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다 앞니를 다친 너를 보며
원아,
게으른 아빠가 아무 글도 쓰지 않은지 정말 오래됬네. 글쓰기는 달리기랑 비슷한 점이 많지. 꾸준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까지는 잘 아는데, 이게 잘 안된다. 달리기 하러 침대에서 빠져나와서 밖으로 첫 발을 딛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글쓰기도 뭐라도 끄적거리기가 쉽지가 않다. 아빠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네가 잠이 든 오후 11시 이후 혹은 네가 자고 있는 새벽뿐이란다. 이때 글을 쓰자라고 몇 번을 다짐하지만 잘 안돼서, 오늘은 특단의 조치로 점심을 안 먹고 오랫 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글을 쓰려고 하는데, 좋아진 세상은 업무 관련된 카톡이 계속 오는구나. 카톡을 노트북으로 보면서 글을 쓰고 있어. 어제 네가 어린이집에서 '헬로카봇'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다가 앞니를 다쳤지. 너희 엄마는 니 앞니가 걱정돼서 밤에 잠을 못 잤단다.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도 엄마는 늘 걱정을 하는 것을 보고 아빠가 부족한 점이 많구나 생각을 해본다.
어제 침대에서 엄마가 너한테 아프냐고 여러 번 물어봤어. 너는 명확하게 안 아프다고 대답을 하더라. 다친 거는 다친 거고 우리 원이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 너는 주말에 밥 먹으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동영상을 안 보여준다고 떼를 부리다가 아빠한테 엉덩이를 맞았지. 아빠는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지만 너는 마음이 상한 것 같아. 네 마음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아빠한테 나가서 자라고 말을 하니까 아빠도 속상하단다.
아빠도 40년 이상 살았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정도는 경험으로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빠도 꼭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몇 명이 안되는데, 원이 너도 그중에 한 사람이란다. 아빠가 자주 너한테 이야기 하지만 우리 원이는 아빠한테 늘 '최고란다!' 네가 춤추다 앞니를 다쳐도 마찬가지야. 아빠한테 '원이 = 최고'라는 공식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점심시간 1시간을 다 사용하면 좀 더 길게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이제 점심시간이 15분 남아서 이만 줄일게. 원이 신나게 노는 건 좋지만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 사랑한다!!
- 늘 원이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가 -
그림은 원이도 읽었던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손님’에서 가져왔다. 아빠가 우리 원이랑 저렇게 무지개를 건너보고 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