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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Jan 25. 2019

축구 비디오 판독에도 문화가 필요하다

2019년 아시안컵 8강부터 적용된 비디오 판독에 베트남은 웃고 울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팀이 비디오 판독으로 아쉽게 일본에 1:0으로 패한 것이다. 첫 번째 행운의 주인공은 베트남이었다. 경기 시작 후 24분 만에 요시다 마야가 크로스를 몸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일본 선수들은 골 세레머니까지 펼쳤다. 그런데 VAR룸에서 주심에게 콜을 보냈다. 주심인 하메드 압둘라 하산(아랍에미리트)은 증거 영상을 확인하고 득점 무효 판정을 내렸다. 요시다 마야의 팔에 맞고 공이 굴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두 번째 행운의 주인공은 일본이었다. 주심은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을 확인한 뒤 일본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실제 반칙 상황이 일어나고 3분가량 지났기 때문에 팬들은 어리둥절했다. 

일본이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장면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순간이다. 이 장면은 최고 1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18.0%, JTBC3 Fox 2.5%까지 상승했다.

비디오 판독은 스포츠 경기에서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고속 카메라를 보고 판정 시비를 가리는 판정 기법이다. 현재,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도입되고 있다.


축구에서 비디오 판정을 VAR(Video Assistant Referee)라고 부른다. 선수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권리가 없고, 심판 혹은 비디오 부심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주심에게 헤드셋으로 오심을 알려준다. 만약 선수나 감독이 VAR을 요청하면 경고나 퇴장이 주어진다. 최종 결정은 주심 몫이다. 축구에서 VAR횟수 제한은 없고 VAR로 인해 지체된 시간은 추가시간에 포함된다. 월드컵에서는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때 처음 비디오판독이도입되었다. 참고로 FIFA 역사상 최초의 비디오 판독은 2016년 말 클럽월드컵이다. 

야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챌린지라고 불린다. 야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2014년 MLB에 처음 도입되었다.MLB 챌린지 판독 요청 기회는 2회이다. 한국 KBO역시 2014년 말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고 2015년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었다.

테니스 비디오 판독은 호크아이(HAWK-EYE)라 부른다. '매의 눈'이다. 2006년 US오픈(테니스)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호크아이로 판독을 요구하는 것을 테니스 용어로 챌린지라고 부르는데 실제 챌린지 시 매소리가 경기장에 들리기도 한다. 챌린지는 세트당 3회로 제한되어 있다. 테니스에서 챌린지 시 주목할 만한 점은 챌린지 시 일정한 간격으로 들리는 관중들의 박수소리다. 코트 곳곳에 설치된 10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촬영하고 이를 3차원으로 보여준다. 

한국 배구의 비디오 판독 실행은 세계 배구에서 첫번째였다. 2007-08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으며 2014-15 시즌부터 FIVB가 수정한 규칙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농구는 2011-12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시행했다. 

이 밖에 미식축구, 태권도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축구 비디오 판독은 다른 종목과 달리 무언가 빠져 있다. 바로 VAR이 진행되는 시간을 그냥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축구 외 다른 종목의 스포츠 팬이라면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테니스 챌린지 상황 시 팬들은 확실히 비디오 판독을 즐긴다. 함께 박수치며 비디오 판독에 대한 결과를 예의주시 한다. 이 과정은 팬들에게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 속 또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테니스 챌린지 시 함께 박수친 팬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낌과 동시에 게임에 깊게 몰입한다. 야구,농구,배구의 경우는 경기장 내 챌린지 대기 시간에 음악이 제공된다. 팬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결과를 기다린다. 


비디오 판독이 비교적 늦은 축구는 그 도입시기와 별개로 판정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테니스처럼 대중들이 함께 비디오 판독을 즐길 수 있는 문화나 야구,농구,배구에서 크게 울리는 음악처럼 팬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판정에 대한 결과가 기다림의 시간이 아닌 설레임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판정이 길어질 경우 팬들은 지루함을 느끼고 선수 역시 경기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판정 이후 경기를 재개하는 데 보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연출이 필요한 것이다. 판정이 길어지게 되면 시청자는 경기장 대신 광고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축구 비디오 판독에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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