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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일가족 코로나 확진

집에서만 일주일, 3인 가족 자택 코로나 투병기

by sposumer

확진의 서막

월요일 밤, 나는 내일 아침에 아니 새벽에 꼭 일찍 일어나서 올림픽 수영장으로 자유수영을 하러 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잠들었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자유수영을 할 수가 있어서, 안방 침대가 아니라 마루에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다섯 살 아들이 열이 난다는 내무부장관의 외침에 안방 침대로 갔다. 나는 비몽사몽 간에 아들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으며 열을 내리는 일을 도왔다. 거진 반은 졸면서 물을 떠오고 물수건을 짜고 하다보니 아침이 되었다.


Day 1 - 확진의 날

화요일 오전,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내무부장관님 말에 따라서 나와 5살 아들 그리고 보육 이모님은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10분후,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에 한줄만 나타났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아침부터 콧구멍을 두번이나 쑤시고 재채기를 해서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약을 지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무부장관님은 출근을 했고, 나는 열이 났던 아들이 또 열이 나지 않는지 지켜보면서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열이 떨어지면 올림픽공원으로 축구를 하러가려고 했는데, 열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아들과 함께 집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오전에 노트북으로 예정된 컨퍼런스콜을 했고, 몇 가지 업무를 처리했다. 아, 힘든 하루가 저물어간다 생각할 때쯤 내무부 장관님께 연락이 왔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코가 아니라 목까지 쑤셔서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집에서 우리도 빨리 다시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나누어준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로 얼굴을 찡그리는 아들의 콧구멍을 또 쑤시고, 내 콧구멍도 쑤시고...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에 희미하지만 한줄이 더 나타났다. 두줄, 즉 코로나 양성. 보육 이모님은 음성이라서 마스크를 착용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아침에 갔던 병원에 아들을 데리고 다시 갔다.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야 약도 처방을 받고 보건소에서도 자가격리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오후 5시 55분에 집에서 나와서 병원에 10분만에 도착했는데, 당분간 영업시간이 오후 6시 30분이 아니라 6시까지라는 쪽지가 병원에 붙어있었다. 병원을 못갔다고 내무부장관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집 근처에 오후 10시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서 알려주었다. 병원을 네이버 지도에서 찾아보니 오후 6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휴식 시간이라고 되어있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10분 정도 남은 시간을 활용해서 라면을 하나 끓여서 먹었다. 연신 땀을 흘리며 라면을 해치우고, 코로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보육 이모님께는 집에 돌아가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아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아들을 데리고 가려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서 차를 타고 내무부장관님이 알려준 병원으로 갔다.

병원 앞 보도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을 잘 찾아서, 주차를 하고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6시 55분. 예상은 했지만 우리 앞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10분 정도 기다려서 다시 한번 코구멍을 힘들게 하고 다소 냉냉한 인상의 의사 선생님께 코로나 확진 확인을 받았다.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신고를 할 것이고 내일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코로나 확진 확인서까지 받고 나니 오후 7시 20분쯤 되었고, 처방전을 가지고 1주일치 약을 지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은 약값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세금을 충실히 낸 보람을 잠시 느꼈다. 차로 집에 오후 7시 30분쯤 도착했다. 집에는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한 치킨이 배달되어 있었다. TV 뉴스에서 이제 코로나는 주요 뉴스가 아니었다. 물론 우리 가족 3명이 코로나 확진된 것 자체가 뉴스가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대통령 당선인의 일정을 비롯한 정치 이야기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짜증이 났다. 목이 꺼끌꺼끌한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일까?

1일차인 확진의 날 밤은 아들이 열이 많이 나서 힘이 들었다. 어젯밤이 다시 반복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반복되는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과 '엣지 오프 투모로우'가 떠올랐다. 역시나 내무부장관님이 헌신적으로 간호를 하느라 나보다 고생이 많았고, 어느 덧 아침이 되었다.


