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와 스폰서가 함께 골프 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굿 샷~ 야~ 연습 많이 하셨나 보네~" "이거 머~ 이제 골프도 불편해서 못 치겠네. 당구나 치러 다녀야지." "회장님. 당구는 좀 치세요?” "예~ 한500칩니다."
짧은 대사 속에 등장한 골프와 당구 이야기다. 귀족 스포츠의 상징인 골프와 서민 스포츠의 상징인 당구 종목이 처한 짧은 단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얼핏 보면 골프와 당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듯 하다.
우선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골프와 당구 이미지를 살펴보자. 골프는 돈 많은 사회 유력 인사들이 연신 굿 샷을 외쳐대며 은밀한 뒷거래가 오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골프는 한번 라운딩 시 평균 30~40만원(인당) 정도 비용이 드는데 실제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오늘날 대다수 국민들이 골프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는다.
반면, 당구는 할 일 없는 백수들이 담배 연기 자욱한 당구장에서 슬리퍼를 신고 짜장면 시켜먹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2017년 12월 이후 당구장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당구 요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게 10분당 요금이 책정된다. 10분당 평균요금은 2,000원~2,500원 사이다. 당구는 테이블 당 가격으로 3명이건 4명이건 10분당 가격으로 비용을 계산한다.
4명이서 한 팀을 이뤄 골프와 당구를 즐기면 얼만큼 비용이 소요될까?
골프 라운딩은 팀당 평균 120~160만원 소요되고 평균 라운딩 시간은 5시간이다. 시간 당 24만원~40만원인 셈이다. 당구는 테이블 당 가격을 받기 때문에 2명이서 치던 4명이서 치던 상관없다. 당구는 시간 당 12,000원~15,000원이다. 즉, 일년에 3~4차례 라운딩 가는 비용으로 당구를 친다면 일년 내내 당구장에서 살아도 될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골프와 당구 간 인식 차이는 큰 편이다. 그런데 이런 외부적인 시선과 달리 실제 안을 파헤쳐보면 두 종목이 닮아 있는 모습이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 '골프와 당구가 닮은 13가지 이유'에 대해서 파헤쳐 보겠다.
첫째, 귀족 스포츠이다.
골프(Golf)어원은 스코틀랜드 고어 '치다'의 '고프(Gouft)'가 어원이다. 스코틀랜드는 링크스(Links)라 불리는 기복이 심한 초원이 많아 골프 코스로 적합했다. 대게 이곳은 공유지 여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골프에 매력에 너무 빠져들게 되면서 국방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이에 제임스 2세는 1457년 골프 금지령을 내린다. (이는 골프에 관한 최초의 문서이기도 하다.) 이후 45년 동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국민적 스포츠인 골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는 골프를 즐기는 왕들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부활하였다. 골프는 골프를 너무나도 사랑한 제임스 6세 때에 이르러 대중화 된다. 대한민국 골프는 도입 초기부터 상류층 문화로 포지셔닝 했다. 대한민국에 골프가 처음 전해진 것은 1900년으로, 고종 황실 고문으로 온 영국인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원산 바닷가의 세관 구내에서 6홀짜리 코스를 만들어 놓고 골프를 즐겼는데, 이는 훗날 서울 컨트리 클럽의 기초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도입 초기부터 황실 고문, 외국인 선교사와 외교관들이 주로 즐기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구는 마당에서 하던 크리켓이 실내 테이블 위로 옮겨진 것으로 15세기 말 프랑스 루이 11세 때부터 활성화되었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 상류 사회에 널리 유행한 당구는 이후 유럽 각국으로 퍼지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갖췄다. (자연히 용어도 프랑스어에서 온 게 많다.) 대한민국 당구는 일본을 거쳐 유입됐다.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일찍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1870년대 네덜란드를 통해 당구를 접했고 이를 19세기 말 조선에 전파했다. 당시 순종 황제는 옥돌로 만든 4구 당구대 2대를 설치하고 게임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정리하자면, 골프는 초기 스코틀랜드 서민들 사이에서 성행하다 골프금지령이 내려진 후 서민들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특권층인 왕족만이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골프는 도입 초기부터 사회고위층 인사를 통해 활성화 되었다. 