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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Dec 10. 2023

그렇게 손예빈은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간다.

2022년 11월 25일에 썼습니다.


오늘 손예빈프로를 만났다. 언젠가 모든 게 다 끝이 나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시드순위전 끝이 난 뒤, 바로 일정을 잡았다. 단둘만의 데이트. 다행히 내년 시즌에 대한 시드를 따 놓은 터라 좀 더 편안하게 예빈프로를 만날 수 있었다.


브런치를 먹자는 예빈프로의 제안에 로데오 쪽 브런치 카페를 알아본 뒤 한 군데 정했다. 사무실에서의 미팅이 길어져 서둘렀다. 약속시간인 11시에 겨우 맞춰 도착했다. 카페에 들어갔더니 예빈프로가 먼저 앉아있다. 1주일 만에 보는 건데 왜 이렇게 반갑지?


주문을 한 뒤, 근황을 먼저 체크했다. 밀린 학교 과제를 하고, 또 학교에 가서 발표를 했단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해 준다. 바로 발표에 자신 있던 나의 대학생활에 대한 자랑질을 좀 했다.


주문했던 베네딕토가 나오고, 칼질을 시작했다. 다행히 맛은 있었다. 원래는 다른 곳에 가려 했는데 리뷰를 보니 호불호가 갈려 이곳을 선택했다. 조용한 곳일 줄 알았는데 11시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여러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수다 소리가 카페를 가득 메웠다.


https://brunch.co.kr/@dhpark8875/93


가볍게 시작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계속 이어졌다. 그 주제도 다양했다. 둘에게 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오픈했고, 그렇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목이 약간 쉰 듯했다. 대신 마음은 또 후련해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볼 수 있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그리고 올해는 그때와 어떻게 달랐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지점에서 나의 무지함을 사과했다. 나도 예빈프로가 괜찮은 줄 알았고, 그렇게 상반기 내내 믿어 왔었다. 그러다 에버콜라겐 대회 때, 연습 그린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사실 소속 선수와 있었던 꽤 개인적인 이야기나 나의 생각은 실명을 언급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나의 글이 의도치 않게 그 선수에게 피해가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믿음이 생겼다.


영화처럼 단번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하고 또 하다 보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편해졌다. 예빈프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예빈프로는 작년 KLPGA 투어 시드순위전에서 1위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팬들과 세상의 기대와는 다르게 꽤 힘든 모습을 보여줬다. 겨우 62위를 기록한 뒤, 시드전 본선에서 마수걸이로 시드를 유지했다. (19위)


사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채로 정규투어에 데뷔했고, 그게 계속 이어졌다. 예빈프로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운이 좋게 지난해 시드전에서 수석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 다시 내려갔지만 기회를 얻었다.


좋은 체격조건에 드라이버 비거리(약 240미터)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시절 동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예빈프로였다. 프로 턴 이후, 첫 점프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그 이후의 결과들이 좋지 못했고 그렇게 1부 투어 데뷔도 늦어졌다.


골프 그 자체로, 또는 인생적으로도 큰 골자끼에 빠졌었지만, 이제 거기서 나오고 있다.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함에 있어 선수에 대한 목표가 사실 잘 없었다. 그냥 주어진 일을 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는데. 올해 그 목표가 여럿 생겼고 손예빈프로는 그중 하나다.


손예빈은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세상은 곧 한없이 착한 얼굴을 한 아주 무서운 골퍼를 만나게 될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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