Day 2 - 배달의 날

아침에 가장 먼저 한일은 혹시라도 아들이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를 고려하여 소아응급실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집 근처 종합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고, 여기를 가면 되겠다고 했더니, 코로나 환자는 소아응급센터 이용이 안된다고 내무부장관님이 알려주었다. 아들의 열도 문제였지만, 나도 내무부장관님도 목이 무척 아팠다. 뭔가 먹어야 코로나 약을 먹을 수가 있으니, 남은 찬밥을 국에 말아서 대충 먹었다. 전자렌지에 우유 200ml 를 데워서 아들에게 주고, 코로나 약을 먹였다. 비염약을 먹었을 때처럼 콧물까지 말라가는 느낌이라서 정신이 좀 없었다.

오전 9시 36분.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통지 및 확진자 조사 안내’ 문자를 보건소에서 받았다. 어제 아들도 함께 확진을 받아서 아들의 문자까지 총 2통의 문자를 보고 있으니, 코로나 확진을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어제 밤에는 나도 내무부장관님도 아파서 끙끙거리면서 잠에 들었는데, 이와중에도 내무부장관님은 스마트폰으로 일주일치 식료품을 주문해두었다. 오전 11시, 배달로 받은 일주일치 식료품을 정리했다. 점심은 아들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배달의 민족으로 버거킹을 주문했다. 버거세트 두 개에 아들이 좋아하는 어니언링까지 포함을 하니, 17,000원이 넘어서 5,000원 할인이 적용되었다. 고객 요청 사항에 적은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 메세지에 따라서 30분 정도 지나니 버거킹 햄버거가 배달 완료되었다. 나도 자전거 배달로 맘스터치 햄버거를 많이 배달했는데, 코로나 자가격리 때문에 햄버거를 배달해 먹으니 기분이 좀 묘했다. 여튼 일주일치 식료품과 점심식사 모두를 배달로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 약을 먹고 세 식구 모두 침대에 누웠다. 보건소에게 전화가 왔다. 문자에 따라서 확진자 자기기입식 조사서 입력을 할때 아들도 따로 입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입력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약 기운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들까지 조사서 입력을 마쳤다. 목이 점점 더 아파져서 물이나 침을 넘기는 것도 힘이 들었다. 오후 5시 29분, 강동구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결정 알림’이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이미 집에서 격리를 하고 있는데, 새삼스러운 문자였다. 격리기간은 검사일로부터 7일이며, 별도 해제 통보는 없다는 내용만 눈에 들어왔다. 저녁은 배달된 식료품 중 하나인 닭 한마리 밀키트로 내가 만들었다. 아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맵지 않은 국물이어야 했는데, 끝맛이 약간 매운 술안주로 적당한 국물이었다. 역시나 국물에서 건진 칼국수를 주니 아들이 맵다며 연신 물을 마셨다. 다행히 닭고기는 국물맛이 많이 나지는 않아서 닭고기 발라서 먹였다. 아들이 밤에 열이 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도 내무부장관님도 이제 목이 너무 아팠다. 아들은 첫날과 다르게 밤에 열이 많이 나지는 않아서 그림책도 두 권 보고 잠에 들었다. 이제 문제는 내 목이었다. 정말 침을 넘겨도 목이 아팠다. 기침을 하거나 침을 넘겨도 목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잘 못잤다. 새벽 3시 정도부터는 30분 간격으로 자고 깨기를 반복했다. 새벽 4시쯤에는 아들이 다시 열이 올라가서 해열제를 먹였다. 자던 아들을 깨워서 어떻게 해열제를 먹이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아들이 벌떡 일어나서 “내가 혼자 먹을께!”라고 하면서 씩씩하게 해열제를 먹은 것이 하루종일 있었던 일중에서 가장 기쁜 일이었다.


