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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Feb 25. 2024

골프 에이전트가 비시즌에 하는 일들

2017년 2월 7일 

- 김민선프로 모자 확인 후 발주 진행하기. 

- 스폰서십 제안서 새로운 포맷 만들기. 

- 안신애프로 브랜딩 샘플 뽑기 (벤츠코리아, 서산수 CC 추가) 



골프선수와 일한 지 이제 13년 차가 됐다. 꽤 오래 일한 셈이다. 그중, KLPGA 투어 선수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끔 남자선수들 혹은 LPGA 선수들과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주로는 KLPGA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KLPGA 투어는 해마다 다르지만 4월에 국내 개막전을 치르고, 11월 둘째 주에 시즌을 마친다. 


매년 동남아국가에서의 대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3월 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오픈이 2024 시즌 KLPGA투어의 개막전이다. 지금 우리 팀은 이 해외대회참가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그리고 KLPGA투어의 비 시즌은 보통 12월, 1월, 2월을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3월 대회들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시즌이 끝난 뒤, 12월에서 그다음 해 3월까지를 비시즌으로 본다. 이 비시즌 기간 동안 선수들은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4~8주간 다녀오며 실력을 다시 갈고닦는다. 그럼 우리 골프에이전트들은 이 비시즌에 어떤 일을 할까?


1. 선수 후원 계약 

가장 크게는 후원 계약이다. 사실 선수 측에서 에이전트(매니저)들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크게는 메인, 서브(클럽, 의류, 기타 등등)로 나눠져 있는 골프선수 계약은 꽤나 복잡한 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메인후원계약에 대한 도움을 선수 측에서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메인 후원 계약을 비롯한 다양한 계약들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안하고 협의하고 계약서에 날인을 하는 일까지가 우리의 일이다. 보통은 1월 1일에 계약이 발효하고 12월 31일에 만료되는 형태가 많아 12월 말에 대부분의 계약 협상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협상이 원활하지 않거나 혹은 나름의 이유로 해를 넘겨서 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꽤 있다. 주니어에서  프로턴을 하거나 2부 투어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아닌 재계약의 경우, 이미 시즌중반부터 재계약 협상을 위한 동향파악과 눈치보기 등 여러 가지 수싸움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처럼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계약 체결의 난이도가 더 어렵다. 그래서 이 비시즌의 스토브리그가 마음이 무겁고 긴장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2. 브랜딩 가이드 정리 

선수들을 후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로고 노출이다. 그럼 이 브랜딩은 어떻게 정리되는 걸까? 신규 후원사들의 기준, 각 스폿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면적에서 자신들이 노출하고자 하는 기업명 혹은 브랜드(서비스) 명을 정하고 최적의 안을 보완하고 준비한다. 


후원사가 대기업일수록 내부의 CI, BI 규정에 따른 브랜딩을 진행한다. 다만 이러한 내부 규정이 없을 시, 다양한 목적에 따라 디자인 시안을 제안하고 최종안을 정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대부분의 후원사들은 결국 '가독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로고 디자인을 정한다. 


3. 선수 제작물 준비 

이렇게 정리된 로고 디자인 가이드들은 선수들이 착용하는 모자와 옷, 그리고 가지고 다니는 골프백 등에 반영이 된다. 후원사마다 위치는 다르지만, 모자 (정면, 좌, 우측면)와 상의 (가슴 좌, 우측, 팔 좌, 우측)에 로고가 들어간다. 그리고 골프백을 전면 랩핑하거나 혹은 클럽사 골프백 정면에 1군데만 진행을 한다.  


- 모자 

골프선수들이 쓰고 있는 모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성품은 아니다. 모자 업체와 거래하여 만들고 있는 제품으로 국내에는 한 4~5개 업체가 KLPGA투어 내 대부분의 선수 모자를 제작하고 있다. 후원사와의 브랜딩 가이드를 정리하고 나면 샘플 제작을 한다. (최초 진행일 경우) 


특히 모자에는 메인후원사 외에도 클럽후원사(모자 우측면)도 많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항상 함께 챙긴다. 모자는 발주 요청을 하면 빠르게는 한 달 이내 혹은 두 달까지도 걸린다. 특히 여자선수들은 모자의 핏과 보이는 부분들까지 다 신경 쓰기 때문에 샘플 작업이 여러 번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 우산 

골프는 야외운동이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중, 비와 햇빛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그래서 우산은 골프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우산도 메인후원사의 중요한 로고 노출 스폿이기도 하다. 


이 우산도 메인후원사의 브랜딩 가이드에 따라 제작이 진행된다. 골프우산의 경우, 일반 우산보다 길이가 긴 장우산으로 많이 쓴다. 최근에는 사이즈를 줄여 휴대성과 무게감이 줄어든 우산도 쓰는 비율이 늘어났다. 특이 자외선 차단을 위해 내피에 별도 약품처리나 보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 골프백 

골프선수들 대부분은 타이틀리스트, 핑, 캘러웨이 같은 클럽후원사에서 제공한 골프백을 쓴다. 골프백은 클럽후원사에게 꽤 중요한 노출 계좌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만든 클럽을 그 안에 넣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인후원사에서 골프백을 계약사항 내 반영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른다. 


보통 골프백은 클럽사에서 새롭게 제공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위의 모자나 우산처럼 다른 제작업체를 통해 메인후원사의 브랜딩 가이드에 따라 진행을 한다. 요즘에는 통백과 스탠드백 2종류로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4. 캐디 

마지막으로 선수의 퍼포먼스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디를 물색하고 연결한다. 사실 캐디는 선수 측에서 직접 캐디들과 소통하며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을 하면서 캐디들과의 네트워크가 꽤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캐디도 선수 측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면서 일을 진행하게 됐다. 


사실 현재 KLPGA 투어의 전문 캐디 공급상황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능력 있고, 성실한 A급 캐디를 우리 선수와 연결시키는 것도 이제 골프에이전트의 꽤 중요한 업무가 됐다. 만약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변화를 주는 곳이 캐디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시즌 일정이 발표되면, 선수의 숙소 예약을 돕거나 각 대회별 필요사항들을 지원한다. 이렇게 골프에이전트의 비시즌은 짧지만 길다. 출장을 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여유롭지만 계약이라는 큰 과제가 있어 결과에 따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그런 시기이다. 


이제 벌써 2월 말이다. 비시즌이 끝나고 진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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