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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sumer Jul 06. 2022

[육아일기 20220705] 아~

어린이 치과 다녀온 날

 오후 반차를 냈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내 휴가는 나를 위한 일정은 거의 없다. 어제 오후에는 아들의 치과 치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다섯 살이니 아직 일반 치과를 가지 못하고 어린이 치과를 가야만 하고, 치료 일정도 주말은 예약이 쉽지 않아서 평일 오후로 했다. 오후 3시 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앞으로 갔다. ‘기발한 포즈상’이라는 타이틀이 적힌 종이 왕관을 쓰고 아들이 나왔다. 같은 시간에 하원하는 동갑 친구와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치과로 향했다. 치과까지 차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좀 고민을 하다가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마를 태워주었다. 치과까지 거리는 약 700m(동네 달리기를 할 때 대충 측정한 거리).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내 백팩에 아들의 어린이집 가방까지 들고 가니까 엄청난 트레이닝이었다. 한 3분쯤 갔을 때, 아들이 말했다.


“아빠, 내 티셔츠가 축축해요!”


 머리에서 흐른  때문에 아들의 티셔츠 앞판이 축축해졌다. 금방 마른다고 이야기를 하고 어린이 치과 건물에 도착했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영유아 구강검진도 가능한지 접수처에 물어보았다. 아들은 54개월이 되어야 영유아 구강검진을 다시 받을  있다고 해서, 예약된 치과치료만 받기로 했다.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 치과는 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오락실에서 하던 전자오락을   있는 오락기 한대가 있다. 아들은 언제나 기다리는 동안 잘하지 못하는 전자오락을 한다. 어제 보니까 오락기(사실은 옛날 오락 프로그램을 탑재한 PC) 바뀌었다.   있는 전자오락이  다양해졌다. 아들은 ‘철권  하다가, 나도 처음 보는 농구게임을 했다. 골밑슛, 덩크슛, 3   정신없이 오락을 했다. 1 쿼터가 끝날 때쯤 진료실에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들은 충치가 6개 있는데, 이미 왼쪽 어금니 두 개는 은니로 변신했고, 오늘은 오른쪽 어금니도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원장님과 간호사 2명이 들어왔다. 아들에게는 딸기맛 마취가스가 마스크를 통해서 주입되고, 치료받을 부위에 국소 마취도 했다. 원장님이 달리기 싱글렛에 숏 차림인 나를 보더니 운동하다가 오셨냐고 했다.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복장에 흐른 땀을 고려하면, 운동을 하고 온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아들이 누워있는 자리에서는 천장에 설치된 TV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귀에는 큰 헤드폰으로 애니메이션 소리가 나온다. 아들은 조용히 치료를 잘 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다섯 살 아이가 30분 이상되는 치료를 받을 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중간에 움찔움찔하면 내가 손을 잡아주고 진정도 시켜야 한다. 어린이 치과는 보험처리도 안되고 치료비용이 비싸지만, 치료실에 원장님을 포함해서 나까지 어른 4명이 동원되는 것을 고려하면 그 치료비용이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어제 치료는 아들이   정도 움직이는 위기가 있었으나,  이겨내고 치료를 완료했다. 치료를 마친 아들을  안아주니 다이소에 가자고 한다. 아직 마취가  풀려서 언제 원래대로 돌아오냐고 묻는 것을 보면 안쓰러워서 다이소에  수밖에 없다. 10분간 고민해서 5,000원짜리 변신 로봇(혹은 자동차) 장난감을 손에 하나 쥐고 집으로 향했다.

다리가 아프고, 차가 많아서 위험하다며 안아달라는 아들의 응석은 평소라면 허용되지 않지만 어제는 특별히 봐주었다. 치료 후에 1시간 30 동안은 마취도 풀리지가 않고 은니를  부위를 생각해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아들의 요청대로 저녁은 파인애플 피자(, 하와이안 피자가 맞는데 아들한테는 파인애플 파자입니다) 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용을  것인지 평소보다 피자도 많이 먹었다.

피자를 먹고 나서는 집에 있는 미니 농구대를 가지고 농구를 했는데, 아들이 아까 치과에서  농구 오락처럼 해보자고 했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결국 내가 수비를 하는 역할을 하고 본인이 멋지게 슛을 작렬하는 것이었다. 점프해서 골밑 슛을 성공한 아들이 말했다.


“아빠, 아까 저기 유리가 깨졌었죠!”


잉, 무슨 말인가 했는데 농구 오락에서 흑인 선수가 강력한 덩크슛을 하고 나서 백보드가 깨진 것을 기억하고 한말 같았다. 아, 그래라고 늦은 맞장구를 쳐주었다. 땀범벅인 된 오후 반차에 어린이 치과 치료비용이 20만 원이 넘게 들었지만, 아들과 함께한 즐거운 오후와 저녁이었다. 아들이 조금 더 엉아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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