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누가복음 14장에는 큰 무리가 예수를 따랐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수는 그들에게 찬물이라도 끼얹듯이 나에 오려면 부모 형제도 미워해야 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아주 냉정한 이야기를 하신다.
오늘날 기독인들에게 십자가는 예수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과 속죄의 표시와도 같은 영광스러운 상징이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십자가는 단순히 지독히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운 처형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나를 따를려면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작정하고 사람들을 떨구어버리려는 속셈이 아니신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적어도 나와 함께 하려면 이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한다는 도전을 하신다. 예수는 이어서 추종자들에게 요구하는 각오의 수준을 좀 더 설명하기 위해서 비유를 사용하신다. 그런데 그 비유가 좀 이상하다. 십자가를 질 정도로 목숨을 걸고 부모 형제도 미워할 정도로 냉혹해져야 한다고 하시고선 망대를 세우는 사람의 비유로 설명하신다.
누구라도 망대를 세우기 전에 예산을 따져보아서 완공할 수 있도록 준비한 후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러하지 못하면 예산 부족으로 도중에 멈출 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은 비웃음 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단순히 한순간의 뜨거운 마음에 휘둘리는 헌신이 아니라 건축의 완성을 염두에 두고 일을 시작하는 설계자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마음에 불이 붙어서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 이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 각오는 단순한 결기로서는 안된다. 싸움을 앞두고 있는 장수와 같이 전세를 파악하여 이기는 싸움을 해야하는 냉정한 전략의 수립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