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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Mar 08. 2020

스타벅스 성공비결 '하지 않는 것’에 있다.

마케터이자 스타벅스 매니아인 필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 한번 이상 스타벅스 방문한다. 카페 백색 소음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제안서나 글을 쓸 때 스타벅스를 주로 찾는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쏘울(Soul)'이 있어야 마스터에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믿기에 사회부적응자지만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애플이나 안타 팬이 많지만 게임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경의를 표하는 나이키나 아이를 포함해 어른이 가진 꿈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디즈니처럼 쏘울 넘치는 기업에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나' 다울 수 있는 건 멋진 일이다.

스타벅스 역시 벅스 만의 '쏘울(Soul)'이 있다. 필자에게는 많은 책들에서 언급한 '감성'보다 집, 회사 외 제3의 장소로 거듭나려는 스타벅스가 가진 공간에 대한 철학이 좋다. 사람들은 '커피'를 찾기 위해 스타벅스를 가는게 아니라 편안 '장소를' 찾아 스타벅스를 간다. 혼자가도 방해 받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스타벅스인 것이다.


지금은 너무 잘 나가 상상하기 힘들지만 스타벅스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8년을 기점으로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 폐쇄되었다. <스타벅스 웨이>책에서는 당시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지점마다 매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스타벅스 매대 에는 커피와 상관없는 인형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하워드 슐츠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2000년 은퇴를 선언한 슐츠는 2008년 스타벅스 CEO로 복귀한다. 슐츠는 복귀하자마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결단을 내린다. 1983년 출장 차 방문한 이탈리아 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즐기던 '분위기'를 되찾고자 한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 철학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오늘날 스타벅스 신화 탄생의 밑거름이 된다.


성공한 브랜드를 보며 대부분 사람들은 '특별한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특별한 무엇이란 대게 '한다'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길래 성공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벤치마킹 과정 역시 '한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스타벅스가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하는 것도 어렵지만 하지 않기는 더 어려운 법이다.


스타벅스가 하지 않는 6가지


첫째, 광고를 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인상적이다.

당신은 한국에서 스타벅스 기업 이미지나 상품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옥외 광고판 등 어디에서도 스타벅스를 홍보하는 광고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그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벅스 설립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집이나 학교보다 더 자유롭고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랬다. 일에 얽매이지 않은 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이런 개념의 새로운 공간을 광고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한 명의 고객

한 번에 한 곳의 점포

한 번에 하나의 시장과 마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 하워드 슐츠 -


슐츠는 광고를 통해 고객과 관계를 맺기 보다 공간(매장)를 통한 관계를 우선시 했다. 스타벅스는 공간을 팔기를 원했다. 커피가 주는 경험은 한정적이지만 공간이 주는 경험은 다차원적이다. 광고는 다차원적인 스타벅스를 경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이다. 15초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만약 스타벅스가 광고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실, 스타벅스가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20년 2월 초 좀처럼 광고를 하지 않는 영국 스타벅스 광고가 이슈가 되었다. 스타벅스 답게 스타벅스 소울이 담겨있다. 요약하자면, 성 정체성을 겪고 있는 소녀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파트너가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성 정체성을 겪고 있는 소녀는 학교나 친구들에게 'Jemma'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주인공은 'james'로 불려 지길 원했다. 광고 내내 침울했던 소녀 표정이 스타벅스에서 환하게 바뀐다. 스타벅스 컵에 'james'가 적혀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SP1r9eCWw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자신이 주문한 제품이 나올 때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닉네임과 영수증 번호로 부른다.


위대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을 광고 하지 않는다. 광고보다 기업이 추구하는 신념에 집중한다. 난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한번 써볼래? 테드(TED) 강의로 유명해진 사이먼 사이넥은 골든 서클을 통해 애플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스타벅스 역시 이 원칙에 충실하다.


둘째, 현금을 받지 않는다. 음식점에 갔을 때 "우리 가게는 선불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돈을 지불할 때 약간 불편한 것을 제외하고 식사 할 때 왠지 홀가분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스타벅스는 현금 없는 매장 비율을 늘리고 있다. 매장 내 현금 거래를 줄이고 충전식 선불 카드를 활성화 하고 있다. 충전식 선불 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지불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는 그의 저서 <부의 감각>에서 "어떤 것을 소비하기 전에 미리 그 대가를 지불하면 그것을 실제로 소비할 때는 거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소비하는 시점에서는 '지불의 고통'이 전혀 없으며, 나중에 지불해야 할 일을 두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충전 카드는 '지불의 고통'을 없애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점심값과 맞먹는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 지불의 고통: MIT경영대학원 교수인 드라젠 프렐렉Drazen Prelecrhk 조지 로웬스타인 George Lowenstein의 논문 '적자와 흑자'에서 처음 나온 단어다. 이 통증은 같은 금액의 지출이라고 해도 그 지출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수록 고통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뇌 영상과 자기공명 영상을 이용해 뇌를 관찰한 결과 돈을 지출하는 행위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을 자극한다고 한다.


