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도회를 마치니 저녁 10시, 이제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 남겨놓고 있다. 짧은 글을 하나 써서 올리면 오늘 일과가 종료된다. 글을 쓰고, 어제 보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앵커의 대담을 들을 참이다.
이때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누가 내 방울토마토 먹었어! 하고 소리쳤다. 없어? 그래 그럼 아빠가 지금 사다줄게 하고 마스크하고 지갑을 챙겨서 나가려니 되었다고 한다. 괜찮아. 평소에 해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거라도 해야지 하며 약간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멘트를 일부러 명랑한 목소리로 날리고는 마트에 갔다.
아뿔사. 마트의 불이 꺼져있다. 그냥 빈손으로 가려다가, 밤산책도 할겸 글감도 생각할 겸 조그 멀리 있는 그린 마트까지 걸어갔다. 아뿔싸. 여기도 오늘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이럼 곤란한데. 할 수 없지 빈손으로 돌아가야지. 그러다가 뭐 급한 일도 없고 바람도 좋은데 좀더 걸을까 하고 동네의 큰길을 다니며 편의점을 서너개 들렀다. 모두 방울토마토는 없다.
이제 결국 집에 가야한다. 그러다가 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 젊은 시절 아내가 첫애를 가졌을 때 한밤중에 우묵가사리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냥 우습게 넘겼던 뼈아픈 기억이 났다. 방울토마토를 찾아보리라. 그때 14단지 쪽에 마트가 하나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나서 그곳을 향해 밤 조깅을 시작했다.
그곳은 아직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싱싱해 보이는 방울토마토가 쌓여있었다. 서로 다른 품종을 방울토마토 두 박스를 사들고 집에 와서는 약간 과장하여 헉헉 대면서 무용담처럼 기어코 방울토마토를 가져왔노라 말하고는 두 품종의 맛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딸애는 감격하여 고맙다고 하며, 방울토마토가 정말 맛있다며, 역시 아빠라며 찬사를 늘어놓았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방울토마토를 사다 줄 수 있어서 좋았고, 글감을 얻어서 좋았다. 그것이 중요하다. 동기를 밖에서 찾지 말고 내면에서 발견하는 사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