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바이저의 역할

예전에는 관리자를 의미하는 영어 명칭으로 매니저 보다는 슈퍼바이저를 많이 사용했다. 슈퍼바이저는 위에서(super) 관찰하는(vision) 역할을 하는 직무이다. 용어 자체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시하는 감독자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누군가 나를 감독하고 있고, 관찰하고 있다면 그것을 좋아할 사람은 한명도 없다.


세상이 변하면서 당연히 직장에서도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체계와 문화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것으로 바뀌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당연히 상사 즉 슈퍼바이저의 역할도 바뀌었다. 그럼 어떻게 바뀐 것일까?


슈퍼비전 즉 위에서 관찰하는 행위를 사람의 인지적 측면에서 보면 메타인지에 해당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인지의 사전적 정의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관찰 · 발견 · 통제 · 판단하는 정신 작용으로 "인식에 대한 인식","생각에 대한 생각","다른 사람의 의식에 대해 의식", 그리고 고차원의 생각하는 기술(higher-order thinking skills)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하여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융합되어 있지 않고 떨어져서 사안을 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자기성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어려운 사안일수록 우리는 사안에 묶이게 되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슈퍼바이저는 좀더 많은 지식, 경험, 스킬을 소유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타인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을 좀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오늘날의 슈퍼바이저는 자신의 팀원이나 부하직원 혹은 피감독자를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슈퍼바이저의 어깨 위로 올려서 그들이 좀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문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진시황제를 소재로한 무협만화 ‘킹덤’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왕기장군이 전투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에 주인공 ‘신’이 그를 구출하는 장면이 있었다. ‘신’은 왕기가 더 이상 말을 몰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의 말에 뛰어올라 고삐를 잡고 달려드는 적군과 싸우며 적진을 탈출한다. 그때 잠시 정신이 든 왕기가 ‘신’에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한다. 장군의 말에서 바라보는 전장을 보라고 알려준다. 그때 신의 시야는 갑자기 넓어져서 온 전투의 상황이 눈에 생생하게 들어오는 경험을 한다. 굳이 말하자면 슈퍼비전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신이 슈퍼바이저라면 이제는 감독자가 아니라, 팀원의 시야를 넓여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의 메타인지를 확장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슈퍼바이저를 만나서 자주 대화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