당구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 왕실에서 출발했고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한민국 당구는 개화기 외국인과 외교관 교류가 왕성해 진 시점에 여가 이용 및 친목 다짐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다. 초기에는 서민 스포츠로 시작한 골프와 초기부터 귀족 스포츠로 시작한 당구는 좋은 것은 무엇이든 '독점'하고 싶은 사회 고위층 욕망을 대변한 상징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다양한 게임 방법이 존재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는 상대편 골대에 골을 넣으면 득점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심플한 경기방식을 가졌다. 이에 반해 골프와 당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골프대회는 18홀 72타수를 기준으로 가장 적게 친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초창기 골프대회는 개인간의 승패를 가리는 매치 플레이가 성행했지만,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경우 최종 결승전을 치룰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 때문에 현재 주요 골프대회는 많은 인원이 참가해 우승을 가릴 수 있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일반적이다. 매치플레이 방식은 홀 당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전체 타수와 무관하다. 예를 들어 전체 홀을 다 돌지 않았더라도 이긴 홀이 남은 홀보다 많은 경우엔 경기가 끝난다. 이 때문에 가끔 일반 골퍼들이 프로를 이길 수 있는 홀이 나오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2명씩 팀을 나눠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서로 장단점을 조합해 팀 구성을 잘 구성하면 보다 즐겁게 라운딩을 할 수 있다. 현재, PGA, LPGA 투어에서는 스트로크 방식을 라이더 컵이나 프레지던츠컵과 같은 골프 국가대항전에서 매치플레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당구 역시 경기는 방법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롬(3-cushion)종목을 살펴보자. 3쿠션은 수구가 제1적구와 제2적구에 모두 맞히기 전에 3번 이상의 쿠션을 맞추어야 점수가 인정되는 규칙이다. UMB나 KBF가 주관하는 대회 기준으로 한 번 칠 때 1점으로 계산하며 40점이 될 때까지 상대방과 번갈아 가며 샷을 시도한다. 40점에 먼저 도달하는 자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종료 점수는 경우에 따라 30점~35점으로 조정하여 진행한다. '세트제'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제는 통상적으로 5세트를 기준으로 15점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그 세트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당구 황제 프레드릭 쿠드롱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고 있더라도 경기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순식간에 역전할 수 있는 것이 세트제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UMB가 주관하는 월드컵, 월드챔피언십에서 세트제를 주로 진행했으며 현재 프로당구협회 PBA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골프 '포섬(foursome)'방식은 당구의 '스카치 더블(Scotch Double)'과 유사하다. 골프 포섬 방식은 4명이서 2인 1조 복식 플레이가 가능하다. 팀당 두 선수가 볼 하나를 번갈아가면서 치는 방식이다. 당구 스카치 더블 역시 복식 게임이다. 4명이서 2팀을 만들어 게임을 진행하며 팀 당 두 선수가 볼 하나를 번갈아가면서 치는 방식이다.
이 외 골프나 당구는 수 많은 경기 방식이 존재한다. 골프는 포볼, 스킨스 게임, OECD게임 등이 있고 당구는 서바이벌, 600점 릴레이 방식, 레이아웃 3쿠션 등이 있다. 전 세계 어떤 스포츠 종목도 변하지 않는 룰은 없다. 급변하는 정세와 시대의 흐름이 스포츠 경기에 반영된다.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더 짧고', '더 격렬'하고, '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을 원한다. 이런 점에 있어 골프와 당구는 시대적 변화를 비교적 잘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예의와 매너를 중시한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경기 내내 환호성을 지르는 스포츠와 달리 골프와 당구는 '침묵'과 '환호'사이 간극이 명확한 스포츠다. 스포츠 세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기 전 '예의'와 '매너'를 갖추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분 좋다. 그 중 골프와 당구는 신사의 스포츠라 부를 정도로 '예의'와 '매너'를 중시한다.
