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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Dec 04. 2023

임희정프로와 함께한 하루

2021년 11월 9일에 썼습니다.


새벽 4시 기상. 소속 선수인 임희정프로(이하 희정)를 집에서 픽업 한 뒤, 브리지스톤 행사 장소인 양평 더 스타 휴로 가는 일정이었다. 전 날 SOIL 챔피언십에서 또 아쉽게 우승을 놓친 희정. 하반기 들어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 대회마다 우승권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선수의 일정을 F/U 하기 위해 차로 이동했다. 12:30 정도에 잠이 들었는데 혹시나 못 일어날까 봐 다람쥐에게 부탁도 했다. 걱정이 돼서 일까 4시에 맞췄던 첫 알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하늘에 감사 인사를 먼저 했다.


"새로운 하루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완벽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씻고 나서 자기 전에 꺼내 놨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혹시나 배가 고플까 봐 먹을거리도 챙겼다. 나쁘지 않았다. 꿀복이가 깰까 봐 조심조심하면서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네이버 네비가 알려주는 시간은 희정과 약속했던 시간보다는 좀 빨리 도착하는 6시였다.

"일단, 가보자!"

사실 주니어 시절에는 선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일단 운전도 능숙치 않았고, 서울 길도 잘 몰라서 실수를 남발했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할 소재들이 많지 않아 먹먹한 시간들이 계속됐다. 그래서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선수들을 잘 못 보기도 하고 여간해서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 잡기가 쉽지 않다. 대회장에서는 경기 때문에 예민하고, 겨우 쉬는날이 생겼는데 그 시간을 또 쪼개라 하는 것도 좀 미안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좋았다. 몇달 전, 박현경프로(이하 현경)를 태우고 대회장을 갔다 왔다 한 적이 있었다. 프로암 날이었는데 아버님께서 다른 일정이 있어 대신 가게 되었다. 약 1시간 반, 왕복 3시간 동안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 기억이 있어서 일까? 오늘 라이드도 기대가 됐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 이야기할 것도 많고 해서 말이다. 어젯밤 늦게 제주도에서 올라온 희정이. 새벽에 나오는게 피곤할 법도 한데 잠들지 않고 의미 있게 옆에 앉아 말동무가 되어줬다.


행사는 폭우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12시정도에 조기 종료가 되었다.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하셨을 브리지스톤인데 너무 안타깝기도 했다. 커피숍에 있다가 호출을 받은 나는 얼른 골프장으로 향했다. 여전히 비는 내렸다. 잠깐 현경이와 현경 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희정도 입구에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원사 재계약과 관련해서 부모님과 상의할 게 있었던 나는 희정의 집으로 함께 갔다. 가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몇 번씩 느꼈지만 언제나 존경할 만한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


희정이에게 과거에 내가 느꼈던 그 생각들을 그대로 전해줬다. 그리고 최근에 나의 생각과 고민들을 이야기해줬다. 희정이 또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서 들려줬다. 오늘 시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기분 좋은 칭찬도 해줬다.

"차장님처럼 자기 일에 열정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노력하시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시고."

기분이 좋았다. 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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