Day 3 - 약의 날

새벽부터 목이 너무 아프고, 열까지 났다. 일어나자마자 식빵을 토스터기에 구워서 입에 억지로 밀어넣었다. 약을 먹으려면 뭔가 먹어야 했고, 음식물이 목구멍에 넘어갈 때도 아팠지만 정말 꾸역꾸역 식빵을 먹었다. 처방을 받은 약 외에도 타이레놀, 하벤 등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더 먹었다. 실제 효과도 효과지만, 약을 더 먹으면 좀 덜 아프겠지라는 좀 모자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약을 먹었는데도 온 몸이 쑤시는 느낌이 있어서 아들에게 우유를 주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목이 너무 아프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30분 정도를 잤다. 내 안부를 궁금해하는 후배에게 전화가 왔는데, 받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가 않아서 전화를 받지 않고 카톡을 보냈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의 코로나 증상이 어떤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네, 저도 많이 아픕니다'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내밷지는 않았다. 보건소에서도 몇 명 안되는 인력으로 코로나 확진들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는 업무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지만 빠른 목소리의 보건소 직원과 통화를 마치고 나니, 코로나 위문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내무부장관님 회사 직원들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죽과 아동용 열 패치를 보내주었다. 얼굴을 본적 없는 직원들이지만 정말로 고마웠다. 목이 아파서 잠도 안오는 상황이라서 거실 소파에 앉아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프기도 했지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책은 코로나 자가격리에는 다소 어울지 않았다.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내무부장관님이 노트북으로 회사 직원들과 컨퍼런스콜을 했다. 몸은 아프지만 회사 일의 진도는 나가야 하니까, 잘 나오지는 않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집에서만 놀아야 하는 아들이 답답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내 몸이 아프다 보니 응석을 받아주기가 쉽지가 않았다. 응석을 부리는 아들에게 몇 번이나 버럭 소리를 지르고, 목이 아파서 자기 전에 읽어주는 그림책도 읽어주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서 보는 유튜브도 보여주지 않았다. 아들이 유튜브가 보고 싶다고 울었지만, 말 잘 들어서 내일 보라고 대꾸하고 자버렸다. 이렇게 완강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아들도 체념하고, 잠들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잠든 아들의 얼굴에 눈물, 콧물을 가제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잠을 자는 동안에 제임스 카메룬이 연출했던 ‘에어리언즈(Aliens, 국내 개봉 시에 에어리언2 였으나, 제임스 카메론은 촬영장에서 에어리언2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를 냈다는 것을 넷플릭스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가 계속 등장했다. 퀸 에어리언까지 모두 소탕하고, 리플리와 뉴트가 동면을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잠을 자면서도 코가 막혀서 잠에서 깨니까 이 장면이 등장한 것 같았다. 편하게 잠을 좀 자고 싶었다.


Day 4 - 개인보호구세트

아침에도 ‘에어리언즈’ 동면 장면과 함께 눈을 떴다. 왼쪽 콧구멍이 꽉 막혀있었고, 침을 삼키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어제 울다가 잠든 아들은 잘 자고 있었고, 열도 나지 않았다. 마루로 나가보니 내무부장관님이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내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마루로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여러 번 잠에서 깼는데, 정말 내가 코를 골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내가 나가서 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바나나 한개를 입에 우겨넣고 약을 먹었다. 타이레놀도 함께 먹었다. 가족 카톡방에서는 나한테 원격진료를 받아서 다시 약처방을 받아서 먹으라고 난리였다. 걱정은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싸가지 없이 그만하라고만 카톡방에 한 마디 남겼다. 아파트 공동현관 비디오폰 벨이 울렸다. 보통 우리집에 원래 택배배달을 하는 기사님들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벨을 누르지 않는다. 무슨 택배일지 궁금해하면서 5분 정도 있다가 문을 열었다. 상자 하나와 쇼핑백 하나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쇼핑백에는 라벨 스티커로 ‘소아’라고 붙어있었고, 박스는 성인용 개인보호구세트였다. 소아라고 붙은 쇼핑백에 있는 물품들은 그나마 좀 쓸모가 있었다. 해열제, 소독액, 1회용 장갑, 체온계, 마스크 등이 들어있었다. 성인용 개인보호구세트에는 KF마스크 등 쓸만한 것도 있었으나,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방역복과 페이스쉴드는 쓸모가 없었다. 공무원들도 모두 바쁘게 일을 하고 있겠지만, 자가격리 4일차에 도착한 개인보호구세트는 고맙기보다는 뭔가 씁쓸했다. 개인보호구세트가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에게 쓸모가 있으려면 로켓배송으로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 가족처럼 전부 코로나 확진이 경우에는 필요가 없을 것이고, 가족 한명이 확진된 경우에는 개인보호구가 시급하게 필요할 것이다. 개인보호구세트 안에 들어있는 안내문을 보면서 격리해제 후에 쓰레기 처리나 집에 소독액으로 세척이 필요한 곳 등을 내무부장관님과 점검했다. 월요일 자정까지 격리이니 화요일 아침에 쓰레기 처리 등을 고려하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아침에 약을 먹고 목은 좀 덜 아픈 것 같다. 어린시절 많이 먹었던 ‘호울스’가 생각이 났다. '휘산작용'이라는 뜻 모를 단어와 함께 호울스 TV 광고에 등장하는 목이 뻥 뚫리는 장면을 생각하니 속이 좀 시원했다.

