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다녀와서
4살 아들이 새로운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잘 적응한 것 같았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어린이집으로부터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이 가정통신문은 어린이집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구청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내 어린이집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는데, 따라서 어린이집 원생들과 접촉하는 부모와 조부모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권고'이지만 혹시라도 우리 애가 아빠가 코로나 검사를 안받아서 불이익을 당하면 안되니까, 부랴부랴 회사에 반차를 냈다.
아침 9시. 오랫 만에 아들을 무등까지 태워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은 주차된 자동차들 브랜드를 맞추면서 즐거워했다.
"벤츠, 비엠더불유, 폭스바겐, 산타페에~"
국산 자동차 브랜드는 모델명도 맞추는 녀석. 재미있게 놀아 인사를 하고 바로 보건소로 갔다.
오전 9시 10분. 빨리 갔으니까 사람이 별로 없겠지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먼저 손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줄을 섰다. 보건소 외곽을 둘러싼 긴 줄은 놀이공원의 줄과는 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추어서 발 부분에는 청색 테이프가 붙어있었고, 이 테이프에 맞추어서 줄을 선 것은 공사장 식당에서 점심에 식판을 들고 줄을 선 간격보다도 넓은 간격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모두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이다. 줄을 선 누구나 불안해보인다. 줄을 서서 접수번호를 받았는데 '71번' 이대로라면 벌써 내 앞에 70명의 사람이 검사를 받았다는 것일까?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다. 놀이공원과 달리 연세가 드신 분들도 많다. 엄마랑 같이 온 아들 또래 아이도 있는데, 긴 줄을 서면 놀이기구를 타는 놀이공원과 다르기 때문에 전혀 즐거워 보이지가 않는다. 문진표를 가지고 문진을 받기 전까지 거의 30분을 기다리면서 할 일이 사람을 관찰하는 것 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있지 않냐고? 비닐장갑을 껴서 터치가 안된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 금지, 전화 통화도 금지, 대화도 금지.
오전 9시 40분. 30분간 대기자들 관찰결과 요약. 생각보다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많다. 여기에서도 저렇게 둘이 딱 붙어있어야 되나 생각했던 커플은 여자분이 외국인인데 한국말을 잘 못한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그래서 딱 붙어있을 수 밖에... 한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할머니가 한 분 계신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 자신이 다녀왔던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온 분들은 확실히 표정이 안좋다. 외국에 있다가 입국해서 자가격리를 마치고 첫 외출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많다. 전체적으로 진행 프로세스가 병원 진료와 비슷한데 연세가 있는 분들은 안내가 조금만 빠르면 잘 이해를 못하신다. 사람들이 거리를 지켜야 하니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못한다. 나도 검사 용지에 끼워진 안내사항을 떨어뜨렸는데, 먼 발치에서 한 분이 '떨어졌어요'라고 나지막하게 알려주셨다.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번호표와 상관없이 끼워드는 분도 계신다. 연세가 지긋한 노부부는 대화금지인 것은 알지만 여기서 불안을 푸는 방법은 대화 밖에 없어서 조용히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오전 9시 50분. 문진을 마치고 또 기다려서 음압시설 안으로 검사를 받으러 드디어 들어간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영화 ‘봄날은 간다’ OST중 ‘봄날은 간다’)
음악시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건소를 나서자 마자 보이는 공원에 핀 꽃과 황사없이 하늘색인 하늘을 보았다. 대기하는 사람들은 봄날의 꽃잎도 하늘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음압시설로 들어가면 문을 열기 위해서 손이 아니라 발을 사용해야 한다. 잠깐 마스크를 내리고 콧구멍과 목 안쪽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은 1분 정도면 끝난다. 조금 아파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검사별과는 24 ~ 48시간 이내에 문자 발송되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으로 문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남았다. 보건소에서 배부한 검사 대상자 안내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검사 직후 다른 장소를 들르지 말고 자택으로
2. 귀가시는 마스크를 착용, 자차를 이용, 대중교통 삼가
3. 검사결과 확인 전까지는 외출을 자제, 타인과의 접촉 불가
4. 가족간 감염 예방을 위해 자택에서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을 위해 손씻기 강조, 기침예절 준수
5. 불가피하게 의료기관 방문 시 해외 방문력, 국내 집단발생 관련여부 직업 등 알리기
5. 증상 발생 및 악화 시 보건소로 우선 문의
오전 반차라 회사를 가야한다. 3번은 실천이 불가능하다. 2번을 실천하기 위해서 오랫 만에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로 가야겠다. 코로나가 가면 좋겠다. 선별진료소 현수막들이 모두 떨어지면 좋겠다.
PS 예상보다 빨리, 퇴근 무렵 검사결과를 보건소 알림톡으로 받았다. 조금 긴장하면서 알림톡을 확인했다. 결과는 다행이 ‘음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