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받기를 거절하는 사람

30여 년 전의 일인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나는 누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형식적인 수준의 예의 그러니까 대놓고 무시는 못하고 그냥 뚱한 표정으로 인사 정도만 하는 식의 냉냉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그러다가 나는 하기 싫은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그 일을 대신하는 일이 있었다. 그날 내가 하기 싫은 일인데 저 사람도 그 일을 하는 것이 좋지는 않겠지.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하는 것이니 더욱 그렇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건은 내가 그에게 좀더 친절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에게는 메타인지라고 부르는 능력이 있다. 평상시 우리는 우리의 생각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로 기쁘다, 슬프다, 화난다, 억울하다 등의 감정을 느낀다. 물론 감정은 훨씬 더 복잡한 기제이지만 우리의 생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메타인지는 이와 같이 우리의 생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제3자의 위치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아! 내가 이번 일로 인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물끄러미 남의 일처럼 나를 보는 것이다. 공감은 또 다른 메타인지의 한 종류다. 타인의 상황과 생각과 감정을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입장이라면 그렇게 느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우리의 통제 능력을 매우 많이 향상시킨다.


최근에 서운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 1단계 메타인지를 발동해 보았다. 아 내가 어떤 일로 인해서 서운해 하는구나 하고 나를 바라보았고 그럴만도 하지 힘들었겠다 하고 자기를 위로하였다.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런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나를 서운하게 한 그 상황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그래서 2단계 메타인지를 발동해보았다. 그 사람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음 그도 그럴만 했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의 마음도 조금 더 풀어졌다.


그런데 묘한 어떠 묘한 것이 내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서운함을 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화가 난 상태로 있고자 했고,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 그런 나의 마음이었다. 내가 내려놓아야할 무엇이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숨겨져 있던 그 녀석이 실체를 보였으니 이제는 조금씩 길들여지리라. 그래서 위로를 하면 위로를 받고 다시 웃음을 되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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