저녁에는 내무부장관님 회사 동료들이 보내준 죽을 데워서 먹었다. 나는 김치낙지죽, 내무부장관님과 아들은 닭죽을 먹었다. 어린이집에 갔다면 낮잠을 자겠지만, 집콕을 하고 있는 아들은 낮잠을 계속 자지 않았고 닭죽을 먹으면서 계속 졸았다. 잘 먹기는 해서 다행이었다. 아들은 닭죽을 먹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들어서 안방 침대로 옮겼다. 이대로 쭉 잠을 자도 상관이 없으면 좋겠는데, 매주 금요일은 아들이 오후 8시 50분부터 10분간 원격 영어 수업을 하는 날이다. 미안하지만 8시 45분에 부랴부랴 아들을 잠에서 깨워서 영어 수업을 받게 했다. 사실 더 자겠다며 떼를 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들은 하품을 하면서도 수업을 잘 받았다. 이번 코로나 격리 중에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는 것이다. 열이 나도 씩씩하게 혼자 약도 잘 먹고, 밖에 나가지 못해서 답답할텐데도 큰 불평없이 집에서 혼자 잘 놀아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아들이 영어 수업을 받고 바로 잠들어 버려서, 나도 바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제발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개운해져있기를 기원하면서 잠이 들었다.

오후 11시 55분. 전화가 와서 잠을 깼다. 목이 원래 아픈데다가 잠에서 깼으니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겨우 “여…보세요…”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마켓컬리입니다. 지금 공동현관에 들어왔습니다” 전 직장 상사분이 보내주신 과일이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집에 도착했다. 오후 12시, 현관문을 열어보니 큰 상자 하나와 파손방지 비닐 봉투 하나가 있었다.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약과 오렌지였다. 코로나 자가격리 동안 괘유를 기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보내준 물품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카카오톡으로 “아이고, 쾌유를 기원합니다”라고 톡 하나를 보냈던 나였다. 말 한마디로 끝이 아니라 왜 뭐라도 보내볼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까지는 내 생각의 그릇이 그렇게 크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오렌지는 바로 하나를 까서 먹었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내무부장관님께도 한 쪽을 가져다 주었다. 현실적으로는 둘 다 목이 너무 아파서 어떤 음식물이 넘어가든 고통스럽지만, 이 오렌지는 해외 관광지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시원했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제 목이 좀 아파서 그렇지 코로나 처음 걸렸을 때와 비교하면 살만했다. 갑자기 이번 코로나 자가격리로 하지 못하게 된 것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사진 1. 인생에서 제일 맛이 있었던 오렌지>

