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녹이는 한 마디
벌써 2022년의 절반이 지났다니… 잠시라도 지난 6개월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세차게 비가 내리는 출퇴근길에 이런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지하철역 출구를 나서면서 어제 제대로 사가지 못한 치킨이 생각나서, 버거킹에 가서 치킨 너겟을 샀다. 겉보기에는 매워 보이지 않았지만, 별 문제가 없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갔다. 언제 배앓이를 했는지 알 수 없도록 아들은 기운이 펄펄 나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오늘의 선물인 치킨 너겟도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택배 개봉이 먼저였다. 와디즈에서 펀딩한 캠핑용 스테인리스 식기 세트가 도착해 있었다. 아들과 함께 개봉을 하고 치킨 너겟도 종이봉투를 뜯어서 아들 앞에 두었다.
아들의 책상 위를 보니까 이케아에서 샀던 레고 블록으로 뭔가를 만들어 놓았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식당이란다. 나름 잘 꾸며진 식당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내도 도착했다. 비가 와서 지하철로 출퇴근한 아내가 마트에서 마감 세일을 하는 모둠회를 사 와서 같이 먹었다. 치킨 너겟을 잘 먹던 아들은 배가 부른 지 나와 아내에게도 치킨 너겟을 하나씩 먹으라고 했다. 늘 그렇듯 ‘선물’이라고 했다. 창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오지만 아들은 치킨 너겟을 먹으면서 다이소에서 사 온 야구 세트를 가지고 놀았다. 이제 좀 요령이 생겼는지 방망이로 공을 잘 맞췄다. 한참을 놀다가 아들이 말했다.
“맛있어서 안아줘!”
아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치킨 너겟이 맛이 있어서 안아주는 거야”였을까 아니면 “나 좀 안아줘!”였을까? 둘 중 어떤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2022년 상반기 결산도 하지 못한 하루였지만, 아들의 한 마디는 피로를 녹이는 한 마디였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네가 원하면 아빠가 언제나 꼭 안아줄게! 이렇게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