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영아산통'
산후조리원에서 아들이 집으로 온지 2주 정도가 됬다. 처음 1주일은 즐거운 일이 더 많았다. 아들은 분유도 원샷으로 잘 먹고, 먹고 나서 트림도 어른처럼 잘하고, 잘 잤다. 대변도 2일에 한 번 정도 보고, 아내와 나를 보고 잘 웃기도 했다. 집에만 가면 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다만 아들은 3시간에 한 번은 분유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밤과 새벽에도 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야만 했다. 모유수유가 잘 되지 않아서 유축기로 유축까지 하는 아내는 마루에서 유축을 하다가 잠들기도 할 정도로 잠이 부족했다. 나도 잠이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전까지는 비몽사몽인 상태가 계속되었다.
다소 졸립고 피곤하지만 평화로운 육아가 끝난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 오후 8시가 되면 아들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가 축축한 것도 아니고, 주먹을 꽉 쥐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육아 관련 서적에서 읽었던 영아산통을 겪는 아기의 모습이었다. 안아주기도 해보고, 유모차도 태워보고, 아기띠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달래보았지만 쉽게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얼굴이 새빨게지도록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영아산통으로 괴로워하는 아들은 보면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내와 나에게 오후 8시는 공포의 시간이 되었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게 더 좋을 거야.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네가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아무때나 오면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없잖아.
올바른 의식이 필요하거든.
생떽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중에서 여우의 말
영아산통은 우리 부부에게 불청객이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매일 오후 8시에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오후 7시만 되면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영아산통 때문에, 나는 오후 7시쯤에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신생아가 있는 집에 한 권씩 있다는 책 '삐뽀삐뽀 119'는 물론이고 포털사이트 네이버로 열심히 검색을 해보아도 영아산통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었다. 검색을 하면 할 수록 '영아산통은 원인 불명이며,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우리 부부는 슬럼프를 겪는 프로야구 선수처럼, 원인은 모르지만 여러가지 노력을 해볼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 젖병을 바꿨다. 아들이 분유를 빨리 먹기도 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원샷을 하는 것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소화불량이 영아산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의미가 있는 일이다.
두 번째, 소화가 잘되는 특수 분유를 샀다. 아들은 이미 유산균은 매일 먹고 있다. 소아과에서 영아산통에 해주는 처방은 소화효소와 특수 분유라고 시도해보았다. '노발락(Novalac)'이라는 특수 분유는 약국과 이마트 등에서 판매 중이었다. 800g 한 통 가격이 거의 4만원에 가까워서, 고민을 했다. 매대에 두 통을 사면 10% 할인을 해준다고 써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한 통만 먹여보려고 한 통을 샀다.
세 번째, 아내는 모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유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평소 우유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임신을 하고는 입맛이 없지만 아침을 거를 수는 없기 때문에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곤 했다. 출산 후에도 바쁠 때는 이렇게 하고 있었는데, 이 미숫가루 한 잔도 포기해야만 했다.
어제도 어김없이 악을 쓰고 울던 아들은 오후 10시가 넘어서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사두었던 책을 보다가 조금 위안을 얻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673376
UCLA 소아과 전문의인 저자는 영아산통에 대해서 한 가지 전제를 가지고 설명을 하고 있다. 아기들은 세상에 나온지 3개월이 지나서까지는 엄마의 자궁을 그리워한다는 것이었다. 영아산통도 자궁을 그리워하는 아기가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듯한 설명이라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됬다. 영아산통에 대해서 엄청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영아산통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타율이 떨어진 4번 타자가 어렴풋이 타격폼이 부진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책에는 영아산통을 겪는 아기를 달래는 방법도 나와있다. 어깨에 올려서 안아주는 방법 등은 나도 이미 알고 있는 방업이었다. 아들에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입으로 '쉬~'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아들은 안은 상태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귀에 '쉬~'소리를 내주면 조금 진정하는 것 같았다.
울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가 생긴 것이다. 오늘 밤에도 같은 방법으로 진정을 시켜보려고 한다.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아들의 영아산통도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도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PS 우연이겠지만, 내가 아들에게 2시간 동안 '쉬~' 소리를 내면서 진정을 시키려고 노력한 다음 날부터 영아산통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이 사라졌다. 배가 고파서 더 자주 보채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