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쓸모'를 읽고
손현 에디터는 내가 퍼블리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도 회사를 옮기고, 손현 에디터도 매거진 B로 자리를 옮겼다. ‘글쓰기의 쓸모’를 읽다 보면 지금은 토스 콘텐츠팀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손현 에디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노상 꾸준히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잘 안되는 이유는 글쓰기의 쓸모를 몰라서가 아니다. 글쓰기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꼼꼼히 메모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인데,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손현 에디터는 일상 속 글쓰기를 테니스공을 쳐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나는 일상 속 글쓰기를 달리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의 달리기와 글쓰기 모두 노력 부족으로 습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에서 글쓰기의 기술에 관련된 부분은 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아주 구체적이라서 마음에 쏙 들었다. 나머지 부분들은 아직까지 습관이 되지 않은 나의 글쓰기에 대한 자극이 되는 문장들이었다. 책 속의 문장 뿐 아니라 손현 에디터가 ‘글쓰기의 쓸모’를 완성한 과정 역시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다독, 필사, 꼼꼼한 메모와 같은 일상에서의 노력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다.
나를 가장 반성하게 만드는 구절은 아래 구절이었다.
완성도 높은 한 편의 긴 글은 내가 직접 만들고 가꾼 탄탄한 공장이다. 가장 나다운 것들로 채워져 있고, 나답게 쉴 수 있고, 즐거울 수 있고,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생산해낼 수 있는 그런 공장이다. 이 공장에 때론 손님이 찾아온다. 손님이 흥미를 느끼고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면 친절히 안내하자. 공장을 둘러보고 간 손님은 당신을, 당신이란 브랜드를 기억할 것이다. - 페이지 186 -
내가 ‘글쓰기의 쓸모’를 읽는 동안,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 위 구절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 번 바뀐 내 명함에 적힌 회사명은 내가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회사명과 관련 없이 나라는 사람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이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이제 마흔이 넘었고,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명예퇴직을 권유하는 회사들이 생겨서 더욱 그렇다.
‘글쓰기의 쓸모’에 언급된 책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과 ‘그로잉업’도 곧 읽어보려고 한다. 글쓰기의 쓸모를 알고 있는 나에게 더욱 채찍질을 하기 위해서…
PS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이 많았던 책이다.
그동안 기록과 역사는 주로 권력을 가진 자, 승리한 자의 편이었다. 이런 기조는 오늘날 모바일 스크린이나 신문, TV, 라디오를 통해 접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누구나 원한다면, 자신이 미디어를 만들어 글을 쓰고 개인의 미시사微視史를 충분히 알릴 수 있다. 모두가 살아온 과정은 고유의 궤적을 그린다. 그 궤적이 축적되면 한 사회의 소중한 사료가 될 수도 있다.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 도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의미를 찾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P 27
달라이 라마도 늘 말하지 않나. “행복을 갈망하고 고통을 피하기 원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 존재”라고.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브랜드가 있어야 내 콘텐츠가, 내가 가진 경쟁력이 조금이나마 더 오래갈 수 있다. 나다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진실할 것. 나답게 글 쓰는 일은 자기 깜냥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P 35
둘째, 내가 보기에 좋은 것, 남도 알았으면 싶은 걸 알릴 때 글을 쓴다. 써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알리려는 대상에 대한 내 생각이 온전히 정리되었는지 아닌지 말이다. ‘그냥 좋으니까’라고만 적어도 충분할 때도 있겠지만, 그 감정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살피다 보면 ‘내가 이걸 왜 좋아하지?’ ‘왜 굳이 글까지 써서 알리려 하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P 85
일상 속 글쓰기는 매번 다른 속도와 회전수로 날아오는 테니스공을 쳐내는 것과 비슷하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글이기도 하다. 여러 창작 활동 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인다. 비용도, 재료와 도구를 갖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 늘 할 수 있다. 마침 수많은 SNS가 있고, 그중 몇 개는 잘 관리할 자신도 있다.
P 94
완성도 높은 한 편의 긴 글은 내가 직접 만들고 가꾼 탄탄한 공장이다. 가장 나다운 것들로 채워져 있고, 나답게 쉴 수 있고, 즐거울 수 있고, 도 다시 새로운 것을 생산해낼 수 있는 그런 공장이다. 이 공장에 때론 손님이 찾아온다. 손님이 흥미를 느끼고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면 친절히 안내하자. 공장을 둘러보고 간 손님은 당신을, 당신이란 브랜드를 기억할 것이다.
P 186
긴 글쓰기는 대부분 마라톤처럼 지난하고 괴로운 작업에 가까울 때가 많았다. 대신 사람들이 그 글을 좋아해주면 괴로운 만큼 더 기뻤다. 그들이 내 글에 반응하고 이야기할 때, 앞으로도 계속 글 쓰는 삶을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글을 쓰는 데에는 동료가 꼭 필요하다.
P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