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카드로 카드 결재요??
오전 11시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을 시키는 분들은 늘 다양하다. 오늘의 배달지는 대학교였다. 배달 음식은 찌개였는데, 5만원이 넘고 부피도 큰 편이었다. 배달가방의 지퍼를 열어서 확장을 한 후에 배달 음식을 안착시켰다. 가본적이 있는 대학교라서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목적지인 XX관에 도착해서 3층으로 씩씩하게 걸어서 올라갔다. ‘카드결재’라고 되어 있어서, 결재하실 카드를 달라고 했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자분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앱 카드를 내미셨다. 내밀었다기 보다는 보여주었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3층까지 걸어 올라와서 조금 숨이 차는 상태였는데, 제 스마트폰에 카드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앱 카드가 아니라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셔야 한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노교수(조교로 보이는 분들이 음식을 풀러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추정)는 아니 요즘 앱 카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야고 말씀을 하셨다. 나에게 별다른 악의는 없으시겠지만, 갑자기 신용카드 번호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해야하는데 기운이 쑥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다행이 조교로 짐작되는 분이 다른 신용카드를 주셨다. 앱 카드로 신용카드 결재를 요청하신 분께서는 아무 말이 없었고, 조교분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셨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 일은 아니지만, 저 조교분은 5만원이 넘는 식사비용을 노교수분께 어떻게 받을지 궁금했다. 그냥 학교에 비용 청구를 하면 되는 것인가도 궁금했다.
나는 원래 엘리베이터를 탈때 문 닫힘 버튼을 가급적 누르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그 층에서 사람이 내렸다고 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 남아있는 사람이 문 닫힘 버튼을 누르는 것은 문 소리를 들으면 알 수가 있다. 별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빨리 내리기를 기원하는 것 같아서 싫다. 하지만 배민커넥트를 하면서는 늘 엘리베이터 문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다. 벨보이 마냥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계속 문 닫힘 버튼을 누르게 된다. 문 닫힘 버튼을 눌러서 몇 초가 절약되는지는 모르지만, 몇 초를 절약하기 보다는 마음이 급해서 하는 행동같다. 어제도 고층 아파트에서 문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는데, 아파트 복도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핏기도 없고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었다. 혼자서는 복도 청소용 물통과 밀대 걸레를 같이 옮기실 수가 없어보였는데,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청소 아주머니를 도와주지 않았다. 청소용 물통이나 밀대 걸레를 옮겨준다거나 엘리베이터 문 열림 버튼을 눌러줄만한 상황이었지만, 육아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들은 이야기에 더욱 열중할 뿐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저렇게 힘이 빠져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나 역시 나부터 생각하는, 남의 불행과 나의 불행의 크기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이기적인 사람같아서 슬펐다.
오후에는 좋은 아니 럭셔리한 고층 아파트로 배달을 갔다. 동마다 보안요원이 한 명씩 있는 고층 아파트였고, 이럴 때는 차라리 동을 찾는 것도 보안요원들에게 물어보면 잘 안내를 해주신다. 찾으려고 하는 동을 잘 찾았고, 보안요원에게 출입용 카드를 받아서 현관에 태깅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비대면 배달 요청이라서 배달음식을 문 앞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전송’을 누르면 서버에 사진이 전송되고 배달은 마무리가 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한 세 번 정도 사진을 촬영하고 ‘전송’을 눌렀지만 서버로 사진이 전송되지 않았다. 복도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배커를 하면서 다양한 난관에 봉착했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다. 네 번째 ‘전송’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고, 결국은 배달 음식이 문 앞에 있는 사진을 찍어서 전송하지 못했다. 1층에 내려와서 출입용 카드를 촬영하여 비대면 배달을 어렵게 마무리 했다.
배달을 마치고 배민커넥트앱에서 이것저것을 눌러보다가 새로운 뱃지를 발견했다. ‘200건 배달완료’ 뱃지였다. 하지만, 오늘 배달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점심시간에 집 근처에서 배달을 하고 있을 때, 어린이집에서 근처 놀이터로 나와서 놀고 있던 우리 아들 목소리였다. 참 그 목소리를 분간해서 듣는 나도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 아들은 세상 유쾌하게 웃으면서 미끄럼틀 근처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고, 친구들 몇 명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별 것이 아니지만, 그 평온한 모습이 참 큰 힘이 된 하루였다.
P.S. 집 우편함을 열어보니 지난 주말에 찍은 32,000원짜리 기념 사진이 도착했다. 경찰청에서 촬영해준 과속 기념 사진. 과태료를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