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만들기

백일 동안 매일 글을 썼으니,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먼저 습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습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분명히 이에 관련된 연구가 많이 있겠지만 역시 이 글은 본격적인 글쓰기는 아니므로 그저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는 수준에서 습관 만들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보려 한다.


습관과 쉽게 연상되는 단어는 형용사 ’자동적‘이다. 특별히 애쓰지 않았는데 그리고 꼭 해야지 하고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반복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그냥 습관이 들어놔서, 내지는 습관적으로 한 거야 등의 말에서 감지할 수 있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그런 것이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말은 기억하고 관련이 있다. 몸에 기억된 것이다. 하기로 의도한 어떤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대표적 이유가 망각이다. 아차! 하고 나중에 기억이 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여기에 습관을 만드는 방법의 단서가 있다. 어떤 행위 단계를 몸에 기억시키는 것이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습관을 만들려면 반복해야 한다는 공식이 작동한다.


자동적으로 어떤 행동이 나올 정도로 확실하게 기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반복하기와 함께 사용하면 좋은 것이 anchoring이다.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이미 고정되어 있는 무엇에 연결시키거나 부착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인사하는 것을 소홀히 여기던 사람이 인사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면 인사라는 행동을 아침 8시에 사무실에 도착하는 이미 습관으로 형성되어있는 행동에 부착시키는 방식이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가면 3명 이상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는 식으로 새로운 행동을 기존의 행동과 연결시켜서 암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백일동안 글쓰기를 반복했기에 특정 시간이 되면, 아! 글을 써야지 하고 자동적으로 기억이 나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좀더 고려해야할 요인이 있다. 수행해야 할 행동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는 쉬운 일이거나 어떤 쾌락을 주거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인책이 있는 행동이라면 기억만으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글쓰기는 그런 행동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다.


여기서 습관 만들기 전략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습관으로 만들려는 행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안된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 그 자체로 의미를 두어야 한다. 학생시절 교수님이 주신 특별했던 숙제가 기억이 난다. 그저 도서관에 가서, 알려준 책을 찾아보고, 그 책이 어느 서가에 꽂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책에 인사만 하고 오라는 것이 과제였다. 아마도 그 교수님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조금씩 그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수월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강도를 높여가면 된다.


행동을 수월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또 많이 사용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한 말은 진리이다.


마지막 하나 더 습관 만들기 전략을 생각하면 역시 쾌락적 접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습관들은 대부분 고통이 수반된다. 입에 쓴 것이 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몸과 마음과 영혼에 좋아도 쓰기만 하면 계속 반복하기 힘들다. 그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통해서 얻는 쾌락을 만들어야 한다. 분명히 있다. 선물을 하는 것 같은 외재적 보상 보다는 그 행동 자체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내재적 보상이면 더 좋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습관이 된 것 같다. 저녁이 되면 오늘은 무엇에 대해서 글을 쓸까 하고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글쓰기의 수월성이 올라가서 크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글의 수준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장 잔고가 늘어가는 것과 유사한 기쁨도 느껴지고, 글쓰기의 묘미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이렇게 글쓰기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리딩소사이어티의 멤버들과 리더인 제이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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