주말 캠핑장 예약하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평일에 캠핑장 예약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실 오늘, 혼자 캠핑장을 다녀오고 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구리 가족 캠핑장을 1박 예약했다. 내무부장관님께 윤허를 받는 과정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던 혼자 만의 시간이었다. 화요일 쯤에 윤허를 받으려고 했는데, 화요일에 코로나 확진이 되어서 화요일 밤에 비몽사몽 간에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평창으로 글램핑을 갈 예정이었다. 아는 형님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2월에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기로 한 후배 가족이 코로나 확진으로 4월로 연기한 글램핑이었다.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코로나 확진이니 후배 가족만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체육 프로그램인 ‘트니트니’도 있는데, 역시 갈 수가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Day 5 - Sunshine Day

정말 눈부신 햇살 때문에 아침에 잠에서 일어났다. 아들이 “아빠, 밖에 나가요!”라고 해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목이 바싹 말라있는데, 아픈 증상이 어제랑은 또 달랐다. 거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정말 밖에서 뭘해도 좋을 것 같은 화창한 날씨였다. 아들은 어제 먹었던 닭죽이 맛이 있었다고 했다. 백김치랑 먹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선물 받은 오렌지를 잘라서 아들에게도 주니 잘 먹었다. 배달된 신문을 보니 ‘757일 만에 모임, 영업 족쇄 풀려’라는 헤드라인이 보인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코로나 거리두기 전면 해제라는 내용이었다. 신문을 펴보니 건물 옥상에서 촬영한 을지로 노가리 골목 사진이 실려있다. 대학교 때 배낭여행을 갔던 태국 카오산 거리처럼 프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거리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펜데믹 전에 촬영한 사진처럼 보였다.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읽어보니 1급 감염병인 코로나가 2급으로 강등될 예정이라고 한다. 2급으로 지정되고 4주가 지나면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고위험군 재택치료, 치료비, 생활비 지원도 없어진다고 한다. 아픈 와중에 코로나가 2급이 되기 전에 걸려서 다행인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2급이 된 코로나에 걸리면 치료비, 생활비 지원도 없다고 하니까 말이다. 참, 무슨 글을 읽어도 돈에 연관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니, 좋게 말하면 생활력이 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물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선배가 하는 글램핑장에 후배가 잘 도착했다고 카톡이 왔다.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여름에도 같이 또 오면 좋겠다고 했다. 날짜를 맞춰보자고 하고 재미있게 잘 놀으라고 했다. 정말 좋은 날씨지만 밖에 나가지 못해서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늘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은 정말 답답할 것 같았다. 그래도 집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있느니 다행이었다. 아들이 요즘 푹 빠진 에니메이션 중에서 ‘픽시구조대’라는 것이 있는데,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이 주제곡을 흥얼흥얼거린다. 가사 중에 “안전하게, 건강하게, 내 몸을 지키자!”라는 구절만 귀에 쏙쏙 들어온다. 우리 가족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하게 몸을 지켰어야 했는데…

저녁에 TV뉴스를 보다보니, 오늘이 세월호 참사 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직도 진상규명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유가족들도 안됬지만, 참사 당시 학생이었던 생존자 중에서 응급구조사가 되어 친구들에게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날의 기억을 좋은 방향으로 이겨내고 응급구조사로 활동 중인 생존자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엄청 뛰어다닌 아들은 땀이 많이 나서 목욕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열이 나지 않아서 목욕을 시킬 수가 있으니 다행이었다. 혹시 감기라도 걸리지 않게 빨리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발라주었다. 이틀에 한번씩 아들을 목욕시켰던 일상으로 잠시나마 복귀한 기분이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거실로 나왔다. 한쪽 코가 꽉 막힌 것이 코를 골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Day 6 - Sunday

