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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배달은 쉽니다!

2022년 새해 다짐 - ‘사유하는 주체’가 되자!

by sposumer

작년 10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선택하고 나서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한 가지는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것이다. 그 전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기는 했지만, 도서관을 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온라인 주문을 했다. 온라인 주문을 한 책이 도착하면 읽어야 하지만, 읽지 못하고 책들은 책장에 쌓여만 갔다.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도 작년 12월에 도서관에서 빌렸다. ‘배민커넥트’ 즉, 자전거 배달을 소재로 뭔가 써보겠다는 생각까지는 좋았지만 쓴 글들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다가 ‘대리사회’를 발견했다. 역시나 게으름 때문에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오늘 드디어 ‘대리사회’를 다 읽었다.

‘대리사회’는 사서 다시 읽을 것이다. 참 공감이 되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다.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에 다 읽게 되어서 더 좋았다. 올해는 ‘사유하는 주체’가 되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제 600건이 넘은 ‘배민커넥트’ 자전거 배달은 2022년 3월까지 1,000건을 완료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도 뭔가 의미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부업으로 하는 건데 그냥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배달을 하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아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가끔 눈이 오는 등 계절적인 위험을 고려해서 조심조심 계속해보고 싶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일이라는 것은 고용된 개인이 사유를 하든 말든 그 개인을 고려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것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유’ 좀 더 쉽게 이야기한다면 ‘생각’할 시간을 갖기는 쉬운 것 같다.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는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회사를 다닐 때와 비교했을 때 강력해진 부분은 기회비용에 대한 것이다. 회사 다닐 때야 내가 정시에 출근해서 퇴근을 하면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것이었으나 이제 나의 모든 시간은 돈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기회비용’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렇게 체감을 할 수 있는 기간이 40년 사는 동안에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점심을 안 먹고 2시간 동안 글을 쓰는 것은 내 자유지만, 자전거 배달 점심 피크를 놓치게 된다. 회사를 다닐 때는 체감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는 동안 ‘픽업’과 ‘전달지’라는 두 가지 이외의 생각을 하면 배달 사고가 난다. 배달하는 동안에는 ‘픽업’을 가는 경로를 표시하는 ‘오렌지’ 색과 ‘전달지’로 가는 경로를 표시하는 ‘블루’ 색만 따라가야 한다.

안타깝지만 내가 ‘사유하는 주체’가 되기 위한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간단한 일 같지만, 점점 아침 아니 새벽에 빨리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이것도 습관이 되면 괜찮으려나? 코로나 시대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달리기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과 연결을 해서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사랑스러운 다섯 살이 된 아들이 일어나기 전까지가 내가 ‘사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주 어렵겠지만 1주일에 두 번이라도 새벽에 일어나서 ‘사유하는 주체’가 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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