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구조의 변화와 팀장의 역할/책임

팀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

by 양병채

조직구조의 변화와 팀장의 역할/책임

현대 직장 생활은 왜 이리 힘들까?

과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입사원 때는 선배들 심부름하고 술 얻어먹고 몸으로 때우는 일들 열심히 하다 보니 훌쩍 지나갔다는 둥 그땐 지금처럼 빡세지 않았다고들 한다.

대리 때는 일 좀 한다고 폼 좀 잡고 허세 좀 부리다 보니 훌쩍 지나갔다고 하고, 과장 때는 조직의 중간 허리로서 선배들 지원하고 후배들 가르치고 도장 좀 찍고 하다 보니 지나갔고, 차장 때는 부장 보필하고 조직의 넘버 투, 넘버 쓰리로서 전반적인 업무 챙기고 조율하느라 지나갔다고 한다. 부장 때는 조직의 장으로서 밑에서 챙겨주는 서류에 도장이나 찍고 후배들과 술이나 마셔주고 한량처럼 보내다 보니 직장생활의 종착역이 되었단다.

어떤가? 요즘 기업 조직에서 들으면 한가하기 그지없는 이 이야기가 불과 이십사오 년 전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 선배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때는 조직 분위기도 지금과 많이 달라 필자가 신입사원이던 시절에는 점심시간에 직장 상사와 반주 한두 잔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반주 덕분에 오후가 나른하면 고참들은 자리에서 버젓이 잠을 청하기도 했었다. 만약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난다면 사내 휘슬(사내 비리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내고 발제도를 통해 금방 감사팀에 문제 상황이 접수될 것이며 일사천리로 인사위원회가 소집될 것이다. 인사위원회에서는 품위를 손상시키고, 솔선수범해야 할 선배가 그렇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급, 감봉, 정직, 심한 경우에는 퇴사를 종용받게 될 것이다.


왜 과거에는 널널하던 직장이 이렇게 팍팍하고 숨 막히는 곳으로 돌변했는가?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게 1차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기에 있으면 새로운 사업 거리가 많고 사업을 시작해도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경쟁도 치열하지 않기에 조직을 줄이고 없애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일상이 되고 경쟁도 로컬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은 멈춰버리다 못해 IMF 관리체계와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역성장(마이너스 성장)까지 발생하다 보니 기업이든 다른 어떤 조직이든 이제는 사람 즉, 인건비를 가장 큰 비용항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조직의 존망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조직에서도 1990년대 말에 어쩔 수 없이 들고 나온 대책이 팀제로의 전환이었다.

그럼 이 책의 주인공이자 슈퍼맨 역할을 해야 할 팀장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전에 팀장이 맡고 있는 팀이라는 조직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겼고 그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짚어 보자.

팀이란 어떤 조직이고 특징은 무엇인가

팀과 팀제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개념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팀(Team)이란 조직 내에서 특정한 업무를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서로 의존하는 개인의 집합으로 상위 조직에서 위임된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단위 조직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다 보니 팀 내에 있는 개인 간의 연대와 협력을 의미하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과거의 ‘계’ 단위가 ‘팀’으로 구성된 조직을 팀제라고 한다.


팀제의 특징은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고 업무수행 목표에 관련된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팀원 상호 간에 유대관계를 유지하여 업무수행이나 문제 해결을 돕는다. 또한 팀의 업무수행 결과에 대해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개인별 성과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에 대한 평가가 우선시 돼야 함을 의미하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한편으로 팀은 그 자체로 한 단위 조직이기에 자기 완결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팀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팀제는 198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 경제국가라는 경쟁자의 등장으로 각종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미국 등 서구의 선진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익이 감소하게 되자 이를 극복해내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팀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표준화, 분업화, 전문화라는 테일러리즘에 입각해 기업을 경영했고, 수동적이고 복종적인 모습이 이상적인 형태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미국 기업들은 테일러리즘에서 발생하는 불합리와 비효율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팀제를 도입했다. 즉, 초기에 팀제는 기존 구성원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협력형 구성원으로 변화시켜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이고 이기적인 업무방식에서 탈피하여 집단적이며 조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변화가 필요했었다.


팀제는 팀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과업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며, 이를 개인의 역량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달성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공유하도록 설계되었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팀제 하에서 새롭게 정의된 개인과 조직의 역할, 책임 등이 당시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개인주의적인 경영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효율성을 감소시키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기업에서는 사실 개인주의가 발붙일 틈이 없었다. 오히려 유사 이래 이어져왔던 집단주의적 사고와 행동 그리고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확고해진 유교적 세계관에서 비롯한 연장자 우선주의가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거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조직문화로 뿌리 박혀 버렸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팀제는 개인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집단주의의 폐해에 대한 대응으로 도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집단주의란 ‘우리가 남이가?’를 모토로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또한 일을 하기 위한 적정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조직이 돌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조직의 규모와 역할도 조직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즉, 조직 내에서 힘 좀 쓰고 말발이 먹히는 사람이면 조직의 규모도 커지고 권한과 역할도 커지는 등의 모순도 함께 존재한다.


이런 집단주의 문제와 조직의 비체계성 등의 문제에다 인건비 절감과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팀제가 도입된 것이다. 물론 미국 등 서구권 선진국들과 우리 기업, 조직에서 팀제 도입의 근본적인 취지는 달랐지만 궁극적인 목적인 조직 내 비효율을 줄이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는 일맥상통하다.