먼저 골프를 살펴보자. 골프규약에는 골프 복장(dress code)에 대한 특별한 규제나 제한이 없다. 하지만 2020년 오늘날까지도 오랜 전통이 있는 골프장 일수록 골프 복장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라운드티셔츠, 민소매티셔츠, 청바지, 반바지, 운동화, 샌들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라운딩 시 셔츠가 밖으로 나오는 않게 착용하는 것도 예의다. 여자의 경우 민소매, 가슴 파인 상의, 짧은 반바지 등을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골프 매너를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티 오프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기. (골프는 골프장에 도착해 동반자와 인사를 나누고 몸 풀 수 있는 여유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샷을 할 때는 조용히 하고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벙커 샷을 하고 난 후 발자국, 샷 한 자국 등을 정리하고 나오기. 상대방의 퍼팅라인을 밟지 않기. 먼 거리에 위치하여 홀 컵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 홀 컵에서 가장 가까이 볼을 붙인 사람이 홀 깃발을 잡아주고 퍼팅 샷 이후에 홀 깃발 빼 주기. 디봇 정리하기. (아이언 샷을 하는 경우 디봇이 발생하는데 파여서 날아간 잔디를 찾아서 디봇이 발생한 곳을 덮어줘야 줘야 함) 등이 있다.
당구 역시 대표적인 귀족 스포츠답게 예의와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프로가 출범하면서 복장 규범이 다소 완화되었기는 했지만 우리는 당구선수들이 조끼와 나비넥타이를 하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당구계 김연아로 불리우는 이미래 선수는 당구선수들이 '정복'을 입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당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말을 할 정도다.
당구 매너를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게임 시작 전에 상대방선수에게 인사하기. 상대방 타석 시 반드시 자리에 착석하기. 득점하지 못했을 경우 자신의 초크는 가지고 나오기. 초크칠 소리 주의하기. 게임 상대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행 주의하기. 행운의 득점이 되었을 경우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표시하기. 상대방 득점 시 함께 응원하기 등이 있다.
예의와 매너를 중시하는 건 대표적인 귀족 스포츠인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가장 권위있는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은 다른 그랜드 슬램 대회와 조금 다른 규정이 몇 개 있는데, 관중석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포함한 영국 왕족이 있을 때는 경기 시작 전/종료 후에 선수들이 예를 표해야 한다. 2012년 윔블던 경기 때 페더러-파비오 포그니니 경기 때 일이다. 찰스 왕세자 부부가 때마침 두 선수 경기를 로열박스에서 관전했다. 포그니니가 예를 표하는 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하자 경험 많은 페더러가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2003년 이 규정이 폐지되었지만 전통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여왕이나 찰스 왕세자가 로열박스를 찾을 경우 선수들은 여전히 예의를 표하고 있다.)
왕실 스포츠로 인기를 끌었던 골프, 당구, 테니스 등은 오늘날까지 예의와 매너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넷째, 멘탈 스포츠다.
골프와 당구는 둘다 멘탈이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축구나 야구와 달리 골프와 당구는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한 순간이 많은데 이 순간에 가장 큰 긴장감이 발생한다. 플레이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골프와 당구는 짧은 시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골프황제 잭니클라우스는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20%, 정신력80%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선수 심리상태가 시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연습 때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시합에 나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번번히 아쉬운 성적을 남기는 것은 기술보다 정신력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력이란 경기를 수행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신감, 집중력, 인내심을 포함한 감정조절 능력을 말한다. 실제 시합은 연습과 달라 정신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선수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치룬다. 골프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거나 걸어가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은데 방금 전 한 실수나 잘못한 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골프가 멘탈 스포츠라고 하는 것은 경기 흐름이 선수 심리상태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등 정상급 선수들이 멘탈 트레이닝이나 심리치료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구 역시 흐름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당구 게임은 둘, 셋, 넷이 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일대일 게임이다. 당구는 상대방의 공을 뺏거나 되받아 치는 운동이 아니라 자기 차례에 자기 공을 치는 운동이다. 상대방이 득점하지 못할 경우에만 내 차례가 주어진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플레이를 요구 하는 게임이다. 당구 역시 자기 차례를 기다리거나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많은데 방금 전 한 실수나 잘못한 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바로 이러한 요소로 인해 당구는 정신적, 심리적 요소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강하게 개입한다.
