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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sumer Jul 11. 2022

[육아일기 20220710] 어땠을까?

버럭으로 마무리 한 휴일

 곤지암 리조트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지상에서   있게 되어있는 ‘루지 탔다. 키가 135cm 이하면 어른 동반으로   있었다. 아들은 엄마랑 타고 싶다고 해서 아내와 아들이 리프트를 타고 출발점으로 이동했다. 나는 피니쉬(finish) 지점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15분이 지났는데 아들과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더운 날씨였고, 드디어 아들의 연두색 헬멧과 아내의 하늘색 헬멧이 보일  스마트폰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사람이 루지를 타고 있는 사진  장도 건지 지를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스마트폰이 과열되었고  사람이 내려오는지 확인하는 것만 신경을 쓰던 내가 스마트폰이 과열된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체력 탓인지 집에 돌아와서  쉬고 싶었지만, 아들은 백화점 문화센터에 등록한 농구와 트니트니에 가야 했다.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먹은 아들이 퀵보드를 타고 가겠다고 해서 둘이  다녀왔다. 평소와 달리 우유맛이 아니라 초콜릿맛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만 빼고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

 사건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샤워 시간에 발생했다. 샤워와 놀이를 함께 하는 아들은 물풍선을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물풍선 5개만 가지고 놀겠다고 대답을 하고서가 문제였다. 물풍선 1개를 만들어서 터뜨리더니 다음에는 물풍선에 물을 넣었다 빼었다만 반복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하고, 아니면 물을 넣었다 빼었다 조금만 하자고도했는데, 재미가 들린 아들은 물풍선 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아들의 표현으로 ‘나쁜 말’을 하면서 샤워를 마무리하자 샤워를 마친 아들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었다. 뚝 그치라고 해도 계속 울던 아들은 아내가 달래서 울음을 그쳤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하고 내가 안아주면서 사건은 마무리했다. 한글 공부책도 잘 보고, 유튜브도 잘 보고 아들은 곧 잠이 들었다.

 아들이 자고 나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좀 더 참았으면 어땠을까? 좀 더 좋게 설득할 수는 없었을까? 아들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피곤해서 즐거운 휴일을 버럭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서 슬퍼졌다. 아직 아들이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날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늘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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