현재, 스타벅스 CEO는 IT업계에서 반평생 일해온 케빈존슨이다. 스타벅스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이끌 인물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스타벅스 매장 내 결제 수단을 가상화폐로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블록 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화폐 활성화는 소비자들이 지갑에서 돈이나 카드를 꺼내 눈 앞에서 자신의 돈이 사라지게 되는 지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에게는 현명한 소비습관이란 무엇인지 각성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다.


셋째, 진동벨을 주지 않는다. 1982년 스타벅스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던 하워드 슐츠는 지방 소규모 카페 파트너가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파트너가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며 스킨십 하는 과정은 스타벅스의 중요한 경영 철학이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진동벨이 없는 이유는 바로 스킨십 때문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경영철학이 한국에서도 유효할까? 필자가 해외 스타벅스를 갈 때마다 적응인 안되는 것이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다. 처음에 '왜'라고 생각하며 불러줬는데 그나마 '스펠링'도 자기 멋대로 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 부르는 것에 그다지 큰 감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대게 이름 대신 닉네임이나 영수증 번호로 부른다.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가 아닌 공간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이제 스타벅스를 방문하면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사이렌 오더로 주문한다. 진동벨 역할을 사이렌 오더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1층 공간이 좁고 2층에 주 공간을 확보한 매장의 경우 1층에서 울려 퍼지는 스타벅스 직원 목소리로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확인하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고객이 찾으러 올 때 파트너와 다시 한번 스킨십 함으로써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스타벅스 의도는 사이렌 오더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국적 특수상황을 고려해 볼 때 고객과 스킨십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곧 자신이 있는 자리로 커피 배달원으로 나선 파트너의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넷째, 똑같은 매장을 만들지 않는다. 한국 스타벅스 점포개발 담당자는 특정 지역에 매장 입점이 결정되면 주민센터를 방문한다고 한다. 해당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스토리를 찾아 매장 컨셉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영어가 아닌 한글 간판을 단 인사동 점과 매장 지붕을 기와로 꾸미고 세계 유일 좌식 테이블이 있는 경주 보문 스타벅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이른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각 매장의 독립성은 최대한 보장하면서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은 함께 진행한다. 전세계 이색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해 보라. 당장 전세계 스타벅스 투어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다.


다섯째,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타벅스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 없습니다. 모든 매장은 본사에서 직접 운영, 관리하는 직영점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투자, 운영하실 수 있는 가맹점, 체인점 형태는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스타벅스 창업은 건물주가 스타벅스에 입점 제의를 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해당 건물 인근 상권을 따진 뒤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100% 직영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출점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가맹점과 500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스타벅스는 상권이 큰 경우 5~6개 매장이 밀집해 있기도 하다. 실제, 을지로입구역, 역삼역 근처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해 보면 지하철 역 주변에 6개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 매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커피가 생활화된 베트남은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매장이 유독 적은데 이는 스타벅스를 구매할 만한 상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직영점 시스템을 통해 경제력 있는 상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직영점의 또 다른 장점은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맹점 한 곳 한 곳에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스타벅스는 그런 절차 없이 일 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모바일 앱 결제 서비스와 사이렌 오더 도입이 빠른 시간 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섯째,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다. 2018년 11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종이 빨대를 전국 매장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78개국 스타벅스 가운데 종이 빨대를 도입한 최초의 나라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2만 8000여개 매장 가운데 1만개 매장을 '지속가능'매장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한다. 최근, 스타벅스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런던과 밴쿠버 등 5곳의 매장에서 친환경 컵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스타벅스에서는 유리와 티타늄 소재 빨대를 출시해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속 가능한 환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 스타벅스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젖은 빨대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 빨대 가격이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3배 정도 비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활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상으로 스타벅스가 하지 않는 마케팅 활동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은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만들어 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스타벅스 역시 스타벅스만의 새로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충전식 카드 도입, 드라이브 스루, 암호 화폐, 친환경 빨대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케터들은 새로움이 차별화의 필수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존중하되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던 기업 가치와 정신 사이에 균형 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마케터에게 '하지 않기'란 정말 힘들다.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례적인 것들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관습에 대한 경계를 의미한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 오늘날 스타벅스가 하지 않는 활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


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저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스포츠 마케터 입니다. 연관해서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이 스포츠 현장에 필요한 이유> 와 <만원만 충전해 주세요. 스타벅스 충전마케팅> 도 관심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쓴 글 중 가장 인기 있는 글이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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