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민 Dec 26. 2019

한국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팬이 소외된 이유 Ⅰ

스포츠 이벤트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요소는 방송사, 스폰서(기업), 선수(협회), 팬이다.

상기 4가지 구성원들은 스포츠 이벤트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이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스포츠 이벤트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방송 없는 스포츠 이벤트 파급효과는 얼마나 클 것인가? 스폰서 없는 스포츠 이벤트는 지속가능한가? 선수(협회) 없는 스포츠 경기는 가능할까? 팬 없는 스포츠 이벤트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스포츠 이벤트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과정을 살펴보자. 동네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한다. 경기 규칙이나 일정이 불규칙적이어서 나름 규칙도 정하고 경기 일정도 확정한다. 언제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동네 주민들은 자신의 식구나 친구가 뛰고 있는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영국 워릭셔 주에 위치한 럭비 스쿨(RUGBY SCHOOL)에는 왼손에 럭비공을 단단히 잡고 있는 엘리스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이웃동네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그런데 경기 룰이 서로 다르다. 그래서 한날 한시에 모여 룰을 협의하기에 이른다.

프리메이슨 암즈(Freemason Arms) FA가 결성된 역사적 장소이다

판정 시비가 줄어들자 경기가 더 재미있어 진다. 사람들이 모이자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좋은 좌석을 확보해 티켓을 판매한다. 먹거리와 응원도구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동 기술이 발달한다. 이제 팬들은 자신의 팀을 응원하러 더 먼 지역까지 이동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지역 신문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스포츠 컨텐츠가 인기를 끌자 신문사들은 점차 스포츠 지면을 늘린다. 미디어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컨텐츠를 찾아 방송시간 채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시청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스포츠 협회는 고민이 생겼다. 그동안 사람들이 안방에서 경기를 보게 되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 수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입장권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협회는 많은 사람들이 TV로 경기를 보고 현장을 찾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입장권 판매 수입 중 일부를 방송사가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한다. 중계권 이라는 개념은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TV를 통해서 스포츠를 시청하게 된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현장을 찾은 것이다. 방송사는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안방에서 더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협회 에게 경기 룰과 복장 규정에 관해 이런저런 제안을 한다. 협회도 경기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방송사 요구 사항을 수용한다. 협회와 방송사 간 상생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들은 대중들의 관심사에 민감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업들은 스포츠 팬들을 잡기 위해 경기장 내외 광고를 하기로 결정한다. TV나 현장을 찾는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브랜드가 잘 노출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이벤트를 구성하고 있는 방송, 협회, 팬, 스폰서 간 관계는 이렇게 탄생했다.

오늘날 방송, 스폰서(기업), 선수(협회), 팬이 배제된 스포츠 이벤트는 상상하기 힘들다. 모든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축이 빠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스포츠 팬은 이를 구성하는 당당한 주역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자 사람들이 관심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자 미디어와 기업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해외 사례이다.

국내 스포츠 환경을 살펴보자.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은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이다. 80년대 군부독재시절 3S정책하에 프로화를 맞이한 한국 스포츠는 82년 야구를 기점으로 씨름, 축구, 농구, 배구 순으로 프로화된다. 국가 정책 아래 대기업들이 스포츠를 후원 하면서 기업=스포츠 팀이 되었다. 해외처럼 팬들의 전폭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프로화가 추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스포츠 팬 층은 두껍지 못하다. 자연스레 현장에서는 팬보다 기업 논리가 우선시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팬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번째, 방송사는 스포츠 경기 중계가 중요하다.

방송사 기본 수익구조는 시청률에 기반한 광고수익인데 시청률 높은 경기 확보가 우선이다. 현장을 찾은 팬(Field Spectator)보다 TV를 포함한 각종 매체를 통해 관람하는 원격 관중(Remote Spectator)들이 더 중요하다. 방송사는 국내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해외 스포츠 경기 역시 주요 관심사 이기 때문에 현장을 찾은 국내 팬들을 배려할 여력이 없다. 방송사들 역시 팬이 중요하나 현장을 찾는 팬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두번째. 스폰서는 노출이 최우선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나는 것이 1순위다. 팬들과 호흡하며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보다 전파 너머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더 많은 관중들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2015년 이후 프로농구 치어리더가 안정상 문제로 광고 보드 뒤에 이동한 이유도 광고 노출이 잘 되기 바라는 기업들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 역시 자신들이 후원하는 스포츠 종목이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이 중요하지만 팬 서비스보다 브랜드 노출이 우선순위다.


세번째. 협회는 재정 확보가 우선이다.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프로야구와 여자골프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스포츠 단체 재정은 열악한 상태다. 탄탄한 재정이 확보 되야 경기력 향상, 선수 복지, 팬 서비스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 경기력은 컨텐츠로서 가치를 의미한다. 방송,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원천이다. 이런 일이 가능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협회는 지속가능성과 번영을 위해 스폰서 유치가 가장 큰 숙제다.

종합하자면, 스포츠 이벤트를 구성하는 방송사, 스폰서(기업), 협회는 각자의 이유로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런데 스포츠 이벤트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요소 팬에 대한 배려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팬들의 발길이 멀어진 스포츠 경기는 생명력을 잃는다. 선수는 흥이 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는 아무리 잘 포장 한다 해도 전파를 타고 전달될 수 밖에 없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팬들이 관심을 잃어가는 스포츠에 더 이상 후원할 기업은 없다.

다음 시간에는 우선 순위에 밀린 팬들이 스포츠 현장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다시 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상.






매거진의 이전글 [스포츠 마케팅 기획법] 전지적 작가 시점 유지 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