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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May 14. 2021

ENFJ 초코바 사건

듣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병원 약국에 근무 중이다.

한 번은 다들 재미로 MBTI 검사를 했다.

 나 빼고 나머지 약사  모두  I로 시작하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I형은 내향형,  E형은  외향형이라는데  나만 ENFJ가 나온 것.

그나마 직원 세명 중  한 분이 나랑 같은 검사 결과가 나와서 우리 부서에서 오직 두명만 외향형 인간이라는 게 밝혀졌다.


아니 약사들  나름 활발하고 외향적인데 왜 이렇게  근무지에는 내향형 향이 두드러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인가.

당연히  재미로 한 성향 테스트라 큰 의미는 두지 않으 했다.

물론 나는 외향형 중에서도 조금  시끄러운 편 하다.

내가 안쪽 자리에서 일하며 말을 해바깥쪽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잘 들린다고  한다. 심지어  복도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니 늘 조심하려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한참 전 일이다. 일 때문에 간호조무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과장님이 방에서 나오시며 내게 물었다.


"뭐 재미있는 일 있어?"

"니요. 그건  아니고  일하는 데... (목소리 작아짐)"


 단지 목소리 때문에 일 안 하고 농담  따먹 하고 있는 줄  아신 건지 살짝 기분이 상했다.

(일터에서 일 잘하게 보이는 것도 기술인데, 일을 해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 뭔가 ~)

부서 휴게실에 냉장고가 하나 있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 꼭 자기 음식에  이름을 써놓지만, 가끔 이름을 안 써놓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지도 모르고 두는 것들이 있어 정기적으로 관리를 안 하면 상한 음식들이 나온다.


이틀 전이었다.

냉장고에 뭘 넣으려고 열다 보니  이름도  쓰여 있지 않은 에너지 초코바가 세 개나 있었다.

유통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냉장고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초코바를 발견한 나.  

나는 또 특유의 E형 우렁찬 목소리로  이름도 없는데 배고플 때 먹어야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당연히 같이 있던 다른 동료들은 주인이 있어도 까먹었을 것이라느니, 그걸 먹으면 안 된다느니 하며 유쾌하게 대화를  마무리짓고 그날은 그렇게 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음료수를 꺼내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초코바 세 개가 사라졌다ㅋㅋ

분명 휴게실에서 이야기할 때 나랑 대화한 두 명 외에 다른 두 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은 안 나고~~

그들 중 하의 것이었던가? 아니면 바깥에 있듣게 된 그 누군가일까?

아무리 I형(내향형)들이 많은 직장 환경이라지만, 왜 내 거라고 말을 못 하느냐 말이다!

분명  누군가는 그날 어딘가에서 듣고 있었다.


이래 봐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걸 먹을 사람은 아니!

내향인들아  ~그냥 자기 것이면 자기 것이라고 말해도 된다. 나 그렇게 악질나 갑질은  안 하는 여자라고.

그냥 유쾌한 농담을 좋아하는 외향인지만 상처도 잘 받는는 거 기억해달란 말이다.


그나저나 초코바 주인님. 먹긴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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