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일기 20220629] 6월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들의 일침

by sposumer

이번 주에 아들은 설사 때문에 좋아하는 찬 음료 등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출근길에 뭐 먹고 싶은 거 없는지 물어보았더니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다. 비가 내리는 퇴근길에 KFC에 들려서 치킨 너겟을 사려다가 치킨 텐더를 샀다. 치킨 텐더가 좀 더 살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을 것 같았다. 비 때문에 갈색 종이봉투가 축축해져서 집에 돌아왔다. 저녁으로 짜장 떡볶이를 먹고 있던 아들은 짜장 떡볶이를 다 먹고 치킨 텐더를 먹기로 했다.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아들은 밥을 좀 오래 먹는 나쁜 습관이 있다. 약 90분 동안 짜장 떡볶이를 먹은 아들에게 치킨 텐더를 갖다 주고, 한입 먹더니 바로 하는 말이 “매워!”


보통 치킨들은 ‘염지’라고 하는 밑간을 하는데 여기에 깔끔한 맛이 나도록 약간의 매운맛이 들어간다. 내가 사 온 치킨 텐더에도 염지까지는 아니지만 이 매운맛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한번 치킨 텐더를 사 와서 아들이 매웠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꼼꼼하게 챙긴다고 노력을 해도, 역시 아빠는 엄마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아들에게는 다음에 매운맛이 나지 않는 굽네치킨을 사주기로 했다. 아들은 아내가 좋아하는 KFC 비스킷을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퇴근을 기다려서 KFC 비스킷에 신나게 딸기잼을 쭈욱 짜서 한입 했다.


이제 설사가 멎어서 기운이 넘치는 아들과 놀아주는 것은 재미가 있지만 역시나 힘이 들었다. 샤워를 가장한 물놀이를 하고, 책을 읽어주고, 유튜브를 보여주고 드디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크리스마스 며칠 남았어?” 그냥 반사적으로 “200일 남았어. 아직 많이 남았어!”라고 성의 없이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들이 말했다.


“왜 계속 200일 남았어! 시간이 가고 있는데!”


회사 업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제품 정보를 잘못 말했을 때, 고객사에서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지적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요즘 말이 좀 늘어서 신기해하고 있는데, 저런 논리적인 대답을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아내가 옆에서 후다닥 스마트폰으로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날짜를 계산했다. “원아, 175일 남았어”


아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크리스마스 때 헬로 카봇 스피너블을 선물로 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빨리 사달라는 말은 못 하고, 매번 크리스마스가 며칠이 남았는지만 확인한다. 이제 좀 논리적인 아들아, 아빠가 앞으로는 피곤하다고 얼렁뚱땅 대답하지 않을게! 오늘도 아빠가 너에게 하나 배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육아일기 20220628] 선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