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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부터 시작하는 달리기

격변의 시대, 살고 싶다면 달려라 - 1장. 시작에서 습관까지

by sposumer

일단 밖으로 나가라!

<사진 1. #서울100k 의 55k 코스에 참가했다. 40k 정도 달리다가 너무 힘들어 멈췄는데, 눈 앞에 꽃길이 나타났다. 조금 쉬고 꽃길을 다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마흔에 시작하는 달리기'라는 제목으로 프롤로그를 적어둔 것이 벌써 2년이 되었다. 이후에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여러 번 생각은 했지만, '에이 그건 시시해'라고 자평하면서 한 글자도 더 쓰지를 못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떤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 순간이라는 것은 모두 다르지만 이 때를 놓치면 평범한 과거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때를 잘 활용하여 무엇이든 시작한다면 '계기'가 될 수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달리기를 하고 싶다. 혹은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최근 1년간 한 번도 없었나? 만약 한 번이라도 ‘달리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때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늘 바로 밖에서 달리기를 해보면 된다.

달리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들도 많고, 온라인에서도 유튜브 영상을 포함해서 관련 정보는 넘쳐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요령에 따라서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한 번 뛰어보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더욱 좋겠지만, 이 세밀한 준비로 달리기 시작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보다는 오늘 저녁 퇴근길에 한 번 달려보는 것이 좋다.

무작정 달려보라고 하는 것이 막무가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밖으로 나가라'를 권유하는 이유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달리기는 엘리트 선수라 하더라도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중이 하나다.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당신은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 것이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달리지 않아야 할 수많은 이유들이 먼저 떠오르고 ‘내일부터 달리자’라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무조건 시작하는 것말고 무거운 첫 발걸음을 옮길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둘째, 아무 준비없이 시작을 해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아무리 달리기 거리가 짧고 지속시간이 짧다고 해도 스스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자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대때라면 숨이 안찰 것 같은데, 체력이 많이 안좋아졌다' 혹은 '흠, 체력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은데, 이 낡은 운동화 때문에 발이 아픈 것 같다' 이런 것들이다. 운이 좋다면 달리기를 하고 나서 '이제까지 버스타고 출퇴근만 해서 몰랐는데, 우리 동네도 달리기가 좋구나'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어서 달리기를 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을 수도 있다.


셋째,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나영석 PD가 지은 책 제목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자기가 원하는 수준의 달리기를 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라톤 경기에서 엘리트 선수들은 마스터즈(일반인)보다 먼저 출발을 한다. 아직 실력은 엘리트 선수가 아니라도 레이스가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빨리 출발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하지만, '일단 밖으로 나가라'를 실천할 때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첫째, 절대로 무리해서 달리지 마라. 달리다보면 생각보다 신이 날 수가 있다. 즐겁게 달리는 것은 좋지만 신바람이 나서 다음 날 출근길에 다리를 절뚝거릴 정도로 달리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둘째, 동네를 달릴 때는 횡단보도가 적은 코스로 달려라.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는 코스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서, 달리다가 자주 멈추게 되면 정확하게 내 몸 상태를 알 수가 없다. 또, 달리기 잘 하고 있다가 리듬이 깨질 수도 있다. 가급적 최대한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 도로의 차들과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안전에도 좋다.


셋째, 학교 운동장에서 뺑뺑이는 재미가 없다. 달리기에 재미를 느끼면 같은 코스를 반복하는 루프(loop) 코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학교 운동장 몇 바퀴를 도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달리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걷기를 하면서 보이는 풍경들과 다르다. 하지만, 운동장 뺑뺑이는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밋밋하다. 달리기가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를 뺑뺑이 도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달리기를 포기하게 된다면 안타깝지 않을까? 아, 그리고 현실적으로 집 앞에 학교 운동장은 굳게 닫혀있을 확률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학교 운동장 개방 여부는 학교장 재량인데, 주변 주민들을 위해서 수업시간 이후에 학교 운동장을 개방한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넷째, 거리 목표가 아니라 시간 목표로 달려라. 아직까지는 당신이 거리를 목표로 할 때가 아니다. 거리를 목표로 하게 되면 의도하지 않게 무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무조건 시간 목표로 달려라. '5분'이면 된다. 만약에 5분을 달렸는데 힘이 남을 정도로 시시하다면 더 달려도 좋다.


마흔에 시작하는 첫 달리기는 본인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목표로 하면 된다.

자, 오늘 일단 밖으로 나가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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