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9편
장시간의 비행과 이동, 그리고 두 시간의 야간 산책 덕분인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한참을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였다. 잠자리에 든 게 12시쯤이었으니 아마 4시간쯤 잔 것 같았다. 옆자리의 아내가 자는 것 같아서 잠을 청했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시차는 무서운 것이다.
뒤척뒤척하다가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어서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오늘은 10시부터 바티칸박물관 투어가 예정돼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 식당도 오전 7시부터여서 그때까지도 한참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결국, 오전에 로마시내를 한 바퀴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내 뒤척이는 소리에 아내도 깨서 "새벽부터 어디 가냐?"라고 물었다. "어. 산책하고 올게. 자고 있어." 답을 남기고 호텔 방을 나섰다.
호텔을 나오니, 어젯밤에는 식당들과 술집으로 분주하던 골목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간혹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새벽이라 그런지 공기가 찼다. 그러나, 살을 에일 듯한 추위는 아니었다.
아침 산책의 첫 번째 목표는 어젯밤 갔던 스페인광장이었다. 그리고 트레비분수, 판테온, 조국의 재단,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대충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될 듯했다.
어제 한번 가봐서 그런지 망설임 없이 스페인광장으로 향했다. 어제는 초행길이라 못 봤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국립미술관인 'Gallerie Nazionali di Arte Antica Palazzo Barberini'가 있었다. 유명한 작가들의 초대전이 자주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들러 미술품을 관람하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발걸음을 재촉해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왔던 터널을 지나니 스페인광장에 다 왔음을 알리는 성모의 원주탑이 보인다.
두 번째 만남이라고 낯설지가 않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스페인광장에는 단 한명의 사람도 없었다. 적막감마저 흘렀다. 아침 잠이 없는지 비둘기 몇마리가 거닐 뿐이었다. 어제는 광장아래서 계단을 바라보았는데 오늘은 계단위로 올라가 광장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나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계단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치 로마를 지배하는 황제가 된 느낌마저 들었다. 어제 밤에 비가 내려서인지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제는 보지 못했던 명품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페인광장은 스페인계단뿐만 아니라, 명품숍 거리로도 유명한 듯 하다.
어제 밤과 다르게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두번째 목적지인 트레비분수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