기존 조직인 전통적 관료제 조직은 관리부서의 비대화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의 비효율성이 늘어났고, 부서별 이기주의와 의사소통 장벽이 심했으며, 조직의 수직 계층화가 심해졌다.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야 했던 경영환경은 고객의 요구가 까다로워지기 시작했고, 업무처리 속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외신에서도 ‘빨리빨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말로 선정되기까지 했고, 이제는 ‘빨리빨리’가 대한민국 전체 구성원의 유전자가 되었다 해도 허언이 아닐 정도로 굳어진 인상이다. 오죽했으면 1980~90년대 직장에서 무식하고 일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으나 일이나 보고가 늦는 것 못 참는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 유사한 부서를 통합하여 조직운영의 합리성을 높이고,

2) 결재라인을 축소하여 불필요한 위계를 없애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3) 팀장 권한을 강화하여 중간관리자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4) 기존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역량의 활용이라는 팀제의 존재 이유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팀제 출현&경과 팀제의 목적

우리나라 최초의 팀제 도입은 1977년 삼성물산부터라고 본다. 하지만 당시 오일 쇼크 등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매년 8% 이상의 고속성장이 지속되던 때였기에 조직의 슬림화나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성이 부각되지 않아 팀제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진 않았고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크게 확산되진 않았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당시 대우, LG, 포철(현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에서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 심지어는 학교 동아리 모임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조직들에서 팀이라는 이름으로 조직 명칭이 바뀌었을 뿐 조직 위계나 의사결정 방법과 구조와 일하는 방식 등에 있어서는 과거 관료형 조직구조인 부·과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30여 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기능 운영이나 본래 도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찾아낸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서구는 조직 운영이 업무/직무중심으로 설계되고 움직이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자리(Post)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팀제는 조직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 과거처럼 과장 이상이면 도장이나 찍고 실무를 내려놓던 조로화(早老化)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팀 내 전문역량과 기술을 쌓고 활용하게 하여 불필요한 계층구조를 없애 단순화시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소통의 장애물을 제거한다. 따라서 조직 개편에서 직급과 직책을 분리하여 실시해야 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연장자 우선 체계(Seniority system)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직급의 높고 낮음이나 경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장 그 직책을 잘할 수 있는 적임자에게 조직을 맡겨야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의 비대화를 방지하고 간소화를 유지할 수 있다.


과거 공직사회나 대기업에서 연장자 우선 체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적용되었었는지를 확인해보자. 불과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신문지상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검찰 관련 인사 동정에 이런 보도를 접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사법고시 20기가 00 고등검찰청장으로 임명되어 선배 기수 몇 명이 자진 사퇴했다.’

이처럼 선배가 승진이나 보직임명에 실패했는데 후배가 승진해서 선배보다 상위 보직을 맡게 되면 선배들이 줄줄이 사표를 쓰고 조직을 떠나야 했던 웃픈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자 그럼 여기서 기존 관료제형 조직과 팀제 조직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팀제는 업무의 개인주의화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팀워크의 발휘를 통해 조직이 비대해지거나 오래되면 빠지기 쉬운 함정인 관료주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팀장의 자격, 권한, 역할과 처우

팀제에서 팀장의 자격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조직에서는 업무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못하고 사람 중심 즉, 위인설관(爲人設官)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다 보니 팀장의 자격에 대해 직급이나 평판을 다루는 넓은 의미의 개념만 존재했다. 팀장 자격요건이 명확해져야 구성원들의 역량개발 방향을 정할 수 있고, 팀장이라는 자리를 향한 구성원들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후계자(Successor) 육성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선발과정에 있어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발로 불필요한 잡음도 없앨 수 있으며 이는 새롭게 선임된 팀장의 조기적응(Soft-landing)과 구성원들로부터의 빠른 존경·존중(Respect)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팀장의 역량을 일반 역량(또는 기반 역량)과 직무역량(또는 전문역량)으로 구분하여 정해야 한다. 일반 역량이란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조직관리능력, 대인관계, 어학역량 등 특정 직무와 관계없이 갖춰야 할 기반이자 기본이 되는 역량으로 일반 역량이 잘 갖춰져 있으면 조직 이동이나 직무 변경이 있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직무역량은 전문역량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특정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알게 된 지식과 기술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재무팀에 근무하는 구성원에게는 자금조달의 유형과 자금지출 내역 관리 능력, 재무제표, 대차대조표 등 작성/해석 능력, 회계 기본지식과 활용능력 등 많은 직무역량이 필요하고 이를 쌓아가게 된다. 따라서 팀장의 자격을 일반 역량과 직무역량으로 잘 정의해 놓고 이를 전체 팀 구성원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효과와 이득이 있다.


팀장의 권한 중 가장 큰 것은 인사권이다. 소속 구성원의 업적/역량/종합평가에 대한 1차 평가 권한, 구성원의 승진, 승격, 인사이동 등에 관한 결정 권한, 결재 단계 상 1차 결재권자로서 역할, 팀 운영 전반에 대한 전결권 등이 있다. 그다음이 예산 편성과 집행권한이다. 예산은 팀 단위로 편성되기 때문에 전사 기준에 따르긴 하지만 팀장 재량과 승인하에 편성과 집행을 할 수 있다.

팀장에 대한 처우는 조직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팀장수당 지급, 정액 주유대 지급, 시내에 있는 조직의 경우 주차권 지급, 대리운전 지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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