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7일
- 퀸즈컵 항공, 비자, 숙박 확인하기 (고진영, 김민선, 이승현)
- 챔피언스 트로피 항공 & 숙박 신청하기 (오지현)
- PGA투어 차이나 항공, 숙박, 하우스캐디 신청하기 (김비오)
단 하루의 업무 노트 내용인데, To do list에 3개 대회의 항공, 숙박 등에 대한 내용이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 특히 골프와 같은 개인종목선수들의 에이전트 및 매니저라면 선수의 대회출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국내 골프투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니저 도움 없이 직접 이동을 한다.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은 부모님 중 한 분과 차나 비행기(제주도 등)로 이동을 한다. 남자 선수들은 부모님과 같이 다니기보다는 캐디와 함께 이동을 하는 비율이 높다.
우리 같은 매니지먼트사 직원들은 국내 대회에는 함께 이동하지 않고 따로 이동한다. 그리고 대회장에서 선수들을 만나 업무를 시작한다. 주로 1라운드 전날 대회장이 있는 지역에 도착해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현장에 있다가 복귀를 한다. (회사마다 그 빈도, 인원수 등에서 차이는 있다.)
압도적인 전력차로 우승했던 한국팀, 2016년 코와 퀸즈 컵 그런데 해외대회는 다르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 참가로 인해 해외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지만 해외 대회 참가를 위한 행정적인 준비는 매니지먼트사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적인 부분이 크다. 그리고 선수들은 매주 대회 참가로 여유가 없기도 하고.
골프선수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대회참가를 위해 움직이는 해외출장의 경우 대부분 아래와 같다.
국내 KLPGA 투어 대회지만, 해외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
선수의 별도 자격으로 해외투어(LPGA, LET, JLPGA)에 출전하는 경우
해외투어 시드 확보를 위해 퀄리퐈잉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경우
사실 골프선수 매니지먼트 일을 하면서 가장 핸들링하기 난감한(어려운 게 아닌) 일 중 하나가 해외대회참가였다. 이유인즉슨 뭔가 국내처럼 어떤 일들에 대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선수, 캐디, 관계자 등 대단위의 인원들이 동시에 이동하면서 생기는 문제, 음식 문제, 건강 문제 등 무언가가 항상 일어난다.
특히 호텔의 경우에는 예약상황과 다르게 룸이 없거나 혹은 룸타입이 다르다던지와 같은 변수가 항상 있다. 먼 시간을 이동해서 체크인을 하는 선수입장에서 계획한 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화살은 온전히 담당 에이전트에게 날아올 수밖에 없다. (실수든 혹은 아니든)
중국에서 열렸던 현대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그래서 해외 대회 준비는 '속도'와 '확인'의 일이다. 무엇보다 한국 내 대회 참가보다 경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빠르게 항공 및 숙소를 예약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는 미션을 성공해야 한다. 예전에 항공 예약과 관련해서 나의 오판으로 진땀을 흘린 에피소드가 기억이 난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신규 KLPGA 대회의 항공권을 예약해야 했는데, 마침 그 대회를 우리 회사의 대회팀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해당국가의 항공사와 연계하여 선수들의 직항노선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것만 믿고 기본적으로 원래 있던 노선의 항공권을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좀 안일하게 생각했다. 계획과 다르게 항공사 측과의 협의는 틀어졌고, 결국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항공은 준비해야 했다. 대회 개최소식을 알았을 때 기존에 있던 노선을 그냥 예약했더라면, 저렴한 금액으로 항공권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엄청 자책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선수의 항공 노선체크를 위해 임시로 예약했던 항공권 비자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대회 주최 측에서 비자와 관련된 가이드를 주기 때문에 참고해서 준비를 하면 된다. 한국선수기준으로 미국은 ESTA로, 일본은 꼭 상용비자로 가야 했고, 중국도 10년 전에는 관광비자로 갔었는데 비즈니스 비자를 발급받아 대회추전을 했다.
비자와 관련해서도 큰일을 한번 겪은 적이 있다. 한 소속선수가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로 캐나다에서 열리는 퀄리퐈잉 토너먼트를 치르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물론 그 항공권도 내가 예약했었다. 선수가 이동하는 과정에 카톡으로 서로 소통하며 필요사항들을 더블체크했고, 문제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선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캐나다도 비자가 있어야 되는데 왜 말씀 안 해주셨어요?"
당황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헉, 그럼 출국을 할 수 없는 건가? 대회도 할 수 없는 거고'
그리고 그 선수가 바로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신청해서 처리했어요. 출국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통화를 끝낸 뒤, 떨리는 손으로 검색을 했다. 캐나다도 미국처럼 비자면제국가에게는 단기 여행을 위해 ESTA와 같은 전자승인제도(ETA)를 운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ETA는 정말 몇 분 만에 빠르게 승인이 되는 것도 선수와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캐나다는 방문할 때, ETA가 필요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당시에 캐나다 일정을 준비할 때, 비자의 필요 유무를 누군가에게 물었고, 우리나라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은 통상적으로 영사관에 여권을 맡기고 신청하는 그런 비자준비가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걸 캐나다가 비자면제국가라 그냥 별도의 준비가 없이 입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날 결혼준비를 위해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한동안 둘러보는 집들이 눈에 안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해외대회출전에 대한 3종세트 (항공, 숙박, 비자)가 대단한 일 같았는데 알고 보면 우리가 여행 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렴하게 좋은 숙소와 좋은 시간대의 비행기를 잡는 것. 그것과 똑같았다. 물론 경험이 쌓여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해외대회출전 준비는 '속도'와 '확인'의 문제이다.
퍼팅도 속도와 확인의 문제인것 같기도 하다.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의 고진영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