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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파이 Oct 24. 2019

송성문 사태에 가려진 야구의 뒷면

아마추어 때부터 길들여진 비매너의 씨앗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난 22일 밤부터 송성문이란 이름이 뜨겁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뛰어난 야구 실력 때문에 떠오른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지독한 '배설'로 인한 지탄 때문에 생긴 사고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를 도를 넘은 트래쉬 토크와 무허가 업체의 영상 누출로 몰고 가는 기사들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키움 구단의 홍보팀 대응과 KBO의 적당한 선에서 수습을 원한 미디어의 이슈 몰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프로스포츠에서 '트래쉬토크'는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인되는 문화 중 하나다. 

송성문의 이번 막말이 '트래쉬토크'의 범주에 들어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송성문의 막말이 '트래쉬토크'로 인정한다면 후폭풍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위트와 조롱은 한 끗 차이지만, 그 선을 넘지 않고 절묘하게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위트다. 그리고 그 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느냐가  그 사람과 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야구는 그런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눈 앞의 승리에 목매달고 성과주의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순수해야 할 아마추어 야구도 마찬가지인 상황. 심지어 초-중학교 야구팀들도 이런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그대로 보고 따르는 학생 선수들에게 송성문 사태가 '트래쉬토크'란 범위로 이해되고 넘어가게 된다면 "아 승리를 위해 용인되는 범위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송성문 사태가 아니더라도 초-중학교 야구 경기 현장을 방문하면 '학생들의 야구'가 맞나? 란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많다. 


예1)

A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 

A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준비하자 A팀 수비진과 덕아웃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꺼져버려!" "타자 꺼져버려!"

깜짝 놀라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타자한테 스트라이크를 꽂아버려라"란 의미란다. 

물론 "꽂아버려"란 순수한 의도에서 한 외침이 아니라 일부로 발음을 흘리며 상대를 조롱한 외침이었다.


트래쉬토크란 무엇일까?

마이클 조던은 위대한 농구선수지만 '혹독한 트래쉬 토커' 이기도 했다. 

자신감과 결연함에서 나오는 조던의 트래쉬토크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선물했다. 


희생자 1. 닉 엔더슨

조던은 종종 자신의 마크맨에게 다음 공격 때 어떤 패턴으로 공격을 시도할 것인지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다. 올랜도와의 경기에서 조던은 앤더슨에게 "내가 네 쪽으로 달려 들어가서 다리 사이로 드리블을 두 번 한 다음에 펌프 페이크를 한 차례 한 다음에 점프슛을 쏠 거야. 그리고 널 바라볼 거야"라고 말했다. 

결과는? 조던이 말한 대로 이루어졌노라!


희생자 2. 짐 잭슨

짐 잭슨은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슈팅 가드로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다. 마이클 조던이란 큰 상대를 놓고 '트래쉬 토크'로 자신의 투지를 불태워보려 했다. 큰 맘을 먹고 조던에게 몇 마디 트래쉬 토크를 날리자 조던은 점잖게 한마디 했고, 그 이후 잭슨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너 내 신발(에어 조던) 신고 있으면서 말이 참 많구나"


희생자 3. 먹시 보그스

1995년 플레이오프에서 샬럿 호네츠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와 맞붙었다. 알론조 모닝-래리 존슨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시카고에겐 역부족이었다. 탈락 직전 마지막 공격에서 역전 찬스를 잡은 샬럿은 165cm의 포인트가드 먹시 보그스에게 공을 맡겼다.

보그스의 임무는 약속된 플레이에 따라 동료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 


하지만 조던의 트래쉬토크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 

"어디 슛 한번 던져봐 이 난쟁아!"

오기와 알 수 없는 무엇에 홀린 보그스는 계획되지 않은 슛을 날렸고,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들이 겨루는 놀이터가 아니라 경기 하나에 자신의 커리어가 달린 프로 스포츠에서 거친 말이 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지에 불타는 트래쉬토크가 아니라 상대방을 저주하는 헤이트 스피치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몸이 생명인 선수들임을 잘 아는 상황에 '부상당해서 재활이나 해라'란 말 어디에서 승리를 향한 투지를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모습을 미래의 선수들과 어린 팬들이 보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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