오전 7시쯤에 눈을 떴다. 역시나 날씨가 좋았다. 거실 창문 밖으로 길쭉한 롯데타워가 선명하게 보였다. 목은 조금 아프고 코도 막힌 상태지만, 이 정도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집안에 모아둔 쓰레기들을 보니 분리수거된 쓰레기가 한 상자, 비닐만 별도로 모아둔 것이 한 봉지, 20리터 종량제 봉투 한개였다. 달리기 클럽 카톡 방에 2022 서울마라톤 엘리트 부문 TV 중계 화면이 올라왔다. 아직 아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오랫 만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엘리트들이 서울 시내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군자역을 지나 잠실대교를 달리는 엘리트들이 부러웠다. 엘리트들이 잠실대교를 다 건너서 잠실주경기장을 향할 때 쯤에 아들이 일어났다. EBS에서 만화를 보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아저씨들이 곧 운동장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이야기 해서, 남자 엘리트 선수 그룹이 잠실주경기장으로 피니시하는 것까지 TV 중계를 보았다. 남자 엘리트 선두권의 기록은 2시간 4분대. 코로나로 뒤바뀐 세상처럼 나는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록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남자, 여자 모두 선두권에는 없었다. 코로나가 유행한 2년 동안 국내에서는 일반인뿐 아니라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로드레이스는 거의 없었다. 실제 도로를 막는 것이 어렵다면, 2020년 런던 마라톤처럼 호수 주변을 몇 바퀴 도는 것 같은 loop 코스를 활용해서 로드레이스를 진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한육상연맹에 그 정도에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집 근처에 대한육상연맹 사무실이 있어서 사무실 앞을 지날 때마다 뭔가 불만이 자꾸 떠오른다. 집에만 있어야 하니 바라보면 불만이 떠오르는 대한육상연맹 사무실 앞까지 더 달려가고 싶어졌다.

<사진 2. 레이스 라이브 스트리밍 화면 캡쳐. 국내 여자부 1위를 차지한 최경선 선수의 모습>

오늘의 가장 큰 과제는 밖에 나가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아들과 함께 집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학습지에 부록으로 준 만들기 키트 등이 그래도 좀 도움이 되었다. 종이로 만드는 수족관을 만들어서 조금 놀고, 아들이 평소에 하지 않던 보드 게임까지 가지고 와서 보드 게임도 같이 했다. 나름은 여러가지 놀이를 한 것 같지만 시간은 잘 가지 않았고, 코로나 약 기운 때문인지 아들이 다행이 낮잠을 자서 저녁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내무부장관님이 안타까운 소식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신축 때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신 경비아저씨가 계시는데 이번 주까지만 일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아파트 주민 반상회도 모여서 하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서만 전달사항이 올라온다. 늘 부지런하시고 아들의 어설픈 인사도 잘 받아주시던 경비아저씨가 떠나가시기 전에 직접 인사를 드리면 좋을텐데, 코로나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으니 참 답답할 따름이었다. 월요일에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하시러 온다고 했는데, 우리 가족의 격리일자가 월요일 자정까지니까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우리는 이 정도이지만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요양원 등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Day 7 - 자가격리 마지막 날

주일인 일요일. 오전에 중학생인 조카가 교회에서 입교식을 했다.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들도 오늘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날이니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것 같았다. 코로나 자가격리만 아니였다면 교회에서 열린 입교식에 참석해서 축하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집에서 가족 카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서 축하인사를 전할 수 밖에 없었다.

무료한 점심에 TV를 틀어보니, 코로나로 아직도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와 아직도 공방전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안됬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휴, 내가 저기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목이나 몸 상태는 이제 코로나 이전가 비슷해졌지만, 어쨌든 처방받은 약을 점심을 먹고도 또 먹었다. 오후에는 자전거 체인 세척을 위해서 구매한 디그리셔와 세척 도구들이 택배로 도착했다. 좀 더 빨리 주문했다면 격리기간 동안 집에서 자전거 체인 세척을 할 수 있었을텐데... 이제 몸이 살만하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코로나 자가격리 최후의 만찬인 일요일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내무부장관님이 배달의 민족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를 시키겠다고 해서, 자전거 배달을 할때 픽업을 갔던 곳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고르곤졸라 피자와 파스타가 비대면 배달로 금방 도착했고, 봉투에 적힌 상호를 보니 역시나 내가 자전거 배달을 했을 때 가봤던 곳이었다. 요즘 뉴스에서 배달비가 비싸서 음식을 파는 가게도 남는 것이 없다고 난리다. 하지만, 배달비와 상관없이 배달을 시켜서 먹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주요 도시에서 배달앱을 통한 음식배달은 계속 되지 않을까? 코로나가 우리 삶을 잠시 늦출 수는 있지만 우리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녁을 먹고는 열심히 집안 청소를 했다. 분리수거 쓰레기는 내일 오전에 버려야 하겠지만, 가족들이 일주일 동안 집에서 만졌던 곳들을 소독액을 뿌려가면서 열심히 닦았다. 손이 닦는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거실에 깔린 메트까지 꼼꼼하게 닦고, 소파같은 곳은 소독액을 뿌리고 말렸다. 청소를 마치고 나서 내무부장관님은 내일부터 다시 출근을 해야 하고, 아들도 어린이집에 가야하니 빨리 잠자리에 누웠다.

