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츠 마케팅 기획 전반을 다룬다. 첫번째 시간에는 스포츠도 결국 컨셉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고 두번째 시간에는 분야를 떠나 기획 작업의 기본이자 시작점인 관찰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번째 시간에는 스포츠를 떠나 탈 스포츠적 관점에서 행사를 기획한다면 예기치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가 많다는 점을 말했다. 이번시간에는 어렵게 완성한 컨셉이 실행으로 이어지는데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정리했다.
스포츠 마케팅 기획 공식 4단계
첫째. 결국 컨셉이다.
둘째. 관찰은 기본이다.
셋째. 탈 스포츠적 사고
넷째. 전지적 작가 시점 유지
마침내 어렵게 컨셉을 완성했다. 기획자 눈에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컨셉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자의 관점, 즉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해당 컨셉을 다시 바라볼 시간이다. 내가 기획한 아이디어가 실제 현장으로 옮겨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진입장벽은 높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가 기획했던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예로 들겠다. 현재 모 저축은행에서 후원하고 있는 골프 이벤트는 로레나 오초아, 잭니클라우스와 같은 골프 레전드들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데서 착안했다. 관명권을 활용한 골프 이벤트다.
당시 박세리 선수는 물론 박세리 선수 아버지를 만나박세리 선수 이름을 내건 골프대회를 개최하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상기 이벤트는 결국 다른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에서 성사했다. 박세리 선수 소속사가 제안했기 때문에 더욱 힘이 실렸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다른 회사는 가지고 있지 않은 프라퍼티 컨텐츠를 보유 하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유리하다. 좋은 컨셉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쉽게 벤치마킹 할 수 없는 최소한 진입장벽이 필요하다.
둘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시장성이다.
시장 크기가 크면 사업성이 크지만 경쟁자 수 역시 많다. 시장크기가 작으면 경쟁자 수는 적지만 사업성이 약하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인기 종목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만 경쟁자 수도 많고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다. 그에 반해 비인기 종목은 경쟁자 수가 적지만 소수 사람들만이 주목한다. 시장크기는 수익을 가늠할 수 있기 잣대로 활용되기 때문에 보다 냉정한 시선으로 시장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출범한 프로당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구는 양궁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으며 시장이 크다.국내 당구장 수는 약 24,000여개 인데이는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약 28,000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구는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경쟁자 수도 적은 편이다. 시장성이 확보된 셈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58년생 개띠를 중심으로 활기찬 인생을 즐기는 신중년층인 오팔 세대(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와 업글 인간(Elevate Yourself)을 주목했다. 고령 급속화로 인해 여가와 취미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부상위험도 적고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당구 컨텐츠는 매력적이다. 프로 스포츠는 스폰서십 수익이 핵심인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종목일수록 후원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후원과 방송중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으로는 지속가능성이다.
스포츠 이벤트 탄생은 곧 새로운 플랫폼 탄생을 의미한다. 새로운 플랫폼이라 초창기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여자골프 올스타전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챔피언스 트로피(Champions Trophy)는 국내외 최고의 골프선수가 모인다는 컨셉을 가지고 탄생했다. 초창기 챔피언스 트로피는 골프 선수들 소속사들 간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혼잡이 생겼다. 일부 선수들이 별도 초청비를 요구했고 이러한 문제로 불참하게 된 것이다. 선수 초청비 외 명분이 필요했다. "최고의 자리에 내가 빠져서는 안되지~"라는 명분이 선수들 사이에 자리잡도록 노력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챔피언스 트로피는 회를 거듭할 수록 자발적 선수 참여가 늘어났고 스포츠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제품으로 치자면 안정된 원자재 공급으로 품질 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일상에서 떠나는 모험
스포츠 기획 과정은 매우 힘들다. 이는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를 떠나 시공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집과 회사 외 제3의 공간을 목표로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려 노력했던 것처럼 스포츠 행사 역시 집과 회사라는 일상의 공간을 떠나 사람들을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안내해야 한다. 자신이 기획한 스포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 삶에 활력을 얻는 과정은 스포츠 마케터에게 가장 보람된 일이다.
여기 정말 멋진 스포츠 행사가 있는데, “당신이 꼭 와줬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가짐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당신이 기획한 스포츠 컨텐츠가 진정으로 고객을 향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라고 한다면 당신의 스포츠 이벤트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스포츠 기획 법에 대해 소개했다. 스포츠 종사자는 물론 기획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