우리나라는 3쿠션 종목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상천, 김경률, 조재호, 최성원, 강동궁, 김행직 등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멘탈에 대한 훈련은 전무한 실정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골프나 당구가 유난히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이라든지 매너를 강조하는 이유는 멘탈적 요소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골프나 당구 경기 시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당구 3쿠션 종목은 최근 프로화를 맞이했는데 점차 당구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실제, 실력면에서 약간 뒤진다 해도 멘탈이 강하면 자신보다 살짝 실력에 우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이기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포츠심리전문가 강성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근소한 차이로 컨디션에 따라 경기가 좌우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면 심리적 전략들이 충분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골프와 당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유독 심리적 태클(구찌, 겐세이)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하면 할수록 어렵다
모든 스포츠가 상급자 수준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 어렵다고 느끼지만 골프와 당구 두 종목은 역시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골프는 상급자로 갈수록 드로우, 페이드 등 다양한 구질을 연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상 상태, 언듈레이션 등 에 따라 그린을 공략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당구도 상급자로 갈수록 밀어치기, 끌어 치기 등 다양한 구질을 연습해야 하고 나사지와 유분 상태에 따라 테이블을 공략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을 해야 한다.
매일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딩 해도 같은 상황은 한번도 없다. 골프에 비해 당구는 변수가 훨씬 적은 것 같지만 당구장 마다 테이블, 큐, 공 상태가 다 다르고 칠 때마다 공의 배치 또한 다르다. 심지어 당구를 치는 동안에도 테이블 상태는 변한다. 이는 오전이 지나면서 상태가 달라지는 그린 상태와 같은 것이다. 또한 골프든 당구든 확신 없는 샷은 미스 샷이 될 확률이 높다. 만만한 상대와는 없던 실력도 생기고 부담 있는 상대와는 있던 실력도 사라진다. 골프든 당구든 샷 하기 전에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굳어지고 이는 미스 샷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드레스 길면 당구에서는 삑사리가 나고, 골프에서는 토핑이나 뒤 땅이 난다.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는 말이 많은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본다. 실제 골프와 당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상급자로 올라갈 수록 더 어렵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는 말이 비단 골프나 당구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혀둔다. 아무쪼록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여섯째. 24시간 전문 채널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골프 전문 방송사는 SBS Golf, JTBC Golf, The Golf Channel 세 곳이다. 이들 방송사를 중심으로 골프 관련 컨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당구 역시 전문 당구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빌리어즈TV다. 빌리어즈TV는 2014년을 기점으로 당구 전문 방송으로 거듭났는데 이전에는 SBS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인터넷 방송 코줌 등에서 중계되었다. 특이한 점은 빌리어즈TV가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당구 전문 채널이라는 점이다.
전문 채널 존재는 곧 중계권료 활성화를 의미한다.
골프대회는 J골프&엑스포츠(2007~2009년), J골프&MBC ESPN(2010년), J골프&SBS골프(2011~2013년), SBS골프(2014~현재)로 중계권사를 거치면서 2008년 연간 2억5000만원이었던 중계권료가 2018년 기준 68억원으로 26배나 껑충 뛰었다.
대한당구연맹은 2015년~2017년까지 빌리어즈TV와 3년간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2억5,000만 원으로 총7억5,000만 원의 사상 최대 액수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에는 2020년 ~2023년까지 총 3년간 중계권료로 20억원, 마케팅 권리금으로 7억5000만원 등 총 27억5000만원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료 금액만 놓고 보자면 연간 6억 6천만원 수준이다. 당구 중계권료는 2015년 대비 약 2.6배 성장했다. 골프 중계권료가 2008년 연간 2.5억원 규모로 시작해서 2018년 기준 68억원 수준으로 대폭 뛰었던 것처럼 당구 중계권료 역시 2015년 연간 2.5억원 규모로 시작해 2020년 기준 6.6억 수준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스포츠와 미디어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했다. 골프와 당구 컨텐츠 역시 미디어와 상생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골프와 당구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상으로 골프와 당구의 공통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첫번째부터 여섯 번째 까지는 “골프와 당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골프와 당구는 이 외 정말 다양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 시간에 골프와 당구의 공통점을 추가로 살펴보면서 두 종목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이상.
글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글은 2회 분량으로 언론사 특별 기고를 통해 먼저 선보였습니다. 다음 글이 궁금하시다면 2편인 <골프와 당구가 닮아있는 13가지 Ⅱ> 를 찾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