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고등학생 영어 독해 문제집에 수록된 문장들은 모두 명문들이다. 한 문단의 글을 읽고 해석하고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면서 영어를 배우는 재미도 무척 크지만 더 큰 즐거움은 기막힌 명장들을 읽는 것이다. 오늘도 고등학생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이 문장 정말 철학적이지 않니!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네! 정말 그런 것 같지 않아? 하면서 말을 건네면 그 아이도 음 그러네요 하면서 동조한다.
오늘 공부한 문장들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을 선택하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글이 있었고, 쇼윈도우에 전시된 엄청난 고가의 물건이 구매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글도 있었고, 동물과 인간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동일성과 변화의 관점에서 비교 설명한 글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가난한 시절에 국어공부를 하면서 읽게 되는 시들이 그렇게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새 한 마리가 둥지를 짓는 방법은 일년 전의 새가 둥지를 짓는 방법과 심지어는 수천년 전에 새가 둥지를 짓는 방법과도 같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발견하는 동물의 사는 방식은 수천년 전과도 똑같을 것이고 앞으로 수천 년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가? 동물의 특성은 동일성이라면 인간의 특성은 변화이다. 오늘날 인간이 집을 짓는 방법은 수백년 전은 고사하고 고작 수십년 전과 비교해도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수십 년 후에 인간이 집을 짓는 방식은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것을 거의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다.
인간은 왜 변화를 추구할까? 그러한 속성이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저 궁금해졌다. 인간의 어떤 속성이 그리고 어떤 동기가 인간으로 하여금 오늘은 어제와 달라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고 주장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선함에서 오는가? 아니면 욕심에서 오는가? 그것은 생존하기 위한 두려움에서 오는가? 단지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심과 창조심에서 오는가?
인류 문명 발달의 큰 원동력 중의 하나는 전쟁이라고 하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싶은 열망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위대한 것을 성취하게 하였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아무튼 변화는 인간의 분명한 속성이겠으나 그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나는 무엇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잘 들여다보고 그것을 조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