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육부장 Feb 11. 2024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실패였던 PGA 투어 일을 하고 나서

2018년 1월 15일


- 김비오프로, Exuma 대회 숙소 1일 연장하기

- Health Plan 등록하기

- 유나이티드, AIVS 등록하기

- 멕시코 대회 셔틀 예약하기

- 애틀란타 체류기간 연장하기



지금은 콘페리투어로 바뀐 PGA투어의 2부투어, Web.com 투어

김비오선수와 함께 일했던 시기가 있었다. 원래 전 회사, 갤럭시아SM에 영입이 될 때 담당하셨던 분이 퇴사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내게로 업무가 넘어왔다. 그게 2017년부터였던 것 같다. 신인 시절,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비오선수는 그 후 약간의 슬럼프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의 퍼포먼스와 별개로 항상 큰 무대를 바라보고 또 도전하는 훌륭한 선수였다. 마침내 그런 노력들이 빛을 발해 PGA투어의 2부 투어 격인 Web.com 투어(현재: 콘페리 투어)에 진출했고, 나도 처음으로 PGA투어 일을 하게 되었다.

2014년도에 갤럭시아SM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하게 된 PGA투어 일이라 쉽지는 않았다. 일단 일 그 자체는 다른 여자선수들의 일과 비슷했으나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주변에 이 PGA투어 특히 Web.com 투어 일을 해 본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현장에 가지 않고 오로지 이메일과 전화로만 일을 했다.


그래서 일을 어렵게 풀 수밖에 없었다. 유경험자가 있었다면,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참고를 한다던지 혹은 막히는 부분에서 물어볼 수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더군다나 호텔, 렌터카 등의 예약을 하면 아무리 잘 체크를 하더라도 현장에서 예약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그 수습을 온전히 전화로 해야 했는데 이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선수는 현장에 있고, 담당자는 한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

선수 매니지먼트라는 일의 특성상, 모든 일을 수익과 연결시킬 수는 없다. 실제 위의 업무들은 팀의 수익적인 부분이 발생하는 건도 아니었다. 조금 더 장기적인 목표를 기대하고 진행했던 일이라 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게는 다른 일들이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 매일같이 연락 오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


결국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의 퀄리티도 만족스럽게 처리되지 못했다. (선수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처음 해당일을 맡기 전, 나에게는 선택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업무를 미국 현지에는 다른 누군가에게 아웃소싱을 준다.

내가 직접 한다.


그런데 나는 직접 해보겠다고 결정했다. 그 이유는 이미 정상급 여자선수들은 회사에 많으니 남자선수들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었다. 여전히 기억하는 것은 한국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김비오선수가 Web.com 투어 QS에서 카드를 확보했을 때 나도 엄청 기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비오선수의 일은 내가 경험이 부족하고 한국과 미국 간의 시차가 있고 현장에 가지 못하는 데다가 눈앞에 다른 일들이 먼저 치고 나왔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됐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일을 해놓고도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밤이면 갑자기 오는 연락에 가슴을 졸였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런데 자존심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시즌 중에도 회사에 혹은 상사에게 보고해서 상황의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서 깨달은 사실은 분명하다.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큰 일들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그 일이 자신의 능력 밖이라면 '못한다.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조금 더 잘 되어야 한다. 그게 개인의 성과와 별개로 팀 퍼포먼스에 더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면? 그럼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모든 쏟아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