내무부장관님은 몸은 아팠지만 코로나 덕에 일주일이나 쉬었다고 했다. 나도 생각을 해보니 17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일주일이나 쉬어본 적은 없다. 이직을 할때도 뭐가 그렇게 급한지 거의 퇴사 다음날 새 직장으로 출근을 했었다. 8년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느라 쉬었던 것이 유일한 일주일 휴가였을 것이다. 코로나 약기운 때문인지 아들도 빨리 잠이 들었고, 나도 누워서 잠시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내일 새벽에 바로 올림픽 수영장으로 자유수영을 갈까 생각을 하다가 무리인 것 같아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새로운 사실들을 깨달았다기 보다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첫째, 무조건 건강이 최고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도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는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담배는 원래 안피우니까 술만 좀 더 줄이도록 해야겠다.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이 줄었으니 술도 줄어들만 한데, 혼술도 마다하지 않고 있어서 혼술을 줄여야만 한다. 이제 운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 보다 내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 도구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가족과 행복을 위해서 더 의무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운동은 면역력을 증강할 수 있는 가장 좋고 검증된 방법이니까!


둘째, 겪어보지 않고는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고,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찍은 시기에 자전거 배달을 하면서 코로나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보건소나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 검사 인파, 병원에 배달을 갔을 때 늘 서있던 119 구급차들, 방호복에 페이스실드까지 하고 배달음식을 받으러 나오던 의료진들의 피곤한 표정으로 코로나를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완전한 경험이 아니였다. 코로나 확진은 내 이야기는 아니고 남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이 되고 나니 많은 것들이 온전히 내 이야기가 되었다.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하는 생각을 했다.


셋째, 그래도 함께 사는 사회다.

코로나 확진 후에 병의 치료를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자가격리는 당연한 사회적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회적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전달해 주었다. 내무부장관님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쾌유를 기원하는 댓글부터 업무 때문에 연락을 한 것인데, 간식을 보내준 분들도 있었다. 질병관리청에서 보내준 상자에는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일한 물품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정부에서 보내줄 수 있는 물품은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보여준 따듯한 마음과 작은 물품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정기적으로 아주 작은 후원금을 몇몇 NGO에 보내고 있지만, 이제 좀 더 주변에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식이 아니라 아무 댓가없이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넷째, 감염병과의 전쟁,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일 수도 있다. 오늘 아침에 분리수거 쓰레기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리면서 든 생각이다. 코로나 뿐이 아니다. 감염병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찾아올 수도 있고, 감염병과의 전쟁 때문에 발생하는 엄청난 위생용품과 의약품 관련 쓰레기들, 배달음식을 위해서 사용되는 엄청난 프라스틱 용기 등을 생각하면 감염병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엄청난 쓰레기 때문에 더 빨리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조금이라도 식혀줄 수 있도록 조금 더 불편한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이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 아니라 나와 가족을 위한 삶의 방법이 아닐까?


방금 보건복지부에서 '코로나19 심리지원 상담안내'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와 가족들이 원하면 언제든 전문가 정신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듣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음악에서 죽음의 달콤한 유혹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별로 바쁘지 않은 나지만, 일주일간 자가격리 때문에 밀린 일들이 많다. 오늘도 미팅이 3건이나 있다. 이제 마스크를 잘 쓰고 지하철을 타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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