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야단치고 후회하는 부모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한 부모님께서 자녀의 어떤 행동 때문에 화가 나서 화를 내고서는 화를 낸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자녀에게 사과하셨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그러지 마시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그랬더니 지켜보시던 다른 분이 나에게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사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답변은 즉흥적이고 약간은 감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믿기에 나의 주장에 대한 논리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첫째는 화 또는 분노는 건강한 감정이자 행동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치료적 도움의 받아야 하는 케이스를 보면 꽤 많은 경우가 화를 내어야할 때 화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상담이나 치료의 과정에서 그 당시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발견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자신의 방어기제에 눌려서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하고 그 감정이 하는 말을 듣는 기회를 늦게라도 가지면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습관적으로 약자인 자녀에게 화를 퍼붓는 부모에 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시는 분들이 어느 날 그만 자신의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본인 기준으로 볼 때 화를 심하게 내었다고 생각하고서는 자책하시기에 꼭 그래야 하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당신의 감정도 소중하다고 말이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않느냐고 격려하고 싶다.


둘째는 부모와 자녀가 목소리를 높이며 논쟁을 벌이는 것은 자녀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관계에 상처를 주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마음 놓고 후련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 그리 많지 않다. 자녀를 믿으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평소에 충분히 좋은 부모였기 때문에 당신을 화나게 할 만한 행동을 한 자녀에게 소리를 치셔도 된다. 그리고 자녀들은 그들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과 행동을 한 것이므로 부모에게 왜 엄마는 아빠는 본인 입장에서만 생각하는냐고 받아치면서 대들어도 된다. 다만 안좋은 것은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싸워야지 어디서 부모에게 그게 말 버릇이 머니? 말 조심하렴! 하는 식을 말을 하면서 대등한 관계를 누르려는 행동을 하는 짓이다. 이건 정말 좋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어디서 상대방이 힘이 좀 있다고 화를 내면서 너를 윽박지를 때 기죽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 하듯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한다.


셋째는 본말이 전도되어 부모를 화나게 한 자녀의 그 행동에 대해서 대화할 기회를 던져버리고 화를 내었다는 그 사실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녀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좋은 부모이기를 원하는 자기중심적 행동이 아니냐고 도전한다.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은 싶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을 보고서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고 노래했다. 시인이 전혀 다른 의미를 노래했겠으나 나는 그 시가 자녀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느낀다.


같이 시원하게 화를 내면서 싸우고는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서로가 상대에게 아까는 화를 내서 미안했어. 화를 낸 건 미안한데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은 하면서 다시 차근차근 말하다가 아니 그럼 화를 내었다고 사과는 왜 한거야 하면서 다시 싸우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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