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저녁 리추얼, '육아일기 쓰기' 도전
평일 저녁, 다섯 살 아들의 어린이집 가방 앞주머니를 열면, 담임 선생님이 오늘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적어주신 어린이집 수첩이 있다. 월요일에는 이번 주 교육과정 및 식단이나 배우고 있는 노래 가사 등이 수첩에 꽂혀있기도 하다. 어린이집 수첩을 열자 노래 가사를 적은 A4 용지 한 장이 부엌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노래 가사는 '나는 나를 좋아해'. 동요 같기도 하고 동요 같지 않기도 한 제목이라서 이 문장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우습지만 잠을 자기 전에도 이 문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문득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를 좋아하나?'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리고 연달아 '우리 아들은 아빠를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을 위해서 내가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몸으로 놀아주기다. 아들이 두 살 때부터 데려간 캠핑도 몸으로 놀아주기를 실천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보통은 토요일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돌아오는 1박 2일 캠핑을 가다가 올해 2박 3일로 캠핑을 갔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도 2박 3일 캠핑이 훨씬 좋았다. 금요일에 출발하려면 회사에 연차를 내야 하는 것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로 파주에 있는 캠핑장을 다녀왔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내 후배네랑 함께 갔고, 동갑내기 친구도 한 명 있어서 아들은 마냥 즐거웠다. 목요일까지 엄청난 비가 왔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날씨는 아슬아슬했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다. 캠핑장은 여름을 맞아서 작은 수영장까지 있어서 아들은 이틀 동안 물놀이도 할 수 있었다.
첫날 물놀이를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둘째 날 물놀이였다. 신나게 놀다가 햇빛이 쨍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들이 춥다면서 물에서 나왔다. 내가 미리 큰 수건을 준비해서 아들을 감싸주었어야만 했는데, 물에서 나와서 텐트까지 약 100미터 정도를 걸어갔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으로 가서 샤워를 했지만 늦었다. 아들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내가 해열제는 챙겨갔지만 토요일 밤은 아들에게 물수건을 해주고 체온을 재느라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 4시쯤부터는 보슬보슬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이 되자마자 급하게 철수를 하고 집 근처에 문을 연 병원을 찾아서 진찰을 받았다. 물놀이해서 체온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는 진단이었고, 처방받은 약을 먹이자 일요일 저녁에 아들은 좀 나아졌다.
월요일 아침, 열이 떨어진 상태라서 아들은 어린이집에 갔다. 하지만, 오후에 어린이집 선생님께 카톡이 왔다. 아들이 설사를 했고, 배가 아프다고 한다는 거였다. 원래 어린이집을 마치면 바로 가는 태권도도 가지 못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왔다. 보육 이모님은 아들이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국수를 해주셨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갔다. 하지만 밤에도 아들은 두 번 더 설사를 했다.
지난주 아들과 어린이 치과에 갔을 때 아들이 어린이 치과에 있는 오락기로 오락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다가 육아일기 쓰기에 충동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이런 도전을 하지 않으면 요즘은 아무것도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와의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나, 요즘에는 나는 나를 그다지 좋아할 수가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참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고, 가끔은 다섯 살 아들이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좀 더 좋아할 수 있도록 한 달간 꾸준히 육아일기를 쓰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