쓰기 교실>을 추천한다고 하셨다.

갑자기 '나 혼자 쓰는 글이 이렇게 문제가 많을까?'라는 고민이 작되었다.


내가 속한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브런치 글을 쓸 때는 글이 제법 재미있고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는데  책쓰기랑은 인연이 없는 걸까?


막상 바로 그 수업을 듣겠다고 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너무 컸다.

자비로 출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돈쯤이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 목표는 내가 쓴 글로 출판사를 통해 출판할 것. 내가 쓰는 글을 호응해 주고 지지해 주는 곳에서 출판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며 둘러보니 이곳 말고도 책 쓰기 교실 같은 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한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세상에 작가들도 너무 많고 그들이 운영하는 책 쓰기 교실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만 보인다더니 다들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 보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세상은  전문가 지였다.


그들 중 누군가와 같이 해야 할까?

복잡한 마음속에 결정이 쉽지 않았고 준비하던 다른 일을 해나가느라 책 쓰기는 다시 안드로메다로 사라졌다.

출간 작가라는 것은 내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어서 이 일을 하다가도 걸리고, 저 일을 하다가도 걸리는 일인데 껄끄러우니 더더욱 보기 싫고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마음이 불편하니 더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2020년이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됩니다 커밍쑨-


*그림:글 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책 출간 계약까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