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드라마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멋진 매력이 많지만 아무래도 2시간 이내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하니 자연스러운 흐름보다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요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드라마는 수십 회를 넘기는 긴 시간으로 편성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으로 일상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제가 드라마 작가분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의 사람들의 삶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희노애락에 관한 관찰력과 관찰한 것을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능력이 정말 세밀하면서도 통찰적이고 창의적입니다.
그리고 기막히게 그 캐릭터를 연기해내는 배우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삶의 일부를 보게 됩니다.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타자와 시켜서 바라보는 메타인지적 관점을 가지는 순간을 얻게 되고,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위로와 성찰의 기회도 어는 순간 마주하게 됩니다.
요즘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이제 겨우 1회를 보았고, 2회를 보기 시작했는데 벌써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사연이 매우 흥미롭게 설정되었습니다.
인물 중에는 배우 차승원씨가 연기하는 은행의 지점장이 있습니다. 간단히 그의 상황을 말하면 딸 아이를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아이의 매니저 역할을 하기 위해서 엄마도 함께 갔구요.
지점장 연봉이 적어도 억대일 텐데 그래도 골프 유학을 감당하진 못하나 봅니다. 지점장은 그 짐을 짊어지느라 정말 안타까운 사실상 비굴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래도 딸아이가 돈이 없어서 골프를 포기하겠다고 말할 때 누가 널 더러 돈 걱정을 하랬니? 돈은 아빠가 책임지는 거야. 너는 골프만 열심히 해 하고 혼을 내듯 말해줍니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다 보니, 조직의 관리 방법도 변하고 있고, 리더십의 강조점도 달라졌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하달식 목표 설정이 아니고, 상향식 목표 설정입니다. 자연스레 실패할 수 있는 안전감을 조성하는데에도 신경을 쓰게 됩니다.
또 자신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도움을 청하는 자세를 리더의 용기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취약성(vulnerability)는 최근에 꽤 많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리더상과는 많이 다른 면입니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약점을 노출하면 안되었으니까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서 자녀 뒷바라지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흔들리는 가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여전히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자녀에게 큰소리를 치는 가장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듭니다.
어려운 문제는 혼자 감당해서는 안됩니다. 솔직하게 들어내고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들 각자 저는 좀 이렇게 거들게요. 저도 이렇게 힘을 보탤께요 하면서 더 자발적으로 함께하게 됩니다. 그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됩니다.
저의 친구 중에 아내가 남편을 ‘푸어가이’라고 부르는 가정이 있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는지를 집에 와서 숨김없이 다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아내가 보기에도 남편이 가족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보이구요. 그래서 남편을 ‘푸어가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이겠죠. 남편은 자신의 취약성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고, 가족은 그것을 공감하며 위로하며 함께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매우 성숙하고 지혜로운 가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더는 슈퍼맨이 아니라 ‘푸어가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