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가 오는 것이 좋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산책을 다녀온 목마른 강아지가 물을 먹듯이 산과 들과 나무들이 시원하게 물을 마시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비오는 날에는 어린이가 된 듯한 순진한 즐거움이 피어난다. 우산을 들고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떨어지는 빗방울에 뜨거운 얼굴을 식히면 다시 청년이 된다.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창밖을 보노라면 그날이 무슨 요일이든 어떤 장소이든 상관없이 토요일 오전 같은 평온이 스며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급하게 뛰어 들어와 우산을 터는 모습은 흡사 강아지가 몸을 흔들어 물을 터는 듯하여 웃음이 피어난다. 그냥 아는 사람인 마냥 비가 많이 오네요 하고 말을 건네도 이상하지 않아서 좋다.
비가 그치면 친구가 가듯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비는 그쳐야 하고 눈부신 해를 맞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